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양날의 검’을 손에 들다
  • 조진범│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2.03.0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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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 정권 핵심부 겨냥한 검찰 수사는 일단 ‘호재’…‘친노 죽이기’ ‘MB 심판론’ 등 역풍 가능성도

2012년 2월16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통해 토의할 안건과 정국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얼핏 지금 진행되는 검찰 수사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게 호재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인 노정연씨에 대한 수사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에 대한 수사 모두 박위원장이 강조한 ‘과거와의 단절’과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총선에 대거 출마한 ‘친노’ 인사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새누리당이 반사 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위원장 역시 ‘친노의 부활’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지난 2월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친노 진영을 향해 “자신을 폐족이라고 부를 정도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분들이다. 야당은 심판의 주체가 아니라 심판의 대상이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상 선전 포고인 셈이다.

문제는 역풍(逆風)이다. 노정연씨 수사를 놓고 ‘동정론’이 일어난다면 오히려 새누리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현 정권이 ‘친노 죽이기’에 나섰다는 여론이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통합당도 이를 의식한 듯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한명숙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정치 검찰의 편파 수사 뒤에는 새누리당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상득 의원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도 명암이 엇갈린다. MB 정부와의 차별화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배경이지만, 자칫 총선이 ‘MB 심판론’ 성격으로 규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위원장이 검찰 수사를 마냥 편하게만 지켜볼 수 없는 이유이다.

‘머리’ 남겨둬 ‘수족’ 자를 명분 구축?

공천 문제는 일단 큰 위기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의 공천을 둘러싸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가 갈등을 겪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곧바로 진화에 나서 사태를 일단락시켰다. 이의원 공천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내비친 김종인 비대위원을 달래는 동시에 공천위의 결정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공천위의 결정 사항은 누가 자의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부분이다”라며 공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공천 잡음이 심화되는 민주통합당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재오 의원 공천과 관련해서는 쇄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화합을 위해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일각에서는 ‘머리’를 남겨둠으로써 ‘수족’을 자를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다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이의원에게 공천을 준 것은 잘되었다고 본다. 전쟁이 나더라도 적장(敵將)의 목을 자르지 않는 법이다. 이의원을 살리면서 나머지 친이계 의원들을 선별적으로 떨구어낼 수 있는 명분도 쌓았다. ‘잔챙이’들이 떨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라고 말했다.

물론 공천에서 친이계 의원들이 대거 탈락한다면 집단 반발을 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위와 공천위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방향을 잡기 힘든 검찰 수사, 여기에 언제든 돌출될 수 있는 친이계의 집단 움직임 등 박위원장 주변 곳곳에 뇌관은 숱하다. 그야말로 위기 넘어 곧 기회가, 또 그것을 넘어 바로 위기가 오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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