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분리’ 이끌고 농협 개혁 작업 속도 낸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3.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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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남은 임기 1년 행보 ‘주목’

 

ⓒ뉴시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3월19일 농민 단체와 농협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농협중앙회 사업이 신용(금융)과 경제(유통) 영역으로 분리된 것이다. 이로써 지난 18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농협의 숙원 사업이 마무리되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65)은 지난 2009년 1월7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경 분리(신용과 경제 사업 분리)’ 작업을 임기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최회장은 농협 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줄기차게 신경 분리를 추진했다. 최회장은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3월10일 “법이 통과되었다고 모든 것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농협법 개정은 사업 구조 개편의 필요조건이며 시작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앞으로 할 일이 정말 많다”라고 말했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최회장은 앞으로 1년 동안 신용과 경제 사업 영역별로 지배 구조를 개편하고 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최회장은 지난 2007년 12월 정대근 전임 회장이 온갖 비리 탓에 법정 구속되면서 공석이 된 신임 농협 회장에 당선되었다. 최회장은 취임하자마자 ‘농협 개혁’을 부르짖었다.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농협 개혁을 천명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던 터였다. 당시 농협은 온갖 비리가 가득한 복마전으로 취급받았다. 여론은 농협에 등을 돌렸다. 농민 단체는 농협 지도부를 질타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8년 12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농민을 위해 온 머리를 써야지, 농민들은 다 죽어가는데 정치한다고 왔다 갔다 하니까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대통령의 발언 때문인지 최회장은 전임 회장과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3년 동안 최회장은 언론에 나타나는 것을 극도로 삼가고 조용히 농협 개혁에 착수했다.

최회장은 가장 먼저 회장 권한을 축소했다. 회장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하다 보니 전임 회장과 같은 비리 사건이 일어났다고 판단한 듯하다. 최회장은 중앙회 전무 이사와 사업 부문 대표이사 인사 추천권을 포기했다. 회장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나서자 임직원은 농협 개혁에 대한 회장의 의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최회장은 “취임 당시 농협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 그동안(지난 3년) 농협이 신뢰를 회복한 것이 회장으로서 가장 잘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구조 개편과 별도로 농촌·서민 지원 사업도

▲ 지난 3월8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에 회의실에서 열린 농협중앙회 상임위에서 최원병 회장이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최회장은 신뢰를 회복하는 조처로서 ‘정도 경영’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최회장은 “지금은 윤리적이지 못한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도요타나 엔론 사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공익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에는 일반 기업보다 더 높은 윤리 의식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최회장은 또 농업인의 실익 증진 사업을 확대했다.

지난 2008년부터 농기계 은행 사업을 도입해 농협이 비싼 농기계를 직접 사서 농업인에게 임대하거나 일손이 딸리는 농촌에서는 작업을 대신하기도 했다. 농협은 최회장의 지시에 따라 5년 동안 예산 1조원을 마련해 농기계 은행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농기계 은행 사업을 통해 농업인의 영농비 부담을 2조3천억원가량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그 밖에 무인 헬기 방제나 장학 사업을 차례대로 시행했다.

농업인 실익 증진 사업이 성과를 거두자 농협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역 농·축협이 지난 2년 연속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출자해 중앙회 자본을 확충했다. 최회장은 “(중앙회 자본 확충은) 농업인과 지역 농·축협으로부터 중앙회가 신뢰를 받는다는 증거이다. 이러한 신뢰 회복이 있었기에 농협법 개정도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최회장은 마음이 급하다. 남은 임기 1년 동안 마무리하고 싶은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신경 분리 후속 작업이 가장 시급하다. 최회장은 “지난 50년간 이어 온 조직과 사업을 재배치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실무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농협 사업 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선 농협 임직원을 신용과 경제 부문으로 나누어야 한다. 농협 관계자는 “임직원 사이에 거취를 놓고 고민이 많다.

조만간 금융과 경제부문 가운데 어느쪽으로 갈지 결정해야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임직원 1만8천명에 이르는 기존 인력을 잡음 없이 나누는 작업과 함께 인력 확충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유통·판매 중심으로 경제 부문 조직을 개편하려면 농축산물 유통에 필요한 전국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과 함께 유통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회장은 신경 분리와 별도로 농업인과 서민을 위한 상조 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농촌 의료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자 한다. 농협이 직영하는 상조 회사를 만들어 농업인과 서민의 비용 부담을 덜고 수준 높은 상조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농촌 의료 지원 사업도 확대할 뜻을 밝힌다. 최회장은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농업인이 균등한 혜택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농협은 지금까지 서울대병원이나 삼성의료원과 협력해 농촌 의료 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의료 지원 사업을 대폭 확충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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