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세력’ 대 ‘민중당 동지’
  • 감명국 기자 · 조진범 | 영남일보 정치팀장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09.1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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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김문수 ‘인맥’ 비교 / 박 전 대표 주변 인물 대부분 베일에 가려…김지사측은 비주류 인사가 다수

■ ‘보일 듯 말 듯’ 박근혜 전 대표의 인맥

“박근혜의 그림자를 찾아라.” 한때 국정원에서 나돌았던 얘기이다. 국정원 직원들 사이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멘토’를 찾으면 1계급 특진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소문도 곁들여졌다. 그만큼 박 전 대표의 자문 그룹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국정원의 ‘그림자 찾기’는 박 전 대표의 발언 때문이다. 미디어법과 세종시 문제를 거치면서 박 전 대표가 이따금씩 툭툭 던진 한마디가 국정원의 눈을 시뻘겋게 만들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국정원측이 하소연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박 전 대표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분명히 누군가 뒤에서 조언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라고 전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그림자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한다. ‘없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누구 말을 듣고 움직일 사람이 아니다. 물론 보고는 수시로 이루어지지만 모든 판단은 전적으로 박 전 대표 혼자서 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정책 조언 그룹으로 남덕우 전 총리 등 제3공화국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노(老)정객들을 꼽는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인사들이다. 학자들 중에서는 방석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거론되지만, 요즘 활동이 뜸하다는 소식이 들린다.

친박계 주변에서는 “자문 그룹보다는 박 전 대표의 ‘공부’에 도움을 주는 전문가들이 존재하지 않겠느냐”라고 예상한다. 이 전문가들의 명단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함께 일해 온 일부 인사들만 알고 있다고 전해진다. 박 전 대표와 전문가들은 이름을 외부에 흘리지 않는 조건으로 연구 모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문가 일부를 추천했다는 소문도 있다. 제3공화국 때 재무부장관을 역임한 김용환 전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한 친박 인사는 “김종인 전 수석이나 김용환 전 의원 진영에서 조언을 하고 수시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나름으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판단은 전적으로 박 전 대표의 몫으로 알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박 전 대표가 분야별로 1 대 1로 공부하는 ‘스터디’도 있는데, 역시 명단은 베일에 싸여 있다. 자칫 공약 자문 그룹으로 알려지면 대권 구도가 조기 과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굉장히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실무팀으로 활약했던 일부 인사들도 은밀히 활동한다. 최근 박 전 대표의 팬그룹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조직으로 활성화시키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친박계 의원들이 ‘그냥’ 활동한다. ‘세종시 수정안 투표’를 통해 드러난 친박계 의원들의 수는 50명을 넘지 않는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으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이나 비서실장을 맡았던 유정복 의원의 존재감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이들 외에 홍사덕 의원, 서병수 최고위원, 최근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은 이학재 의원, 이성헌 의원 등이 대표적인 ‘친박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박 전 대표에게 조언을 하기는커녕 눈치만 살핀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박 전 대표에게 곧잘 ‘쓴소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친박계 의원은 “건의를 해도 ‘알았다’는 대답만 돌아오니까 힘이 빠지기도 한다. 박 전 대표가 의원들의 조언을 듣고 행동에 나서는 일은 잘 없다. 일부는 개인적으로 잘못 판단해 박 전 대표와 엇박자를 보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구심점도 없다. 특정인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 박 전 대표의 스타일이 만든 현상이다.

■ ‘진화한 골수 운동권’ 김문수 지사의 인맥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TK(대구·경북)’ 출신이다. 학교도 경북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이 정도 되면 지연과 학연에서 대한민국 인맥의 최고 중심에 서 있음직하다. 하지만 김지사의 인맥은 ‘주류’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골수 운동권’ 출신이었던 그의 주변에는 아직도 과거 운동권 현장에서 맺어졌던 인연들이 많다. 심지어 경북고 출신 인사들 중에서 “김지사가 경북고 출신이었어?”라는 반문이 나올 정도이다. 김지사 역시 경북고 동문회에는 거의 나가지 않는다.

김지사의 인맥은 크게 민중당 출신과 ‘비(非)민중당’으로 나뉜다. 그만큼 민중당 출신들이 많다. 한나라당 내에서 이른바 ‘김문수계’로 일컬어지는 차명진·임해규 의원이 모두 민중당 출신이다. 1990년 당시 민중당 노동위원회에서 활약했던 차의원은 거기서 김문수 노동위원장을 모셨다. 이후 차의원의 정치 행보는 그야말로 김지사의 그림자였다. 그 스스로 “김지사는 나의 정치적 스승이다”라고 말한다. 김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고, 이후 김지사의 지역구(부천 소사)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임의원 역시 민중당 출신이다. 그 자신은 “민중당이라는 조직 속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한 적은 없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김지사가 민중당에 몸담았을 당시부터 보좌했던 탓에 ‘범민중당’ 출신에 포함되고 있다.

역시 ‘친(親)김문수’로 통하는 김용태 의원도 민중당 출신이다. 그는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92년 총선 당시 장기표 민중당 정책위의장의 서울 동작 갑 선거를 도왔다. 그때 장의장의 선거사무실 사무장이 바로 김지사였다. 김지사의 최측근으로 손꼽히는 허숭 경기도시공사 감사는 민중당 서울시 청년학생위원장 출신이다. 최근까지 경기도 대변인을 맡는 등 지근거리에서 김지사를 보좌하고 있다. 허감사와 함께 김지사를 밀착 보좌하고 있는 최우영 현 대변인, 노용수 전 비서실장 등도 모두 민중당 출신이다. 환경 분야에서 김지사에게 정책적 조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도 역시 민중당 출신이다. 하지만 무어니 무어니 해도 김지사 민중당 인맥의 핵심 인물은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김지사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홍준표 최고위원 등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대표에게는 스스럼없이 “형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장관과는 동향(경북 영천)으로 상당히 친하다. 경기 안산 상록 갑의 이화수 의원도 당내에서는 ‘김문수계’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평소 김지사와 가깝다.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도 김지사를 많이 도왔다는 후문이다. 김지사가 2006년 도지사에 취임했을 때 정무부지사에 발탁된 원유철 의원도 김지사와 상당히 가깝다. 그는 현재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각 분야에서 김지사에게 정책적 조언을 담당하는 전문가 그룹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표적인 인물인 이한준 경기도시공사 사장은 김지사가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GTX(수도권 광역 급행 철도)의 창안자로 알려져 있다.

교통개발연구원 부원장 출신으로 교통공학 전문가인 그는 경기도지사 정책특별보좌관을 역임하며, 특히 김지사가 교통 정책에 두각을 나타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팀장과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김지사의 경제 브레인으로 활약 중이다. 경기신용보증재단 상임감사를 지낸 전문순씨는 금융 전문가로, 한나라당 의원과 복지부장관을 역임한 서상목 경기복지미래재단 이사장은 복지 전문가로 각각 김지사와 교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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