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 날 없는 남중국해 분쟁의 파도
  • 소준섭│국제관계학 박사 ()
  • 승인 2012.05.2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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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유권 싸고 일본·필리핀 등과 대립…미국도 개입해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져

 

지난 5월1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시민들이 해양 분쟁을 일으킨 중국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P 연합

중국의 바다를 둘러싼 분쟁의 불길이 식을 줄 모른 채 타오르고 있다.

 

최근 중국은 남쪽 바다에서 필리핀과, 동쪽 바다에서 일본과 치열한 ‘해양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스카보로 섬, Scarborough Shoal)에서 중국과 필리핀의 치열한 해양 분쟁이 전개되고 있다. 더구나 미국도 개입해 더욱 복잡한 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황옌다오는 남중국해에 위치한 섬으로서 중국으로부터는 1천1백11km, 필리핀으로부터는 2백33km 떨어져 있다. 중국은 고대 시대부터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필리핀은 자국의 배타적 경제 수역(EEZ) 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 분쟁은 4월11일 필리핀 군함이 이 섬 부근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 나포를 시도하면서 시작되었다. 필리핀이 5일 뒤부터 거행되는 미국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믿고 중국과의 분쟁을 ‘의도적으로’ 일으킨 것이었다. 미국도 이 문제에 매우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미국은 합동 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했다. 이어 미군 태평양사령부는 미국 해군의 최첨단 공격용 잠수함 한 척이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 수역에 가까운 수빅 만에 일주일간 정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경제 압박 수단까지 병행해 사태 악화

이에 맞서 중국은 5월8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황옌다오, 인내하고 인내해도 안 된다면, 곧 더는 인내할 필요가 없다”라며 최후통첩과도 같은 논평을 발표하면서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드러냈다. 중국은 이전에 인도나 베트남과의 전쟁을 앞두고도 이러한 방식의 인민일보 최후통첩 논평을 게재한 바 있다.

곧이어 중국 해군 관계자들은 미사일 장착 전함 다섯 척으로 구성된 해군 함대를 필리핀 인근 남태평양 쪽으로 파견했으며 황옌다오에 급변 사태가 일어날 경우 이들 함대가 국가 주권을 수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국은 황옌다오를 포함한 남중국해 관련 해역에 5월16일부터 두 달 반 동안 휴어기를 설정하고, 이를 어기는 어선에 대해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와 동시에 국내적으로 필리핀산 과일에 대한 통관을 중단한 데 이어 필리핀 항공 노선 운항 추가 축소 등 ‘비장의’ 경제 압박 수단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5월20일에 중국 국가해양국 해양예보재난사 왕펑(王鋒) 사장(司長: 우리나라의 국장급에 해당함)은 6월1일부터 황옌다오와 그 부근 해역을 중국 정부가 제공하는 해양 환경예보 지역에 넣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중국은 해안선이 1만4천km이고 5백㎡ 이상의 면적을 가진 도서가 7천여 개에 달할 정도로 해양대국이다. 황옌다오와 그 부속 도서 역시 중국의 고유 영토인 만큼 해양 기상 예보 지역에 포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외교적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외교부의 훙레이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필리핀 외무장관이 일부 국가가 필리핀에 최소한의 방어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황옌다오 사태에 제3자를 개입시키는 것은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과 사사건건 분쟁을 일으켰던 베트남도 이 문제에 끼어들었다. 중국이 황옌다오를 포함해 북위 12˚ 이상의 남중국해 해역을 휴어기 대상으로 설정한 데 대해 베트남은 외교부 성명을 통해 자국의 수역까지도 포함된 그런 조치는 무효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은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 황옌다오 분쟁을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중국은 이 남중국해야말로 자신들의 ‘핵심 이익’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사회과학원 연구원인 터빈 씨는 2011년 10월14일자 홍콩 아시아타임스 기고문에서 “매우 장기간에 걸쳐 지구상 지정학적 요충지는 유럽, 그중에서도 특히 발칸 반도와 알자스-로렌 지역이었다. 그리고 옛 소련이 해체한 지 20년 후 세계 지정학적 요충지는 중동이었다. 현재 새로운 지정학적 요충지로 말할 수 있는 곳은 바로 남중국해이다”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편 중국 동쪽 바다에서는 센카쿠(尖閣) 열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이 으르렁대고 있다. 지금 일본에서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도쿄 시가 매입하겠다는 극우파 정객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의 발언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기부금이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움직임이 결국 센카쿠에 자위대를 주둔시키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일본 방위성은 2010년 12월 새로운 ‘방위 계획 대강’을 확정한 직후 중국의 센카쿠 점령을 상정한 작전 시나리오를 작성한 바 있으며 이를 구체화한 훈련을 지난해 실시하기도 했다.

미국, 주변국 끌어들여 중국 포위망 강화

양국은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로 불꽃을 튀겼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센카쿠 문제로 날카롭게 대립했고, 후진타오 주석은 노다 총리와의 회담을 거부했다. 일본 방위성은 일본과 호주 해군이 6월4일부터 5일까지 공동 훈련을 실시한 뒤 다시 6일부터 8일까지는 미국·일본·호주 3국 공동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물론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과 일본, 호주가 군사력 증강을 계속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최근 수년간 안보 공조를 강화해왔으며 이번 훈련에도 해양 진출을 적극화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중국은 이전부터 미국이 일본과 호주를 끌어들여 이른바 ‘소(小)나토(NATO)’를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 실제 미국은 일본과 호주뿐만이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인도, 베트남, 미얀마까지 끌어들여 중국에 대한 포위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래저래 중국을 둘러싼 해양의 파고는 높아져만 가고 있다. 중국의 중·장기적 목표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라는 명제를 충실히 실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적 범주의 강대국으로서 위상을 차지하려는 데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그 파고를 피해갈 수는 없다. 우리나라도 최근 이어도 문제로 중국과 날 선 공방을 주고받은 바 있다. 예의 주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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