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역할 부각되면 대권 도전 고려”
  • 창원·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3.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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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경남도지사 인터뷰 / “총선 끝나고 나면 대선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새로운 선택이 있을 것”

ⓒ 시사저널 임준선

‘가장 눈여겨볼 후보. 그동안 안철수·문재인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는데, 최근 대권 도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지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음. 본인 역시 차차기보다는 차기를 노리고 있음. 야권 주자 중에서 가장 ‘스토리’가 있는 후보로 각광받고 있고, 본선 경쟁력 역시 높다는 평임. 한 차례 큰 선거를 치러보았다는 것도 장점. 민주통합당 내에 우호적 세력이 많음.’

김두관 경남도지사에 대한 분석이다. 국내 4대 재벌 그룹에 속하는 한 대기업에서 지난 2월 그룹 총수에게 올린 ‘대권 보고서’를 보면, 이처럼 김두관 지사를 대권 구도의 강력한 다크호스로 지목하고 있다. 재계뿐만이 아니다. 여권 친박계의 한 핵심 전략가는 “우리는 이미 지난해부터 김지사를 가장 유력한 ‘박근혜 대항마’로 눈여겨보고 있었다”라고 말한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 역시 “요즘 ‘위’에서 김지사에 대한 정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김지사는 지난 2월 “(대선에) 나오라고 하면 죽을 각오로 임할 것이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한 시사 주간지에 소개된 바 있다. 이후 김지사는 “정식 인터뷰가 아닌 사석에서 한 말을, 진의를 왜곡해 보도했다”라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그의 향후 행보가 대권 구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은 갈수록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왜곡 보도’ 파문 이후 한동안 언론 접촉을 자제했던 김두관 지사는 <시사저널>의 거듭된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인터뷰는 3월19일 경남도청 도지사실에서 이루어졌다.

지금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막바지 공천 작업이 한창이다. 민주당 공천을 지켜보면서 어떤가?

민주당의 가장 큰 원칙은 민주 진영 각 정파 세력을 통합한다는 것이었고, 한국노총이나 시민회의 등 다양한 재야 세력이 참여한 것도 민주당의 경선에 참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공천 초기 수도권에서 거의 전·현직 의원 중심으로 단수 공천을 했다. 민주당도 한명숙 대표 체제가 새로 출범했고, 새누리당도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새 출발을 했는데, 공천 국면만 보면 국민들께서 새누리당에 더 많은 점수를 주시는 것 같더라. 사실 공천 과정을 보면 두 당이 별반 차이는 없는데, 단지 국민들이 느끼는 정서상 민주당이 새누리당만 못한 것으로 비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공천 때문에 민주당의 총선 승리가 다소 어려워졌다고 보는 것인가?

민주당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경선을 잘 가져갔으면 안정적으로 과반수 의석을 확보했을 텐데, 그것이 좀 어긋나면서 지금 1백30석 혹은 1백40석을 놓고 어느 당이 제1당이 될지 알 수 없는 쪽으로 가는 듯하다. 법률적으로만 보면 최종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 취지가 맞지만, 사실 정치적으로는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임종석 사무총장이나, 이화영 전 의원이나, 물론 본인이야 억울하겠지만, 국민 정서상으로 보면 어쨌든 재판에 계류 중인 정치인이 공천을 받는다는 것이 부적절하게 비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공천을 강행한 것은 민주당이 국민을 좀 가볍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한명숙 대표가 과학기술계·문화계 등 다양한 방면의 인재 영입에 나서지 못하고, 검사 출신이나 변호사 중심으로 너무 치우친 것도 민주당의 정체성이나 콘셉트에서 조금 엇박자가 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야권 연대도 중요하지만, 민주당이 통합진보당에 너무 끌려다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 같다.

