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강원에 ‘노풍’ 불까, ‘북풍’ 불까
  • 나인문 | 충청투데이 기자·남궁창성 | 강원도민일보 ()
  • 승인 2010.05.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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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좌희정·우광재’ 눈길…충남, 세종시 문제가 막판 변수 될 수도

▲ 지난 참여정부 때 ‘노무현의 오른팔’로 불렸던 민주당 이광재 의원(왼쪽)은 강원도지사 자리를 놓고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오른쪽)과 대결한다. ⓒ시사저널 이종현·유장훈

충남과 강원은 ‘무주공산’이다. 이번 6·2 지방선거 판세에서 주요 특징 중의 하나가 현역 광역단체장들이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충남은 유력한 후보였던 이완구 전 지사가 끝내 불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따라서 충남은 현재 전국에서 최대의 접전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원은 김진선 현 지사가 3선 연임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여야 맞대결이 불꽃을 튀긴다. 공교롭게도 이들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는 지난 참여정부 때 ‘좌희정, 우광재’로 불릴 정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했던 안희정 최고위원과 이광재 의원이다. 이들은 5월의 ‘노무현 서거 1주기’ 바람을 한껏 기대하고 있다. 종반전을 향해 치닫는 지방선거에서 흥미로운 관전 지역으로 부각되는 이유이다. 

절대 강자가 없어 대혼전이 예상되는 충남에서는 역시 세종시 문제가 변수로 남아 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전국을 뒤덮었지만, 이 지역만큼은 세종시 문제를 비켜가기 어렵다. 충남지사 선거는 한나라당이 이완구 전 지사의 공천을 포기하고, 대신 영입 인사인 박해춘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낙점하면서 대진표가 사실상 완성되었다. 민주당에서는 안희정 최고위원이 후보로 나섰고, 자유선진당은 당초 유력 후보였던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 대신에 충남도당 위원장인 박상돈 의원을 공천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현재 충남지사는 이들의 3파전 양상으로 좁혀지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동당 김혜영 도당위원장과 진보신당 이용길 부대표가 주자로 나선 상태이다.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는 “세종시 수정안(발전안)도 충청 도민들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당론이 결정되면 따르겠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야권의 후보들과 뚜렷한 전선을 긋고 있다. 일단 박후보는 이완구 전 지사의 도움을 가장 크게 기대하고 있다. 이 전 지사는 “한나라당 당원으로서 박후보를 돕겠다”라고 밝힌 상태이다. 세종시 수정안 추진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으나, 치열한 3자 구도에서 일부 세종시 수정안 지지자와 이 전 지사를 따르는 한나라당 성향의 지지자들을 잘 끌어들이면 당선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집권 여당의 프리미엄을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세종시 문제와 정권 심판론이 맞물릴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안희정 후보는 세종시 원조 정당의 이점을 안고 있는 데다가 선거일 10일 전에 맞게 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의 추모 열기를 탈 경우 상당한 지지율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지니고 있어 제1 야당 후보라는 점도 유리한 국면이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에는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의 지분도 크기 때문에 박상돈 후보에게 표를 잠식당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선진당 박후보는 아산군수, 대천(보령)시장, 서산시장, 충남도 기획정보실장(이사관) 등을 지내 충남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것이 강점이다. 앞서 치러진 선거 결과를 분석할 때 충청 표심이 대부분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흘렀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충남을 싹쓸이한 선진당 조직은 최대의 필승 카드이다. 그러나 충남을 기반으로 창당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보다 당 지지도가 낮게 나오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선거 막판 선진당 바람이 불어주기를 기대하는 이유이다.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충남지사 선거가 천안함 사태로 일시 잠복 상태에 있는 세종시라는 거대 변수와 지역 바람이 얼마나 불 것이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강원도지사 선거는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와 민주당 이광재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이다. 민주노동당의 엄재철 후보와 진보신당의 길기수 후보 등이 뒤를 쫓고 있지만, 양대 거물에 묻혀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17~18일 이틀간 강원도민일보와 KBS 춘천총국 등 강원 지역 다섯 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이같은 지역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지지율에서 이계진 후보가 38.2%를 기록하며 선두에 나섰고, 이광재 후보가 23.6%로 그 뒤를 쫓았다. 나머지 후보들은 극히 미미한 지지율에 그쳤다.

강원, 한나라당 강세 ‘전통’ 깨질까 촉각

▲ 충남지사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왼쪽)와 민주당 안희정 후보(가운데),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오른쪽)가 맞붙는다. ⓒ시사저널 사진팀·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강릉 재·보선에서 나타난 것처럼 강원 지역이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계진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다소 더 무게를 두는 것이 지방 정가의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유권자들은 도지사 선택 기준으로, 정당보다는 후보의 ‘능력과 자질’을 1순위로 꼽고 있어 여당으로서도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자칫 안일한 자세로 나섰다가 강원 지역에서 재선을 기록하며 무시 못할 지역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패기의 이광재 후보에게 역전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최근 이계진 후보측이 공약 제시와 유권자 접근 면에서 다소 성의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구설에 시달리면서 여권 주변에서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지난 3월26일 이후 지방선거 정국을 압도하고 있는 천안함 침몰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각종 후보 토론회 등 변수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해 북한에 의한 폭침(爆沈) 가능성이 주목되는 가운데 원인 조사 결과가 선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이다. 일단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휴전선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여당 성향의 보수층 표가 결집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가 지방선거 1주일 전이라는 점에서 야당 성향의 젊은 층 표 쏠림도 예상된다. 여기에 TV 토론회 등 미디어 선거전에서 누가 더 많은 유권자의 표심을 얻느냐도 관건이다. 최근 강원 지역 다섯 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마련한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이계진 후보는 방송인과 대변인 출신답게 높은 인지도와 노련한 화술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맞서 이광재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며 쌓아온 현안 진단 능력과 기획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지지율에서 한 발짝 앞서가는 이계진 후보가 각종 돌발 변수를 잠재우며 당선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이광재 후보가 불리한 정치 지형을 뒤흔들며 역전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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