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시절’ 언제까지 갈까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8.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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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 지난해에 이어 1위 고수…송사 등 악재 겹쳐 향후 기상도는 불투명 유재석·강호동, MC계 양대 산맥으로서 위상 건재…5위 김제동 급부상 ‘눈길’

ⓒ시사저널 임준선

<스피드 레이서> 조연, <닌자 어쌔신> 주연. 전세계에 공개된 이 두 편의 할리우드 영화 출연 경력으로만 놓고 보아도 가수 겸 연기자 비(정지훈)는 한국 연예사에서 한 획을 그을 만한 경력을 쌓았다. 이런 활동으로 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가장 영향력 있는 연예계 스타로 뽑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난해 그가 출연했던 <닌자 어쌔신>의 세계 흥행이나 국내 흥행 성적이 좋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월드 투어를 둘러싼 송사도 이어졌다. 해외 활동에 치중하느라 국내 무대도 오래 비워 두어야만 했다.

비는 지난 4월 초 스페셜 앨범 <백 투더 베이직>을 발표하고 국내 활동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효리의 컴백 앨범과 맞붙으며 화제성이 잠식되었고, 천안함 사태에 치었다. 최근에는 그가 대주주였던 코스닥 업체의 주식 매각 건으로 ‘먹튀 논란’에 휘말렸고, 이 회사와 관련된 송사에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연예 생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비가 음악·영화·드라마 등 활동 폭이 넓고 해외 활동을 하면서 집중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자체 기획사까지 세우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텔레비전 쇼의 양대 권력으로 점점 더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다. 두 사람은 2008년에 5, 6위, 2009년에 2, 3위를 차지하더니 올해도 순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1위와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특히 강호동은 유재석과의 지명도 차이를 올해는 0.3%로 좁혀 연예 권력 투톱 시대임을 실감케 하고 있다.

지난해 10위권 중 조용필·최불암·김혜자는 순위권 밖으로

지난해 10위권에 들어 있던 인물 중 조용필, 최불암, 김혜자가 빠지고 진행자이자 개그맨인 김제동이 5위, 이효리가 7위, 장동건이 8위에 진입했다.

이효리는 <유고걸>을 발표했던 2008년에 4위를 차지했었고 2009년에는 11위, 올해는 새 앨범 <(h로직>과 싱글 <치티치티뱅뱅>을 히트시키면서 다시 7위를 기록해 현재 연예계 여성 스타 중에는 최고임을 입증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김제동의 부상이다. 김제동은 2008년, 2009년 순위에서는 30위권 안팎의 ‘무명’이었다. 그런 그가 올해 5위로 떠오른 것은 연예 스타로서 활약이 돋보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인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출연 금지 외압설에 시달리면서 연예 뉴스가 아닌 사회 뉴스의 등장인물이 되었다. 정덕현씨는 “이번 조사 결과에 김씨의 사회적인 영향력이 반영된 것 같다. 김제동씨의 최근 발언이나 트위터 등의 활동상이 연예계 바깥으로 퍼져나가면서 더 크게 주목을 받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그를 스타로 만들어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최근 광고모델로만 활동하는 장동건이 8위에 오른 것도 이례적이다. 상반기에 있었던 결혼식 때문에 인지도가 올라간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웨리어스 웨이>가 오는 11월 전세계 개봉을 앞두고 있고,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에 출연을 확정지었기에 내년부터는 배우로 활동하는 그를 볼 수 있을 듯하다.


유재석과 강호동의 아성은 절대적이다. 월요일 최고 예능 프로그램인 <놀러와>는 유재석(사진 왼쪽)이 진행하고, 화요일 최고 예능 프로그램인 <강심장>은 강호동(사진 오른쪽)이, 수요일에는 강호동의 <무릎 팍 도사>가, 목요일에는 유재석의 <해피 투게더3>가 있다. 주말은 유재석의 <무한도전>과 강호동의 <1박2일>이 지배한다. 이들의 위상은 수상 성과로도 알 수 있다. 최근 3년간 방송 3사 연예대상은 유재석과 강호동의 독무대였다. 이 둘은 각각 네 개의 대상을 나누어가졌다. 가히 최고 MC의 위세라 할 만하다. 이들의 이동에 따라 예능계 지형이 흔들릴 정도이다.

수많은 연예인이 ‘유라인’, 혹은 ‘강라인’에 속하고 싶다고 공개 구애를 한다. 다른 MC들은 다른 프로그램에 게스트로도 출연하지만 유재석, 강호동은 그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다. 모두가 그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선망한다. 연예인이 동경하는 연예인. 연예인들의 연예인인 것이다. 그들을 중심으로 예능계 2인자들이 형성되고, 신인이 육성되며, 프로그램의 존폐가 갈린다. 그야말로 연예 권력이다.

시청자의 절대적인 지지가 이것을 가능케 한 힘이다. 그런 지지를 이끌어낸 것은 당연히, 이들의 탁월한 능력과 매력이었다. 유재석의 경우는 재치 있는 언변, 순발력 있는 대처, 꽁트, 상황극 능력 등 모든 것을 갖추었다. 출연자들이 어떤 말을 해도 재미있게 받아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그 자신이 순간순간 웃긴다. 남의 캐릭터를 잡아주는 데에도 능하다. 드리블, 어시스트에 골 결정력까지 갖춘 것이다. 남을 흉내 내며 연기할 때는 코미디 연기력까지 보여준다. 이런 능력에 더해 항상 앞장서서 고생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 부드러운 진행으로 인간미까지 보여준다.

강호동은 재치 있는 언변이 조금 부족한 듯하지만 상황 판단력이 워낙 뛰어나다. 순발력, 소통 능력, 꽁트, 상황극 등은 그 역시 최고 수준이다. 그는 혼잡한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프로그램을 진행해나간다. 판단력과 카리스마 덕분이다. 그는 유재석과는 달리 공격적인 캐릭터이다. ‘안티’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의 소탈하고 직선적인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의 에너지에 매료된 사람도 적지 않다. 그가 호탕하게 라면을 먹을 때 최고의 시청률이 나오곤 하며, 출연진 전원보다 혼자서 더 흥미진진한 그림을 만들어내 ‘미친 존재감’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은 예능 최고의 MC가 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연예 권력까지 된 것은 시대를 잘 만났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예능이 보잘 것 없는 분야였지만 지금은 최고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가수·탤런트·개그맨 등 모든 분과를 거느린 최고 부문에서 최고가 되었기 때문에 이들은 연예인들의 연예인, 연예 권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이들의 절대적인 위상은 조금 흔들리고 있다. 강호동은 <1박2일>이 예전 같지 않고, <강심장>이나 <스타킹>에서 비난을 들을 때가 많다. 유재석은 <런닝맨>으로 능력을 의심받는다. 하지만 이들을 대체할 만한 사람이 없다. 그나마 이경규 정도만이 살짝 위협적인 상황이다. 그러므로 ‘유-강 천하’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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