ⓒ 시사저널 임준선
야권 단일화를 선택했고, 총선 승리를 위해서 느슨한 형식이라도 정책 연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의 정책을 일부 수용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의 정책 연대와 실제 채택은 다른 차원이다. 한·미 FTA 문제와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서 특히 통합진보당 주장을 수용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제주 강정마을 문제만 해도 주민 전체가 한 7백 몇십 명 되는데, 그중에 80여 명만 찬성한 것을 전체 찬성으로 둔갑시켜서 이 정부가 강행했다. 당초 민·군 복합형 항만으로 하겠다는 것을 뒤에 해군기지로 바꾸면서 주민들의 불신을 초래했다. 특히 현 정부가 강정마을 선정을 참여정부에서 했다고 자꾸 강조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이 정부가 지금 집권 5년차 아닌가. 그동안 얼마든지 주민을 설득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지금껏 그것을 안 하며 미루고 있다가 갑자기 선거가 임박해서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며 강행하고 있다. 결국 안보 이슈를 제기하고 이념 대결로 몰아가서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겠다는 정부·여당의 ‘꼼수’인 셈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미 FTA 폐기 논란이나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적절히 잘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해적기지’ 논란이 이슈로 부각되기도 했는데.

해군을 그렇게 표현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결국 선거에서는 중도층을 누가 흡수하는가 하는 것이 관건인데, 그런 면에서 지금 민주당이 중원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도 새누리당이 좌측으로 오는 바람에, 민주당이 같이 붙을 수도 없고 조금씩 물러나다 보니까 더 ‘좌클릭’이 된 것 같다. 실제 정동영 의원이나 천정배 의원 등은 상당히 세게 (왼쪽으로) 가기도 한다. 오히려 최근 정책들을 보면 이것이 새누리당 공약인지, 민주당 공약인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도 나오더라. 그러고 보면 전술적으로 새누리당이 더 잘하는 것 같다.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 합당해야 한다고 보는가?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등이 대통합을 논의할 때 원칙적으로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아니다. 통합진보당이 살아온 역사가 있다. 그 뿌리가 민노당이다. 물론 거기에 유시민 대표의 국민참여당이 함께하면서 외연이 좀 넓어지기는 했다. 이른바 진보 진영의 정책과 비전 그리고 민주당의 정책과 비전은 조금 다른 부분이 많다. 대통합이 되면 좋겠지만, 역사와 이슈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따라서 연립 정부 정도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향후 대선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것이다.

지난해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19대 총선 때 PK(부산·경남) 지역에서 최소 두 자릿수 의석, 최대 15석까지 기대해볼 만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아직도 유효한가?

민주 진보 진영이랄까, 민주 진영의 희망 사항은 두 자릿수 의석을 확보해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제일 큰 장애 요인이 지역주의이다. 그런 면에서 PK에서 ‘비(非)새누리당’ 의석은 매우 중요하다. 분위기가 괜찮았다가 요즘 들어 좀 위축된 듯한 느낌인데, 그래도 10석 정도는 해볼 만할 것으로 본다. PK 전체 40석 중에 10석이면 25%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제 득표율은 아마 35~40%에 이를 것이다. 우리의 소선거구제가 갖는 제도적 한계 때문에 그런 의미 있는 득표율이 실제 의석과 연결되지 못하는 부분은 있지만.

만약 10석이 안 되면 PK 지역에서만큼은 민주당의 패배라고 볼 수 있나?

지난 18대 총선 때 PK에서 민주당이나 민노당 등 야권이 4석을 얻었다. 그러니까 사실 이번에 8석만 해도 배로 늘린 셈이니, 그것도 나름대로 성공이라면 성공이다. 

