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를 무기로, ‘변화’를 기회로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5.0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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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프론티어 4인에게서 듣는 성공의 조건 / 규모 작아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해 신시장 개척

▲ 김희관 제니텀 대표 | 증강 현실 엔진 원천 기술 보유 ⓒ시사저널 박은숙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모바일 프런티어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규모가 작으면 판매·홍보·마케팅 등에서 대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었지만, 달라진 모바일 지형에서는 큰 문제가 안 된다. 오히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힘이 된다. 모바일 프런티어들이 가진 창의적인 사고가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바꾸고 있다. 오픈마켓이 활성화되면서 국가 간 경계는 느슨해졌다. 세계 시장에 직접 도전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 경쟁은 더 심화되었지만, 그만큼 기회의 문도 더 많이 열렸다. 업체들이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면서 형성하는 에코시스템(기업 생태계)이 강조되는 점도 모바일 프런티어들에게는 기회이다.

김희관 제니텀 대표는 국내 최초로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인 아이니드커피를 출시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증강 현실의 유용성을 알린 인물이다. 당시만 해도 증강 현실이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아이니드커피가 나온 이후 국내에서도 수많은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이 출시되었다. 해외 유명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김대표가 증강 현실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지난 1998년이다. 미국 시카고에서 소프트웨어 컨설팅업체에 근무하던 중 유타 대학 연구실에서 증강 현실 기술과 마주쳤다. 그는 2004년 귀국해서 제니텀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증강 현실 기술을 개발하는 일에 착수했다. 두 번의 국책 과제를 수행하면서 증강 현실 엔진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데에 성공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과 개발에 대한 열정이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이 각광을 받기 전에 이미 관련 기술을 보유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김대표는 모바일 프런티어의 덕목으로 원천 기술을 꼽는다.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지만, 전력을 기울이는 것은 원천 기술 개발이다.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한 것도 제니텀이 보유한 증강 현실 엔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었다. 제니텀은 영상 인식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제니텀을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오스트리아 ICS, 독일 메타이오 등만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ICS가 얼마 전 퀄컴에 인수되었다. 앞으로 나올 퀄컴 모바일 칩에는 ICS의 영상 인식 기술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표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텔, 엔비디아 등 퀄컴에 대적할 만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김대표는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은 이제 아이디어 싸움이 되었다. 제니텀은 앞으로 2~3년 후를 준비하고 있다. 증강 현실 및 영상 인식과 관련한 새로운 원천 기술을 준비하고 있고, 일부는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대표가 최근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3차원 재구성 기술이다. 카메라 36대를 동원해 촬영한 이미지를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최근에 나오고 있는 3D 영상은 스크린이나 TV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제니텀의 기술은 보는 주체가 창 안으로 들어가 움직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드라마를 방영한다면 시청자가 스튜디오로 들어가 연기자의 뒷모습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1인칭 슈팅게임에서 유저의 움직임에 따라 주변이 함께 이동하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김대표는 “아직까지는 데이터량이 많기 때문에 PC에서만 구동이 가능하다.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한 모바일폰이 나온다고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모바일에서도 3차원 재구성 기술을 활용한 어플리케이션이 활성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대표가 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면, 임종현 디지털다임 대표는 모바일 광고 시장을 발 빠르게 개척해가고 있다. 8년간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있었던 임대표는, IT 붐이 시작되던 1998년 디지털다임을 설립했다. 기업들의 웹사이트를 제작하고 온라인 광고, 온라인 프로모션을 담당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모토로라, 렉서스, 도미노피자 등의 온라인 마케팅을 대행해왔다. 임대표는 새로운 환경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모바일 프런티어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꼽는다.

▲ 임종현 디지털다임 대표 | 모바일 광고 시장 개척 ⓒ시사저널 우태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임대표는 “온라인의 힘은 지금이 정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모바일이 온라인의 영역을 나누어 가질 것이다. 최근 애플이 아이애드를 통해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광고 이익의 60%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파격적인 조건이다.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는 국가의 경계가 없어진다. 국내 업체들이 외국에 나가기도 쉽고 반대로 글로벌 광고 대행사들의 국내 침투도 용이하다. 우리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디지털다임은 모바일 광고의 첫 작업으로 5월17일 도미노피자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한다. 업체 홍보와 함께 매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위치 정보를 이용해 주변 점포를 확인할 수 있고, 이벤트와 할인율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표는 “호주에서 도미노피자 어플리케이션이 출시된 이후 몇 주 만에 전체 온라인 주문량의 10%를 모바일 주문이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그 정도 성과를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모바일 업계에서 획기적인 디자인은 필수 덕목이다. 애플의 힘은 기기 성능과 풍부한 어플리케이션에서도 나오지만 디자인도 한몫하고 있다. 김상기 키유틸리티 대표는 여기에 착안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제품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다니던 회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자 직접 창업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시작한 키유틸리티는 이제 시제품을 내놓았을 뿐인 신생 기업이다. 사무실에는 김대표 외에 직원 한 명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애플 고객들과 얼리어답터 사이에서 그는 이미 유명 인사이다. 그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아이폰용 데스크폰독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3월30일 모바일 기기 관련 뉴스를 취급하는 엔가젯에 소개되고 얼마 후 기즈모도에 리뷰가 올려지면서 애플 마니아들은 데스크폰독이 나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업체끼리 협력하거나 학계의 이론 도입하기도

