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수사, 가장 가슴 아파”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2.02.28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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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부 소속 사직 1호 특수통’ 이남석 전 검사 인터뷰 / “아들 건강 문제 등 일신상 이유로 떠날 뿐…”

ⓒ 시사저널 박은숙
“이게 웬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우리 검찰에 없어서는 안 될 보배가 사직을 한다니….”

지난 1월 하순,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는 이남석 검사(연수원 29기)가 검찰을 떠난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은 물론 놀라움을 표시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검사는 인간성 좋기로 소문나 있을 뿐 아니라 ‘특수통’으로 불리며 C&그룹 사건과 부산저축은행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탄탄대로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사직 전 몸담고 있던 곳이 ‘검찰의 꽃’이라고 불리는 대검 중수부였기 때문에 검찰 내부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그는 중수부 소속 검사로 사직한 최초의 인물로 기록되었다. 이 전 검사는 현재 서울 서초역 인근에서 변호사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23일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이 전 검사는 “검찰 조직에 대해 송구한 마음뿐이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벤츠 여검사’ 사건 특임검사팀에서 활동했었다. 왜 갑자기 사직을 했나?

개인 사정 때문이다. 사실 둘째아들이 약시에 사시가 겹쳐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않는 상태였다. 앞으로도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데, 가장으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어렵게 사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내가 그만둔 것이) 다른 의도로 읽혀질까 봐 가장 걱정스럽다. 이제야 겨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개인 사정으로 조직을 떠나게 되어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에서 영입 제의가 있었을 텐데 굳이 개인 변호사로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지쳤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검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선배 부인중 한 분이 제 아내에게 “앞으로 10년 동안은 남편이 해외 출장 갔다고 생각해라”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말처럼 일에만 매달려왔다.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에 들어가면 예전과 똑같이 일에 파묻혀 살 수밖에 없다.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2년 공직 생활 동안 수많은 대형 사건을 수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모든 사건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고, 또 한편으로는 아쉽다.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이 가장 가슴 아팠다. 줄기세포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었던 환자 가족들의 실망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직 소식이 전해진 후 후배 검사들이 많은 아쉬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01년 대구지검 특수부에 근무할 때 김병화 당시 부장검사(현 인천지검 검사장)께서 “검사에게는 용기, 집념, 성실, 판단력이 필요하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 말을 후배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검사 생활을 하면서 이 말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

최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밖에서 느낀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대다수 검찰 직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맡은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떼법’이 횡횡하면서 검찰의 정당한 권위조차 바로 서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많은 국민이 검찰을 지지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에 섰다. 앞으로의 각오를 말한다면?

피의자는 물론 가족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 아버지가 회사 일로 구속된 적이 있다. 결국 무죄로 풀려나셨는데 5분의 면회를 위해 왕복 4시간 거리를 매일같이 다녔었다. 이 때문에 피의자 가족들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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