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판 만큼 ‘눈’도 깊어졌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6.2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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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해설사 윤운중씨

문화계에 또 하나의 재야 스타가 탄생했다. 오르세미술관이나 루브르박물관, 대영박물관 등 유럽 미술관 투어에서 그림 해설사(도슨트)로 이름을 떨쳤던 윤운중씨(44)가 서양 고전미술과 음악이 결합된 ‘아르츠 콘서트’와 책, 강연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윤씨의 그림 해설은 우리 문화유산 다시 보기 붐을 불러일으킨 유홍준씨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정확히 겹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것. 게다가 유홍준씨만큼이나 이야기의 흐름을 잘 타면서 논리 정연한 설명을 보탠다. 

최근 국내에서 진행된 ‘아르츠 콘서트’의 쇼케이스에서 그는 19세기 낭만파 시대의 음악과 미술, 돈과 사람이 어떻게 이합집산을 하고 관련을 맺으며 한 시대의 역사를 엮어갔는지, 장르를 넘나들면서 시대와 지역을 오가며 설명했다. 예를 들어, 요제프 딘 하우저의 <리스트가의 저녁식사>(1840년)를 꺼내든 그는 그림에 등장한 리스트, 로시니, 알렉산더 뒤마, 빅토르 위고, 파가니니, 조르즈 상드, 베토벤의 흉상을 통해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던 19세기 파리의 사회상과 낭만파 음악, 회화사까지 단숨에 설명해버렸다.

인문학 강의보다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이런 해설을 하는 윤씨에게는 정작 대학 졸업장이 없다. 그에게는 8년간의 박물관 현장 공부가 대학 졸업장을 대신한다. 삼성전자에서 제어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연구원이었던 그는, 안정적이고 인정받던 직장 생활을 ‘너무 익숙해졌다’라는 이유로 사직하고 2003년 로마로 날아갔다. ‘예술이 무엇인지, 그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로마 생활을 시작했다. 유럽 투어의 핵심은 미술관이었고, 관광 가이드로 새 삶을 개척하기 위해 나선 그에게 미술 공부는 필수였다. 미술은 그가 생각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 하는 삶’과 ‘호기심’을 모두 충족시켜주었다. 그는 두 달 동안 바티칸박물관에 출근했다. 가이드로 번 돈은 개인적으로 서유럽 전역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보는 데 썼다. 그의 공부가 깊어지자 해설이 유려해지고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수천만 원을 주면서 한 달 동안 서유럽 전역의 미술관 동행 도슨트를 부탁하는 이도 있었다. 이름이 알려지자 그를 역수입해 국내 블록버스터 미술 전시회에서 그림 해설을 부탁하는 경우도 생겼다. 급기야는 아르츠 콘서트를 제의하고, 단행본 출판과 TV 강연까지 제안하고 있다.

그의 팬들은 그에게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윤씨만큼 ‘아는 만큼 보기 위해’ 루브르와 대영박물관,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까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미술사 책을 많이 본 사람이 드물다는 것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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