만약의 일이지만, 부산 사상에 출마한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낙선한다면 야권의 대선 후보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글쎄, 직접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새누리당의 손수조 후보가 참신하기는 하지만, 사상구 주민들이 문재인 후보에 대한 높은 신뢰를 갖고 있다고 들었다. 손후보가 조금 따라 붙을지는 모르겠으나, 문고문이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다. 또 문고문이 되는 것이 전체 정치 발전이나 부산·경남을 위해서도 좋다. 그렇게 된다면 대권 후보까지 자연스럽게 가는 것이 아니겠나.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문재인 고문의 거취에 따라 김두관 지사의 향후 행보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런 정치공학적 해석은 너무 후보 중심적 사고이다. 대통령 후보는 국민들이 선택하는, 그야말로 국민 마음에 달린 것이다. 따라서 (그런 전망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하다. 다만 물망에 오르니까 문재인 고문도, 안철수 원장도, 또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대선 후보로) 거론하는 것인데…. 지금은 총선이고, 또 총선 끝나고 나면 정리되고, 새로운 대선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새로운 선택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누가 들어가면 누가 유리하고 그런 것은 좀….

민주당에 입당하기로 결심한 배경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민주 정치가 대의 정치이고, 그 근본은 정당 정치이다. 내 정당 생활의 처음은 민중의 당 후보로 출발했고, 이후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을 거쳐 잠시 당적을 떠나 있다가 지금 민주통합당에 이르고 있다. 기본적으로 중도 개혁 정당의 정체성을 이어받아온 정당에 몸담아왔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런 의도로 입당한 것은 아니다.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이다. 입당 전이나 후나 도정에 전념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김지사의 발언 내용을 보면 ‘도정에 대한 전념’을 유난히 많이 강조한다.

(웃음)‘전념 안 하겠다는 것 아닌가’ 하는 식으로 해석하거나, 또 ‘전념하지 못하니 말로만 그러는 것 아니냐’라고 해석하는 분도 계시더라.

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도정에 좀 더 전념하기를 원하는 측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남 지역의 인물이 중앙 무대에 나서는 것을 기대하는 측면도 있을 듯하다.

내가 일일이 다 물어보지는 못해도 가끔 들으면, 그래도 16개 광역단체장들 중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시·도지사가 수도권의 서울·경기 빼고는, 지방에서는 거의 드물다. 그런 면에서 보면 도민들의 반응에도 양면이 있는 듯하다. 대권 후보로 거론되면 도정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들도 계신 반면에, 또 ‘그래도 우리 경남도지사가 서울시장, 경기도지사와 맞먹는 대권 주자로 나란히 이름이 오르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분들도 있는 듯하다. 그런데 사실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도정 수행은 큰 관계가 없다.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고 해서 도정에 특별히 지장을 주거나 또 크게 이익이 되는 그런 유불리가 있을 수 없다.

연초에 광주를 방문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노무현재단 광주지역위원회에서 매달 한 번씩 참여정부 인사들을 초대해서 산행을 한다. 1월에 내가 초대되었고, 2월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갔다. 3월에는 원래 문재인 고문 차례였는데, 선거 때문에 못 간 것으로 안다. 당시 내가 함께 산행을 하고, 내려와서 지역 시민사회 분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서로 대화를 했다. 그분들은 여전히 민주 진보 진영의 총선과 대선 승리에 대해 걱정과 염려의 의견을 주시고, 또 내게 경남 사정도 물어보시기에 말씀드리고 그랬다.

대권 주자로서 호남 민심 끌어안기 차원은 아닌가?

호남 없이 (대권이) 되겠나?(웃음) 호남 분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다만 산업화로 인구가 점차 감소하면서 정치적 소외감을 갖고 있다.

대권 도전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게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어느 정도 가시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자세가 아니겠나?

도정을 맡고 있는 것이 피난처가 되어서 좋다.(웃음) 도정 잘하는 것도 국정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시·도지사는 ‘반(半)정치인’이니까 주요 현안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가 정치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듯이. 도정도 도정이지만,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면서 자연스럽게 간접적으로 국정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제쯤 (대권 도전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인가?

내 역할이 (좀 더) 부각되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우선 도정에 전념하고….

애매모호한 화법을 자꾸 구사한다.(웃음)

미안하다. 원래 무책임한 것을 안 좋아하는데, 때가 되면 할 말을 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 지금은 도정에 관한 얘기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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