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승복할 수 없다”‘쥐 그림’ 다시 들고 거리에 선 인문학자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5.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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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사 박정수씨

ⓒ시사저널 전영기

‘거리에 선 인문학자’ 박정수씨(41)는 쥐(G) 그림으로 단박에 유명해졌다. 지난해 10월31일 밤, 그는 서울 시내 중심가에서 거리 미술 퍼포먼스를 벌였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거리 곳곳에 붙어 있던 G20 홍보 포스터에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려넣은 것이다. “포스터에 청사초롱만 그려져 있고 비워져 있더라. 그 공간이 미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무언가로 공간을 채워야 할 것 같았다. 거기에 걸맞은 이미지를 찾다가 발음이 비슷한 쥐(G)를 생각하게 되었다. 공공예술로 유명한 영국의 그래피티 작가 뱅크시의 쥐 그림이 떠올랐다.”

그는 스프레이통을 들고 서울 중심가에 붙어 있던 G20 포스터 속에 허공에 떠 있던 청사초롱의 손잡이를 안경을 쓴 쥐의 손에 단단히 들려주었다. 쥐 그림은 뱅크시의 쥐 이미지를 패러디한 것이라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 공안 당국은 그를 잡아들여서 3일간 구금하며 조사를 벌인 뒤 정식으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5월13일 박씨에게 벌금 2백만원, 현장 근처에 박씨와 동행했던 동료에게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결과에 “실망했다”라는 그는 지금, 항소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그와 함께 ‘엮인’ 동료가 사건 전부터 준비하던 독일행 유학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항소를 할 경우 동료의 유학을 망칠 수도 있어 이래저래 고민이 깊다.

일단 그는 1인 시위를 택했다. 지난 19~20일 열린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 기간 중 신라호텔과 인천국제공항에서 자신의 창작 그래피티인 쥐(G) 그림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거리로 나선 이유에 대해 그는 “법원의 판단에 승복할 수 없으니 일단 내 그림을 사회에 많이 보여주고 싶다. 이것이 내가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길이다. 그림이 본업은 아니지만 공부에는 정해진 것이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인문학도 거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장성을 가져야 한다. 정치적 불온성이 제거된 인문학은 학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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