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신발 신으면 지능이 높다고?
  • 전우영│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심리학의 힘p' 저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11.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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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관계 없는 것을 조사해 인과 관계 단정 짓는 오류에 대해

신발 크기와 지능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큰 신발을 신는 사람들이 작은 신발을 신는 사람들보다 지능이 더 높을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이 황당한 질문에 대한 답은, 놀랍게도, 큰 신발을 신는 사람일수록 지능 지수가 더 높다는 것이다.

이제 조기 교육을 위해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대신 큰 신발을 신겨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발이 커야 큰 신발을 신을 수 있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발을 크게 만들 수 있는 운동을 시켜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의 영어 발음을 좋게 하겠다고 혀를 길게 만드는 성형 수술을 하듯이, 아이들 발을 크게 확대시키는 성형 수술 열풍이 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성형 수술을 받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으면, 부모들이 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입하는 적립식 펀드가 히트 상품으로 떠오를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이런 황당한 일들이 우리 사회에 벌어질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신발이 클수록 지능도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만으로 12세 미만의 아동에게서만 발견되기 때문이다. 12세 전까지 아동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지능이 급격히 발달하고 동시에 발도 커진다. 네 살짜리 아동보다 열한 살짜리 아동이 더 큰 신발을 신고, 더 똑똑하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12세 미만인 아동의 경우에는 지능이 변화하는 양상과 신는 신발의 크기가 변화하는 양상 간에 관련성이 있다. 이러한 관련성이 발견되었을 때 신발의 크기와 지능이라는 두 개의 변인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 수 있듯이 신발의 크기가 지능을 결정하는 원인은 아니다. 즉, 큰 신발을 신었기 때문에 지능이 좋아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신발 크기와 지능이라는 두 변인 사이에는 하나는 원인이고, 다른 하나는 결과로 맺어지는 인과 관계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신발과 지능 간의 관계에 대한 사례는 두 변인 사이에 상관이 있다고 해서 두 변인 사이에 반드시 인과 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제3의 변인인 연령이 신발 크기와 지능에 모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 12세까지는 나이를 먹을수록 발도 커지고, 뇌도 발달해서 더 똑똑해진다. 따라서 이 경우에 연령은, 신발 크기의 원인이 되고 동시에 지능 발달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다양한 조사와 연구 결과들이 대중 매체를 통해 자주 보도되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설문조사를 이용해 자료를 수집한 조사 연구들이다. 일반적으로 조사 연구는 두 개의 변인을 측정해서 두 변인이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신발 크기가 클수록 지능이 올라가는지 또는 떨어지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로는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볼 수는 있지만, 인과 관계를 파악할 수는 없다. 인과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변인을 연구자가 임의로 조작할 수 있는 실험 연구를 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이 발달해서 발의 크기를 늘리는 주사제가 개발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주사를 한 대 맞을 때마다 10cm씩 발의 크기가 늘어난다. 하지만 주사를 맞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발의 크기를 제외한 다른 모든 특성은 주사를 맞기 전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연구자는 한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주사를 놓지 않고 다른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주사를 한 대씩 놓고 나서, 두 집단 사람들의 지능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물론 이 두 집단은 주사를 맞기 전에 다른 모든 특성이 동일하도록 만든다(이 방법은 심리학 실험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절차이지만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한다). 즉, 연구자가 원인이라고 가정한 발의 크기만을 변화시킨 상태에서 두 집단의 지능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다. 다른 모든 특성이 동일하고 단지 발의 크기에서만 차이가 나는 두 집단이 지능에서 차이가 났다면, 우리는 발의 크기가 지능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늘 어떤 현상의 진짜 원인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과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실험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실험 연구를 수행하는 데는 상당히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수반한다. 따라서 실험이 불가능한 조건에서는 조사 연구를 수행하고, 실제로 조사 연구는 인과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빼면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연구 방법이기도 하다. 문제는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한 조사 연구들의 결과가 대중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마치 인과 관계를 발견한 것처럼 포장되어서 알려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honeypapa@naver.com


 아침 식사 거르는 아이가 성관계도 일찍 갖게 된다?

어느 날 아침 한 포털 사이트에 들렀는데, ‘아침 거르는 아이, 성관계 일찍 갖게 된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주요 기사로 떠 있었다. 일본 가족계획협회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아침 식사를 거르는 학생들의 경우에 첫 성관계를 갖는 나이가 매일 아침 식사를 하는 학생들보다 더 빠르다는 것이다. 기사를 보면서 이제 부모님들은 예상치 못했던 손자나 손녀가 세상에 너무 일찍 나와서 엉겁결에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잘 챙겨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연구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아침 식사와 첫 성관계를 갖는 나이 사이의 관계뿐이다. 바쁜 학교 생활 중에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학생은 아마도 자기 조절 또는 자기 통제를 잘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자기를 잘 통제하는 학생은 아침 식사만 거르지 않는 것이 아니고, 성적인 충동도 잘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렇다면, 이른 나이에 성경험을 하게 되는 원인은 자기 조절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지 아침을 자주 안 먹었기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학생들로 하여금 이성과의 성적 접촉보다는 학업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아침 식사를 꼬박꼬박 잘 챙겨 먹도록 하는 것은 쓸모없는 대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심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생들의 자기 조절과 통제 능력을 증진시킴으로써 성적인 접촉 시기를 늦추고 동시에 식사도 거르지 않게 해주는 것이 실제적인 효과를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과 인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타당한 결론을 내리기 위한 추론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두 변인 간의 관계가 상관관계인지 아니면 인과 관계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엇이 원인인지 파악하지 못한 채로, 발견된 상관관계에 기초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많은 경우에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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