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군사 옵션’출격 준비는 끝났다
  • 워싱턴·한면택│통신원 ()
  • 승인 2011.03.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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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군에 대한 카다피 정권의 역공에 대응책 마련 부심 유엔·나토·유럽 리그 등 승인 떨어지면 작전 수행 가능

 

▲ 지난 3월1일 미국 해군 전함 키어사즈 호가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지나고 있다. ⓒEPA연합

반군에 대한 역공에 나선 리비아 카다피 정권과 관련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미국은 내부 논란으로 인해 군사 대응을 미루고 있으나 속속 공중과 해상 작전을 전개할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국제 사회의 요구와 지지 그리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명령이 나오면 리비아에서 육·해·공군 전력을 총동원한 다양한 군사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은 다만 리비아에 대한 독자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며, 리비아 반군 세력·아랍 리그 등의 요청과 유엔의 승인이 있어야 군사 행동에 나선다는 대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미국이 리비아에 대한 군사 개입에 나설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군사 옵션들이 집중 논의되고 있다. 다음은 부르킹스연구소 마이크 오핸론 선임 연구원 등 미국 전문가들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거론한 군사 옵션들을 정리한 것이다.

■ 비행 금지 구역 설정(No-Fly zone)

리비아 카다피 정권에 대한 군사 조치 가운데 첫째로 거론된 것이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카다피 정권이 정부군의 전투기나 헬기를 출격시켜 반군 또는 시위대를 폭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려는 방안이다. 즉 유엔 안보리나 나토의 승인 아래 리비아 일부 또는 전 지역을 비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해 카다피측의 전투기 비행을 금지시킴으로써 자국민 학살극을 막겠다는 조치이다.

그러나 이 방안에 대해 미국 국방부가 난색을 표시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논란을 빚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과 마이크 멀린 미군 합참의장은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하면 이를 집행하는 감시 비행을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군 피해를 막기 위해서 리비아 방공망을 선제 폭격해야 하며 이것은 전쟁 행위가 될 것이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군 수뇌부는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어 북아프리카에 다시 미군을 보낼 수는 없다는 절박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워싱턴에서는 그다지 위력적이지 못한 리비아 방공망부터 선제 폭격하지 않고도 카다피측의 전투기 비행만 금지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제한적인 비행 금지 구역 설정을 거론하고 있다.

■ 반군 무장 지원

미국 등이 취할 수 있는 군사 조치 중 하나로 반군 세력을 무장시켜 카다피 정권을 전복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리비아 반군에게 무기를 공중 투하하거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접국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무장을 시킨다는 방안이다.

미국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막강한 군사력을 배치해놓고 있어 결정만 하면 수일 안에 대규모 무기들을 리비아 반군 세력에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부르킹스연구소 마이클 오핸론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카다피 정권의 탱크와 전투기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들을 사실 며칠 안에 반군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가 카다피 정권을 몰아내고 차기 정권을 맡을 수 있는 반군 세력인지를 가려내는 일이 더 힘든 탓에 쉽지 않은 결정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 통행 금지 구역 설정(No-Drive zones)

카다피 정부군이 시위대에 빼앗겼던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대규모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통행 금지 구역들을 설정해 군사 조치를 취하는 방안이다. 통행 금지 구역을 설정해도 지상군을 동원해 진격을 저지하는 것은 아니고 공군력으로만 카다피 정부군의 탈환 작전을 저지하게 된다. 그러나 카다피 정부군의 병력이 여러 지역으로 전진했을 경우 통행 금지 구역 설정은 위험만 커질 뿐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문제를 띠고 있다.

■ 반군 장악 지역 상륙 보호 작전

외국군의 지상군 병력을 상륙시켜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리비아 내 지역들을 보호하는 군사 작전을 전개하는 옵션이다. 이때에 리비아 반군 지역에 상륙하는 외국군 병력 규모는 2개 전투여단 1만명에서 1만5천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군과 나토 동맹군보다는 아랍 세계, 이슬람 국가 출신 외국군을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군과 나토 동맹군은 지원군 역할을 맡는다. 이를 위해서는 아랍 리그-아프리카 연맹-유엔-나토의 공동 결의안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침공

카다피 정권이 유혈 진압을 넘어서 대량 학살극을 벌일 경우 외국군이 리비아를 침공해 카다피 정권을 전복시키는 군사 작전을 전개하는 방안이다. 1989년 파나마 침공 때를 감안하면 3만명의 외국군 병력이 침공 작전에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때에도 미국이나 나토의 결정이 아니라 리비아 반군 세력과 아랍권이 다급한 지원을 요청했을 때에 침공 작전을 감행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카다피 정권을 전복시킨 후에는 더 많은 5만명의 병력을 일정 기간 주둔시켜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군사 개입 준비 태세 완료

▲ 지난 2월28일 리비아 반정부군이 정부군의 전투기 공습에 대비해 대공화기들을 점검하고 있다. ⓒAP연합

미국은 유엔과 나토, 아랍 리그 등의 지지와 승인이 떨어질 경우 리비아 사태에 군사 개입할 준비 태세를 계속 갖추고 있다. 미국이 리비아 사태에 군사 개입할 경우 전파 교란 항공기를 띄워 카다피 정권이 친위부대와 교신하는 것을 방해하는 작전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이미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어 좀 더 적극적인 것으로 수륙 양용 함정 2척을 투입해, 공중 폭격과 해병대 병력의 상륙이 동시에 전개되는 군사 작전도 준비되고 있다.

