추락하는 하토야마 정권 솟구치는 강경·보수 세력
  • 임수택 | 편집위원 ()
  • 승인 2010.04.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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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주당·자민당에 대한 실망으로 무당파 크게 늘어나…7월 참의원 선거에서 제3 세력 등장할 수도

▲ 1월21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AP연합

일본 정국이 지각 변동하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54년 만에 정권을 교체시켜 민주당과 자민당의 양당 체제를 만들어냈다. 견제와 균형을 선택했다. 그리고 당분간 이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하토야마 민주당 정권이 탄생한 지 10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예상외로 쉽게 무너지고 있다. 집권 민주당의 동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집권 경험이 없는 민주당으로서는 일정 기간 동안 국민들이 시행착오를 암묵적으로 양해(?)해주리라고 예상했다. 정권 초기 하토야마가 관료와의 전쟁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국민들은 과거 정권과 무언가 다르구나 하는 기대감 속에 각종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에 연전연승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의 정치 자금 문제 등 일련의 사건이 터지면서 국민들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자민당 역시 아직도 선거 패배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두 정당에 대한 실망으로 일본에서는 지금 무당파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4일 요미우리 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당파는 50%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14%가 증가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60% 이상으로 늘어날 기세이다. 두 당에 대한 극심한 불만의 표출이다. 자민당·사회당·사키가케당의 무라야마 연립 정권 때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으며 무당파가 50%에 이른 이후 처음이다. 하토야마 내각에 대한 지지도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집권 초기 75%에 달했던 지지율은 지금 33%로 떨어졌다. 신뢰나 정책적인 측면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권 공약의 핵심 중 하나인 고속도로 무료화와 중학교까지 자녀수당을 주겠다는 공약의 경우 재원 조달 문제가 있어서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쪽이 더 많다.

하토야마 내각의 지지도 하락을 불러온 결정적인 문제는 바로 후텐마에 있는 미 해병대 기지 이전 여부이다. 많은 국민이 이를 5월 말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하토야마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오키나와 현민들의 요구를 고려해 헬리콥터 시설 일부를 현 밖의 도쿠노시마 기지로 이전하고자 하나 도쿠노시마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게다가 연립 정권인 사민당이 일본 밖으로 기지를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좀처럼 굽히지 않고 있어 결론 내기가 만만치 않다. 사면초가이다. 일본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자 탈출구를 모색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즉, 무당파 세력을 흡수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대표적 극우 인사 이시하라 도쿄 도지사도 막후에서 분주한 걸음

▲ 이전 문제로 하토야마 내각의 지지도를 떨어뜨린 후텐마 미국 해병대 기지. ⓒAP연합

신호탄은 요사노 가오루 전 재무장관이 올렸다. 그는 자민당을 탈당해 전 경제산업장관인 히라누마 타게오 씨와 창당을 결의했다. 요사노 씨의 탈당은 겉으로는 다니가키 총재와 지도부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진짜 배경이 무엇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속력이 강한 자민당의 파벌 정치를 뛰쳐나가 독립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요사노 씨가 모를 리 없다. 요사노 씨는 탈당과 창당 과정에서 나카소네 전 총리, 와타나베 요미우리 신문 회장, 아오키 전 자민당 참의원 의장 등을 만났다. 모두 강경·보수 인물들이다. 요사노 씨의 탈당과 신당을 창당하는 과정에 이들의 심모원려가 배어 있다.

특히 이시하라 도쿄 도지사와는 여러 차례 만나 상의를 했다. 이시하라 씨는 잦은 망언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등 주변국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극우파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시하라씨는 자민당 시절 히라누마 씨와 아주 가까운 사이로, 이번에 요사노 씨와의 관계를 이어주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해 주목되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당의 동반 추락을 틈타 강경·보수론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사하라 신타로 씨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4월4일 <신보도 2001>에 출연해 요사노 씨 탈당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리고 4월5일자 산케이 신문에 민주·자민당과 언론을 싸잡아 비난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렇게 주장하는 배경에는, 현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제3의 세력을 키워야 한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강경·보수 세력들의 진출을 열어주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자 원려이다. 제3 세력은 바로 이번에 탈당해 당을 만드는 요사노, 히라누마 씨가 중심이 된 신당 ‘타치아가레 니폰’(일어서라 일본)이다. 신당의 이름을 짓는 데에도 이사하라 씨가 아이디어를 냈다는 후문이다.

이번에 자민당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결행한 요사노 전 재무장관, 신당 창당의 대표인 히라노 전 경제산업장관 그리고 암묵적인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나카소네 전 총리, 와타나베 요미우리 신문 회장,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한마디로 일본의 강경·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헌법을 바꿔 보통 국가를 만들고자 한다. 무장을 금지한 헌법 9조가 핵심이다. 그리고 재정 건전론자들이다. 이를 위해 소비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는 아직은 별로이다. 정당 요건을 갖춘 다섯 명의 평균 나이가 70세로 구시대 인물들이 집합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일각에서는 자민당 가족의 가출 정도로 폄하한다. 오히려 구태의연한 자민당의 구조에 반기를 들고 나간 와타나베 요시미 전 규제개혁담당장관이 만든 민나노(모든 사람들)당이나 나가타 전 요코하마 시장, 사이토 야마가타 현 전 지사 그리고 야마다 도쿄 스기나미 구청장 등이 중심이 되어 만들 신당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런저런 상황을 이유로 강경·보수 세력들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들의 등장은 독도 영유권 문제, 교과서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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