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예산 < 공안 예산> 문 잠그기 바쁜 중국
  • 조홍래│편집위원 ()
  • 승인 2011.03.1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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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 혁명’ 여파 걱정하며 반체제 움직임에 엄중 경고 주요 거리에 정·사복 경찰 배치하고 외신기자 단속에도 열 올려

 

▲ 지난 2월27일 중국 베이징 인근 왕푸징의 쇼핑 거리에서 경찰관들이 떼를 지어 순찰을 돌고 있다. 왼쪽은 카메라를 막은 한 경찰관의 손. ⓒNew York Times 연합

중국이 ‘재스민 혁명’ 차단에 사활을 걸었다. 최근 공개된 올해 ‘공안’(public security) 예산은 사상 처음 국방 예산을 초과했다. 이 예산은 반정 소요를 진압하는 비용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중동 민주화 바람에 얼마나 민감한가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집권 공산당은 또한 북아프리카와 이집트에서 시작된 민주화 운동을 중국에서 확산시키려는 모든 집회와 선동을 단호히 분쇄하겠다며 엄중히 경고하고, 이런 움직임을 취재하는 외신기자들에 대해 무자비한 단속에 나섰다.

공안 예산은 지난해보다 13.8% 증가한 9백50억 달러로 중국 인민해방군 예산 9백15억 달러를 상회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공안 예산이 군 예산을 초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군 예산은 1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요구하는 반체제 인사들의 소요 조짐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거의 신경질적이다. 당 기관지 베이징데일리는 ‘안정은 축복이요, 혼란은 재앙이다’라는 논평을 통해 중동발 민주화 운동이 인터넷을 타고 중국에 확산되는 사태를 국운을 걸고 차단하겠다고 다짐했다.

외국 기자 탄압한다는 뉴스마저 봉쇄

사회적 소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예산 증액은 G2로 부상한 국가적 위상과 지속적 경제 성장에도 공산당 1당 독재에 대한 인민들의 저항에 중국 정부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중국은 지난 3주간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에서 재스민 혁명을 위한 집회 계획을 3차례나 저지했다.

그 이후 주요 도시에는 거의 몇 m 간격으로 경찰이 배치되어 통행자들을 감시하고 있다. 이번에 증액된 공안 예산은 공교롭게도 사회 복지 예산에서 전용됨으로써 정부에 대한 서민들의 불만은 역설적으로 심화되었다. 중국의 공안 예산은 과거 베일에 가려 있었으나 이번에 이례적으로 이를 공개한 것은 소요 사태를 막기 위한 지도층의 결의를 공공연하게 보여줌으로써 반체제 인사들의 기를 꺾으려는 선제 공세로 해석된다.   

반정 활동을 취재하는 외국 기자들에 대한 탄압도 도를 넘었다. 외신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어느 정도 용인하던 태도는 중동 사태 이후 표변했다. 외신기자들을 국내 반체제 인사들을 다루듯이 임의로 미행·구금·구타하고 있다. 일요일인 3월6일 상하이에서 취재 중이던 서방 기자들은 지하실로 끌려가서 2시간 동안 심문을 당한 끝에 풀려났다. 베이징에서는 다수의 사복 경찰이 미국 특파원의 집 밖에서 잠복했다.

이 특파원은 그 전주에 인터넷을 통한 항의 집회를 취재하다가 구금되어 구타당한 뒤 석방된 바 있다. 일부 공안들은 배구장에 간 이 특파원을 미행하고 일거일동을 비디오로 촬영했다. 10여 명의 외국 기자들의 집에는 공안들이 찾아와 “말썽을 일으키지 마라”라고 경고했다.

