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보면 영화제가 보인다
  • 라제기│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
  • 승인 2011.10.0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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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세계적 배우·감독들 다수 참석 영화제 들썩이게 만들 젊은 빅스타 볼 수 없는 것은 아쉬움

 

 

손님을 보면 영화제의 규모와 성향이 보인다. 관객은 어둠 속에서 조우했던 별이나 그들을 지휘한 감독을 현실에서 목격하며 영화제 참가를 실감한다. 국내외 영화제가 스타 배우나 스타 감독 모시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10월6일 16번째 닻을 올리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떨까.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명예집행위원장으로 물러났다고 하는데 혹 위상이 흔들린 것은 아닐까. 여러 호기심과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역시나 올해 부산을 찾는 명사들의 면면에서 찾을 수 있다.

손님 명단만 보면 세계 영화인의 부산 사랑은 여전한 듯하다. <레옹>으로 유명한 프랑스 감독 뤽 베송을 비롯해 많은 별이 부산을 빛낸다.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리는 칸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우수 여자배우상을 모두 거머쥔 프랑스 명우 이사벨 위페르,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으로 이름을 알린 할리우드 샛별 로건 레먼 등이 방문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출신 유명 인사가 대거 방문하는 것도 아시아 영화의 중심을 추구하는 부산영화제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홍콩의 스티븐 스필버그라 불리는 서극 감독, 일본 예술영화 감독 소노 시온, <러브 레터>의 이와이 순지 감독, <색,계>와 <만추>로 낯익은 탕웨이, 일본계 타이완 배우 금성무, <와호장룡>의 양자경,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츠마부시 사토시 등이 팬들과 만난다.

영화계 명사들의 부산 방문은 세계 영화계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김 전 위원장이 지난해 퇴임하면서 제기되었던 우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산영화제가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입증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이름 하나만으로도 영화제를 들썩이게 만들 젊은 빅스타의 발걸음은 여전히 없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의 주요 영화제라는 자부가 무색하다.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해외 유명 영화인을 초청하려면 기본적으로 그들의 영화가 상영되어야 하고 일정도 맞아야 한다”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국내 최초, 아시아 최초,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최신작들을 상영해야 하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다. 톱스타들의 까다로운 요구 사항도 걸림돌이다.

그래도 영화제의 위상이 진정 세계적이라면 톱스타들이 마냥 지나칠 수 있을까. 결국 올해 부산을 찾는 손님들의 이름 하나하나는 아시아 내에서 굳건한 부산영화제의 입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영화제가 극복해야 할 한계를 드러낸다.



 낯선 나라에서 온 이색 작품들도 눈에 띄네 
부산영화제 숨은 수작들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70개국의 3백7편이다. 유명 작품을 보자니 표가 없고, 무명 감독의 영화는 완성도가 의심스럽다. 안정적인 선택을 돕기 위해 낯선 나라에서 온 이색 작품을 소개한다.

아르헨티나 영화 <야타스토>(감독 에르메스 파랄루엘)는 10대 세 소년의 삶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현재를 바라본다. 대도시 코르도바 외곽에 살며 폐병과 고철 등을 수집해 살아가는 소년들의 고단한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 이탈리아 영화 <테라페르마>(감독 에마누엘레 크리알레세)는 불법 이민자 문제를 다룬 수작이다. 아버지를 바다에 잃은 뒤 어머니와 함께 민박집을 운영하는 20대 청년이 리비아 출신 불법 이민자 모자를 숨겨주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생소한 나라 아르메니아에서 온 영화 <조안과 목소리들>(감독 미카엘 바티니안)은 한 여인이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역사적 인식을 깨달아가는 모습을 다루었다. 타이완의 다큐멘터리 <돈과 사랑>(감독 리칭휘)은 여성 이주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전한다. 코미디와 드라마를 배합한 인도 영화 <신을 본 남자>(감독 우메쉬 비나약 쿨카르니)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왜구의 무기>(감독 수하오펑)는 제목의 암시와는 달리 중국의 이색 무협영화이다. 일본 무기를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왜구로 낙인찍힌 두 검객이 전설적인 무인과 싸워야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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