이 작전에 투입될 미군 함정은 수륙 양용 공격함 키어사즈 호와 보조 함정인 폰스 호이다. 키어사즈 호는 해병대원 2천2백명을 포함해 4천명이 탑승하고 있으며 전폭기와 공격 헬기, 해병대 상륙 작전용 장갑차 등을 갖추고 있다. 미 해병대원들이 지중해에 떠 있는 함정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리비아 해안으로 침투할 수 있으며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전투기와 공격 헬기를 동원해 공중전을 펼치는 동시에 군 수송기를 동원해 해병대원과 의료진, 난민, 물자 등을 수송하는 작전을 펼칠 수 있다.

■ 제5함대가 미군 지휘 사령부

리비아에 대한 군사 작전을 펼칠 때 미군의 지휘 사령부는 제5함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5함대는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바레인에 사령부를 두고 있다. 미 해군 5함대는 홍해, 페르시아 걸프 해, 아라비아 해, 지중해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작전 지역으로 삼고 있다. 미 중부군 사령부(CENTCOM)가 관할하는 지역의 해상 작전을 맡고 있으며 중부군 사령관의 지휘를 받는다. 제5함대는 한반도 지역을 맡고 있는 제7함대와 비슷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제5함대는 항공모함 1척을 중심으로 막강한 전투 대형을 이루고 있다. 항공모함 전단은 유도 미사일 순양함 2척, 대잠수함 구축함 1~2척, 대공 전함 2척 등을 거느리고 있다. 미 해군 주력기인 F/A 18 호넷 전투기, 헬기, 조기경보기 등 90대의 군용기들을 탑재하고 있다. 그리고 6천명이 넘는 병력이 승선해 있다.

제5함대는 항공모함 전단뿐만 아니라 잠수함, 수륙 양용 공격함과 해병대 신속 원정군, 해군 수중 폭파팀을 비롯한 특수전 부대, 초계기와 정보기 등을 거느리고 있다. 제5함대는 사령부 지상 근무 병력 4천명을 포함해 2만7천명의 미군 병력이 배치되어 있다. 또 항공모함과 순양함, 구축함, 잠수함, 수륙 양용 공격함 등 20여 척의 군함이 배속되어 있다. 해상에서 작전 중인 미군 병력만 해도 1만5천명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항공모함에 탑재되어 있는 90대의 군용기와 미사일 등 막강 파워를 갖추고 있다.

■ 항공모함 전단 3척, 중동 지역 집결

중동 지역의 민주화 개혁 시위가 도미노처럼 번지자 미국은 이 지역에 항공모함 전단을 3척이나 집결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제5함대에 순회 파견 중인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 호 외에도 칼빈슨 호, 에브라함 링컨 호 등 3척이나 중동 지역에 몰려들었다. 항공모함 칼빈슨 호와 에브라함 링컨 호는 한반도 지역의 제7함대와 인도양, 페르시아 만의 제5함대를 오가는 항공모함들이다. 미국은 항공모함 전단 11척을 운용하고 있는데 구역별로 산재해 있다가 유사시 해당 지역으로  집결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칼빈슨·에브라함 링컨 호는 9만~10만t급으로 비슷한 전력을 각각 갖추고 있다. 아랍 사태가 발생한 후 미국의 이 지역 군사력이 제5함대보다 두 배 이상 증강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 미 해병 신속 원정군이 상륙 작전 ‘선봉’

미국의 군사 작전은 대체로 미 공군 전폭기와 미 해군 크루즈 미사일 등으로 초토화시키는 충격과 공포 작전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상륙 및 지상 작전까지 펼칠 때에는 미 해병대와 해군이 합동 작전을 펴는 신속 원정 타격 그룹이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미 해군은 11척의 항공모함 전단과 함께 12개의 신속 원정 타격 그룹(Expeditionary Strike Group)으로 세계 전역의 바다를 휘어잡고 있다.

특히 미 해군 신속 원정 타격 그룹에서는 미 해병 신속 원정군(MEU)이 상륙 작전에서 선봉에 서고 있다. 미 해병 신속 원정군은 현재 미국 서부(캘리포니아에 본부) 쪽에 제11·제13·제15 신속 원정군이 있으며 미국 동부(노스캐롤라이나 본부) 쪽에 제22·24·26 신속 원정군을 운용하고 있다. 나머지 하나인 제31 신속 원정군은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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