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혁신, 경계를 허문다
  • 김세원 | 편집위원 ()
  • 승인 2010.05.25 15: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0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진단한 미디어 산업의 미래 / “새로운 콘텐츠 개발이 시대적 화두”

올 초부터 한국 사회에 엄청난 문화 충격을 몰고 온 아이폰과 <아바타>는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 세계 금융 위기로 이어진 혼돈의 시대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전령이라 할 수 있다. 올해 시작된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은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로 정의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콘텐츠와 IT의 상호 접근으로 문화와 기술의 경계마저 무너지고 있다. 아이폰의 경쟁력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어플리케이션(콘텐츠)에서 오듯, 3D 시대의 개막 또한 기술력의 기반에 인간의 상상력이 더해져 빚어낸 영화 <아바타>(콘텐츠)를 통해 폭발했다. 지난 5월12~13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10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한 연사들은 미디어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아이폰’ ‘아이패드’ 등 신기술 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이 시대적 화두임을 강조했다. 이 포럼에 나온 주요 연사들의 발표 내용을 요약해 공개한다.

■ 앤디 버드 월트디즈니 인터내셔널 회장(경계 없는 미디어 세상: 디즈니가 보는 내일)

월트디즈니가 아직도 만화나 테마파크를 주된 사업으로 두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월트디즈니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따라 디즈니의 콘텐츠 전달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기존에 TV나 영화로만 보던 디즈니의 콘텐츠를 지상파와 케이블, 위성, 모바일폰 등을 통해 세계 모든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다양한 플랫폼의 유통망을 다시 짜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일찌감치 전통적인 광고보다 구전 효과가 훨씬 중요해지고 있음을 간파하고 대표적인 소셜미디어 사이트인 페이스북에 디즈니 페이지를 만들었다. 전세계 3백50만명에 이르는 디즈니 팬들은 각각 평균 2백4명의 페이스북 친구를 가지고 있으며, 디즈니의 콘텐츠에 반응하고 피드백을 제공한다. 디즈니가 최근 개발한 ‘키체스트(Keychest)’라는 기술은 소비자들이 하나의 기기를 통해 구매한 콘텐츠를 다른 여러 기기로 옮겨서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이다. 우리는 엄청난 콘텐츠와 지적재산권, 스토리텔링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뉴미디어 시대를 주도해나갈 수 있는 기업이라고 본다.

■ 제임스 캐머런 라이트스톰 엔터테인먼트 회장(상상력과 기술, 신르네상스를 맞다)

<타이타닉>을 만들기 이전인 1995년,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을 첨단화할 목적으로 <아바타>의 각본을 썼다. 2000년 입체 카메라를 만들었고 퓨전3D 카메라로 발전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전세계적으로 아이맥스 극장이 50개 정도에 불과해 다수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영화를 만들 명분이 없었다. 나는
<심연(Abyss)>을 만들면서 할리우드 관계자들에게 3D를 알리는 데 힘썼다. 점차 3D 프로젝터들이 출시되었고, 2005년에 결국 85개의 3D 스크린이 보급되어 처음으로 <치킨 리틀>이라는 3D 애니메이션이 상영되었다. 그러나 3D 스크린 보급과 영화 제작 모두 발전 속도가 느렸다.

3D 혁명을 이끌려면 획기적인 콘텐츠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당시 구상 중이던 모든 프로젝트를 훑어보니 <아바타>가 단연 눈에 띄었다. 2005년 <아바타>의 제작에 들어갔는데 첫 2년은 안면 데이터 인식 시스템 등 연구와 개발에만 전념했다. <타이타닉> 때처럼 <아바타> 역시 많은 투자와 노력을 요구했다. 그동안에도 <베오울프> <몬스터 하우스> <아이스 에이지> 등 3D 영화의 성공이 이어졌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에서 3D 스크린을 잇따라 설치한 것이 <아바타>의 흥행에 도움이 되었다. <아바타>는 전세계에서 28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면서 영화사의 모든 기록을 갱신했다. 프랑스의 경우 전체 극장 숫자의 절반인 5백 곳의 극장이 스크린을 설치해 1억5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러시아에서는 3백개의 극장에서 1억 달러, 중국의 경우는 100개의 극장에서 3D 스크린을 설치해 중국 역사상 최고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3D가 몰고 올 디지털 르네상스는 이미 시작되었다. 올해 안에 30편의 3D 영화가 나온다. 영화에서 시작된 3D 영상은 TV와 방송, 콘텐츠 전반에 걸쳐 새로운 부가가치를 안겨줄 것이다.

■ 존 언더코플러 오블롱 인더스트리즈 창업자(인터페이스:생각대로 움직이는 디지털 세상)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것처럼 마우스와 터치스크린 대신에 손 동작만으로 각종 디지털 기기를 작동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현재 디스플레이는 입력과 출력단이 분리되어 있는데 이를 같은 공간에 놓으면 이용자가 훨씬 더 편하게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발전의 1단계라면 2단계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허공에 펼치는 손 동작만으로 각종 전산 처리를 하는 장면이 재현되는 이른바 ‘제스처 인터페이스’이다. 마지막 단계는 언제, 어디서나 주어진 환경에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단계이다. 2단계부터는 디스플레이 간에 콘텐츠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필요하게 된다. 마우스를 쥐고 있던 손을 펴고 동작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해 인터페이스의 자유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데이터와 프로그램이 휴대전화이든 게임기 등 디스플레이를 자유롭게 넘나들게 하려면 새로운 방식의 운영체계(OS)가 필요하다. 이것이 공간 운영 환경(SOE)이다. 우리는 실제로 최초의 공간 운영 환경인  ‘G스피크’를 개발했는데, 공간 안의 모든 디스플레이를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손을 이용해 조작하는 기술이다. 지금은 매우 비싸기 때문에 보잉 등 일부 회사가 물류 공급망, 재무 관리 등에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단가를 낮춰서 ‘G스피크’를 일반 소비자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 강태진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전무(스마트폰, PC를 저격하다) 

많은 PC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08년에 비해 2009년 소비자들의 휴대전화 이용 시간은 45% 증가한 반면, PC 사용 시간은 15% 감소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의 외형과 기능이 사람과 닮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사람의 감각 기관과 두뇌에 해당하는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 이를테면 카메라는 눈, 마이크는 귀, 근접 센서는 평형감각, 터치스크린은 손, CPU는 두뇌에 해당한다. 또,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아이언맨2>와 같은 영화 포스터를 카메라로 찍은 후, 예고편, 상영 영화관, 상영 시간 등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즉,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 있는 용량에 한계는 있지만 다양한 네트워킹 기능을 바탕으로 수많은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애플 앱스토어가 성공을 거둔 것은 과도기적인 현상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브라우저로 이용하는 것을 더 좋아할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모바일 시스템이 영원히 지속되거나 아이폰이 전세계를 평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나의 플랫폼, 하나의 기술은 모든 사용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