반정 소요 및 외신기자들에 대한 단속은 두 달 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외신 통제는 완벽하고 철통 같았다. 외국 기자를 탄압한다는 뉴스마저 봉쇄되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특명으로 외국 기자들의 취재를 상당히 완화했다. 덕분에 외신기자들은 당국의 허가 없이도 인터뷰를 할 수 있었으나 지금 그런 자유는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외교부의 여성 대변인은 외신기자들에게 2008년의 기억을 잊으라고 충고했다. 홍콩 대학의 언론학 교수 데이비드 반두르스키는 중국이 다시 스스로를 폐쇄하는 ‘통제 모드’로 진입했다며, 이 방법 외에 대안이 없는 것이 중국 당국의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언론 통제는 정권에 대한 위협이 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수법이기는 하나 가혹한 언론 규제가 상당히 오랜만에 등장했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집에서 중국 경찰의 예고 없는 방문을 받은 기자들은 뉴욕타임스, CNN, AP 통신, NBC, 블룸버그 통신 등 주로 미국 기자들이었다. 10년간 중국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서방 기자는 경찰이 집으로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외국 기자들에게 취재 규정을 준수하고 반정 시위를 보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어떤 기자는 시위를 보도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했다. 중국 외신기자 클럽에 따르면 네 명의 기자가 자신들의 G메일을 해킹당했다. 소요 사태에 대한 베이징 당국의 신경과민은 3월6일 일요일 오후 베이징 중심가 자금성(紫禁城, Forbidden City)  인근의 두 쇼핑센터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시위를 주도한 인사들은 튀니지 정부를 전복한 봉기를 모델로 삼아 맥도날드 가게 앞에 모이라는 인터넷 통지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당국은 외국 수뇌가 방문할 때처럼 주변 광장을 완전히 봉쇄함으로써 집회를 원천 차단했다. 자금성 거리에는 정·사복 경찰들이 쫙 깔렸다. 이들은 경찰 유니폼과 사복 차림을 했고 더러는 청소부나 행인으로 위장하기도 했으나 모두가 이어폰을 꼽고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휴대했다. 거리에 나온 행인들 중 아시아인들은 검문을 덜 받았으나 서방계 인사들은 신분증 조사와 몸 수색까지 당했다.

 반정 세력도 ‘일요 산보’ 등 새 수법 동원

▲ 지난 2월27일 타이완에서 홍콩과 마카오 출신 유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

탄압이 심해지자 반정 세력도 신종 수법을 개발했다. “하나의 불똥이 들불로 번진다”라는 마오쩌뚱(毛澤東)의 어록을 원용한 게릴라식 시위 방식이다. 중국의 국내외 민주 운동가들은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전국 10여 개 도시에서 매주 일요일 ‘일요 산보’(sunday stroll)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 등을 통해 산책을 나오라는 메시지를 전국에 유포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중국어 사이트 보쉰(博迅, www.boxun.com)이 전파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이 사이트는 중국의 변화를 촉구하는 첨단 인터넷 조직의 하나이다. 주동자들은 1976년 4인방을 규탄하는 톈안먼(天安門) 시위, 1978년의 ‘민주화의 벽 운동’ 그리고 1989년의 역사적 톈안먼 봉기를 조직한 베테랑급 활동가들이다. 이 조직은 3년 전 ‘헌장 08’을 만들어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투옥과 이에 따른 국제 여론의 규탄을 불러온 연합 조직과 유사하다.

일요 산보 수법이 노리는 것은 당국의 진압 능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전국의 모든 성과 도시에서 산보를 빙자한 소규모 집회를 통해 중동 민주화 소식을 전함으로써 당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입에서 입을 통해 원하는 뉴스를 전달한다. 공안 예산 증액과 외신기자 단속은 바로 이 수법이 가져온 효과이다. 당국은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이다. 반정 인사들은 이 방식을 계속하면 언젠가 눈덩이 효과를 통해 아랍식 봉기가 일어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런 시위 방식은 공산당의 집권을 성공시킨 마오쩌뚱의 수법과 같지만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점에서 ‘인민 혁명’으로 분류되며, 이를 잔혹하게 탄압하는 당국의 대응은 중국에서 왜 개혁이 필요한가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이 저항은 몇 가지 파장으로 이어졌다. 최근 몇 주 동안 수십 명의 인권 변호사들이 체포되고 다수의 정치인이 가택 연금을 당했다. 인터넷에서는 재스민이라는 단어가 금지되었다. 그러나 탄압이 가중될수록 이와 관련된 소식은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간다. 중국판 재스민 혁명의 성공 전망은 현재로서는 매우 어둡다. 그러나 미국 듀크 대학의 중국 유학생 아처 왕 씨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폴란드의 노조 연대 운동, 동구와 소련의 붕괴, 최근의 튀니지와 이집트 혁명이 예상을 초월해 폭발한 사례를 들어 중국에서도 상식으로는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중국이나 서방 모두 이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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