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포장 뒤에 숨은 가공식품의 검은 유혹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4.2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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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빠르고 값싼 음식이 왜 인류에게 위협적인지 파헤쳐

 

▲ 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파울 트룸머 지음| 더난출판 펴냄| 344쪽│1만5천원

대형 마트의 이른바 ‘미끼 제품’(고객 흡인 효과를 노린 제품)을 사러온 고객들의 행렬이 연일 끊이지 않는다. 중간에 매진되어 화가 난 고객들의 항의로 매장이 시끄러운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다. 이 ‘미끼 제품’ 중에서는 ‘통 큰 치킨’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마트 피자’가 인기 몰이를 계속하자, 롯데마트는 ‘더 큰 피자’를 자체 브랜드로 내놓았다. 요즘 대형 마트에 가보면 시장바구니에 피자 한 판씩 들고 있는 소비자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피자 한 판 안 사가는 사람은 뭔가 허전해 보일 정도이다. 이에 질세라 지난 4월13일부터 GS25 편의점이 한 조각 1천9백90원짜리 ‘위대한 피자’를 팔기 시작했다. 저가 먹을거리 상품 경쟁에 편의점까지 뛰어들었다고 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웰빙 식품, 슬로푸드 등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내다보았는데 오산이란 말인가. 많은 국민은 여전히 배고프고 돈이 없는지 ‘싸구려 피자’에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적당히 먹고 말 줄 알았는데,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한 전문가가 용감하게(?)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는 ‘위험한 피자’라고 외쳤지만, 이 또한 대세에 눌려 목소리를 더 키우지는 못한 것 같다.

영양 불균형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의 비만 관련 문서에는 ‘비만과 과체중은 제2형 당뇨병이나 심장 및 혈관계 질환, 고혈압, 뇌졸중을 비롯해 특정 형태의 암과 같은 만성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인자이다’라고 씌어 있다. 의학계에서도 과체중과 관계가 깊은 질병으로 호흡 곤란, 관절병, 피부병, 불임, 담석,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자궁암, 신장암, 담낭암 등을 들고 있다.

영양 불균형은 육체만 망가뜨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등 정신적으로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었다.

결국 몸에 나쁜 음식은 그 음식을 섭취하는 개인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이 이렇게 건강에 나쁜 음식을 먹는 것일까? 저렴해도 몸에 나쁜 것이라고 하면 안 사먹을 것 같은데 말이다.

<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의 저자는 아주 간단하게 그 이유를 설명한다. “왜냐하면 그런 음식이 맛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우리에게 행복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뇌는 몸에 좋은 음식들보다 지방이나 단 성분을 통해 더 크게 보답을 받는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교수는 높은 지방 함량이 뇌에 중독성을 유발한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다른 교수들은 쥐 실험을 통해 ‘고열량 식품의 과도한 소비가 뇌에서 중독과 유사한 반응을 유발하고, 정크푸드를 먹은 쥐들은 자연스레 일정한 먹이만 먹도록 변화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소시지와 쿠키, 베이컨 맛에 길들여진 쥐들에게 더 이상 지방질의 먹이를 주지 않고 샐러드와 채소만을 주었더니, 이 쥐들은 아예 굶어 죽더라는 것이다.

또 하나, 이런 저가 상품들은 그만큼의 낮은 가격을 만들기 위해 대가를 치르는 사람을 만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가 그 대가를 치르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소비자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나 했는데, 물가고에 시달리다 보니 소비자들이 정신을 잠시 놓은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한쪽에서는 바른 먹을거리 운동이 계속되고 있지만, ‘운동’에 동참하는 행렬은 줄었다고 본다.

저자는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식습관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한다면, 새로운 식습관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라 △육류 섭취를 줄여라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라 △제철 식품을 구입하라 △현지 식품을 구입하라 △품질 인증 마크에 유의하라 △요리하는 법을 배워라 △가끔은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어라 △당신의 돈이 하고 있는 일을 살펴라 △당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가끔씩은 색다른 것을 허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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