▲ 김상기 키유틸리티 대표 | 아이폰을 유선처럼 활용하는 신개념 제품 개발 ⓒ시사저널 박은숙

데스크폰독은 아이폰을 꽂아 유선전화처럼 쓰도록 만든 기기로 이전에는 없던 개념의 제품이다. 데스크폰독을 사용하면 충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스피커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알루미늄으로 몸체를 무게감 있게 만들어 수화기 선에 몸체가 딸려 오는 일도 없다. 아이폰 사용자들 간 통화가 무료이고, 인터넷전화와 스카이프로 저렴한 통화가 활성화되어 있는 해외 시장에서 유선전화처럼 사용한다는 콘셉트가 먹혀들고 있다. 김대표는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통신사, 일반 기업, 개인 사용자들로부터 수많은 제안이 몰려들고 있다. 일일이 확인하지 못할 정도이다. 지금은 제품 양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은 외형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궁극적인 디자인은 제품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어내고 관리하고 판매하는 것까지 통틀어 말한다. 스티브 잡스를 위대한 디자이너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같은 인식에서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 강장묵 세종대 정보통신과 교수 | 자신이 보유한 다양한 특허를 산업 현장에 응용 ⓒ시사저널 박은숙

새로운 기술이 기업 현장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학계에 있는 연구자들도 좋은 아이디어와 이론으로 무장한 기술들을 가지고 있다. 강장묵 세종대 정보통신과 교수는 모바일 관련 특허를 20여 개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 특허 프론티어’이다. 강교수는 “책·논문·강의 등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특허를 내거나 서비스 개발에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사람이 없어서 직접 특허를 신청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가 출원한 특허들은 증강 현실, 감성 정보 서비스 등과 관련한 것들로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최근에 와서 주목받고 있는 분야와 관련 있는 것들이다.

강교수는 자신의 특허를 기업 현장에 응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인스비젼아이넷이라는 벤처기업 CTO를 맡아 새로운 위치 기반 증강 현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강교수가 주목한 것은 사운드이다. 문자, 사진, 동영상에 관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은 이미 충분히 넘쳐나는 상황이다. 소리는 문자, 영상과는 다른 의미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커피전문점·식당·쇼핑몰·학교 등 만남의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사라지는 대화들이 많다. 이런 대화 정보를 위치 기반과 연동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조하겠다는 것이다. 강교수는 “최근 취업을 위해 한 장소에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이들이 대화 정보를 위치 기반에 연동해 올리면 그 장소를 찾은 다른 사람들이 증강 현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본에 충실한 인재 양성 위해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필요 

모바일 프런티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첫째는 SNS를 주목하라는 것이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등 SNS 이용자들은 자기 신상 정보를 노출하는 데 거침이 없다. 사생활 노출을 감수하면서까지 온갖 종류의 글들을 모바일 세상에 올린다. SNS는 모바일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광고, 마케팅에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것이다. 임종현 디지털다임대표는 “SNS에서 모을 수 있는 정보의 종류와 양을 얻기 위해서 예전 같으면 수많은 인력을 고용해야 했을 것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스스로 사진 찍고, 글을 올려 모여지는 정보가 엄청나다. 이런 정보들은 업체들에게 홍보도 되지만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성형외과 위치 정보에 부작용에 대한 글이 올라가 있다면 고객들은 선택을 꺼려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인재 양성 문제이다. 새로운 기술이 출현할 때면 언제나 지적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업계에서는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능한 인력들에 대한 스카우트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좀 더 체계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이 필요하다. 김희관 대표는 “기술 개발을 하면서 한 단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수학과 물리학 등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 없이 프로그램만 공부해서는 필연적으로 벽에 부딪치게 된다. 국내 교육 과정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은 개방적인 환경이다. 앱스토어, 페이스북, 트위터가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둔 것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개방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개방된 API를 활용해 마음껏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연동되는 웹사이트와 소프트웨어들이 수만 개이다. 이들은 가입 정보까지 공유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아이디만으로 많은 곳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포스퀘어, 팜빌(Farmville) 등 소셜네트워크게임들은 페이스북, 트위터를 등에 업고 성공을 거두었다. 애플 앱스토어 등장에 국내 개발업자들이 환호하는 것은 그만큼 국내 환경이 폐쇄적이었다는 반증이다. 국내에서는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도, 해당 포털 사이트나 통신 사업자가 사용을 허락하지 않으면 개발에 쏟은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임종현 대표는 “사업자들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몰린다. 이들이 뛰어놀 장을 마련해주어야 산업도 성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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