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주당 “아, 잔인한 5월’
  • 도쿄·임수택 | 편집위원 ()
  • 승인 2010.05.11 19: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후텐마 기지 이전·오자와 간사장 정치 자금 문제 등으로 곤욕…집권 10개월 만에 고비 맞아

일본의 집권 민주당에 5월은 잔인한 달이 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집권한 이후 터져나온 두 가지 문제가 하토야마 정부와 민주당의 운명을 결정짓고 있다. 오키나와 미군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와 오자와 간사장의 정치 자금 문제가 그것이다.

정치 자금 문제에서는 하토야마 총리도 자유롭지 못하다.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는 미·일 간의 관계, 지방 정부와의 이해 갈등, 내각 내 소통의 문제 그리고 연립 정권 내 정책의 차이 등이 실타래처럼 뒤엉켜 있다. 정치 자금 문제는 타협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다. 오직 오자와 자신의 선택만이 남아 있다. 54년 만에 역사적인 정권 교체라는 위업을 이룩한 하토야마 정부와 민주당은 집권 10개월을 채 넘기지 못하고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5월4일 하토야마 일본 총리가 오키나와 현을 방문해 후텐마 기지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EPA

 일본에서는 하토야마 총리와 당·정의 운명이 5월에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력하는 이유이다. 그 스스로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총리직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고 공언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5월4일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권 이후 처음으로 오키나와 현과 검토 대상 지역인 나고 시를 방문했다. 그리고 오키나와 현에 있는 미군 헬리콥터 부대의 일부 이전지로 검토되고 있는 가고시마 현 도쿠노시마 3개 지역의 책임자도 만나 기지 이전의 불가피성을 역설할 계획이다. 오키나와 현 지사와 나고 시장과의 만남은 예상대로 강한 반대 입장만을 확인한 채 끝났다. 이전 반대를 명백히 한 도쿠노시마 3개 지역 대표와의 만남도 의미가 없었다. 

이에 앞서 연립 정권인 사민당의 후쿠시마 대표도 정부의 수정안에 대해 명백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사민당의 주장은 현 기지를 오키나와 현 밖이나 일본 국외로 이전하는 것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하토야마 정부와 미국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수정안은 갬프슈와브 지역의 일부 해안 지역에 활주로를 만들고 오키나와 현에 있는 헬리콥터 부대 일부를 가고시마 현의 도쿠노시마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이다. 도쿠노시마 지역으로의 이전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오키나와 현 내로의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경우 사민당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그렇게 될 경우 연립 정권에서 탈당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수정안에 대해서는 미군측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 내의 일부 의원들조차 하토야마 총리의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5월 안에 해결될 희망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는 집권 초기부터 내각 내 관련 장관들 간 소통이 잘 안 된 것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했다. 총리·외무장관·방위장관 간의 사전 조율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이 매스컴에 투영되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당사자인 미국측은 이 문제로 하토야마 정권 초기부터 불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민당 정권과 밀월 분위기를 유지했던 미·일 관계는 민주당의 등장과 함께 계속 냉랭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상태대로라면 민주당은 오는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하토야마 총리는 아마도 앞으로 남은 한 달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마음속으로는 하루라도 빨리 이 난국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가득할 것이다.

▲ 일본 보수단체 회원들이 도쿄 거리에서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의 사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검찰심사회, 오자와 간사장에 ‘기소 상당’ 의결…국민 불신 더 깊어질 듯

민주당의 앞길을 막고 있는 사안은 이것만이 아니다. 정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오자와 간사장의 문제가 당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오자와는 자신의 정치 자금 모금 단체인 리쿠잔카이가 도쿄에 있는 토지를 구입하는 데 사용한 4억 엔 가운데 일부를 건설업자로부터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에 기소되었다. 이 문제와 관련해 그의 비서 출신인 이시가와 토모히로 중의원이 전격적으로 구속되었다. 하지만 도쿄지검 특수부의 예봉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불기소 판정을 받았다. 판정 직후 사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오자와 간사장은 오불관언하듯이 7월 참의원 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최고의 책사로 통하는 오자와는, 여론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정치는 수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자신을 둘러싼 모든 문제는 자연스럽게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계산을 완전히 뒤집은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4월27일 11명의 민간인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검찰의 불기소 판정을 뒤집는 ‘기소 상당’을 의결했다. 검찰심사회가 결정을 하면 검찰은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까지 검찰이 심사위의 결정에 따른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또, 심사위에서도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는 쉽지 않다. 따라서 오자와에 대한 기소는 검찰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현실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기소 여부가 아니다. 오자와와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다. 대다수의 국민이 오자와가 기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심사회의 결정은 오자와 자신만이 아니고 검찰까지 궁지에 밀어넣었다. 검찰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불기소 판정을 한 사안을 다시 기소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원심대로 불기소로 결정할 경우 국민 대다수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정서를 무시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검찰심사회의 결정에는 철저한 증거 조사 및 법리적 해석에 따랐다기보다는 국민 감정에 많이 좌우되었다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오자와와 국민 그리고 검찰과 국민 간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민주당의 양대 축인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이 외통수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압력은 국민 감정이다. 54년 만에 자민당 정권에 종언을 고하게 했던 국민들은 다시 민주당에 집권 10개월 만에 경종을 보내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