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파업 끝나도 앙금은 또다시
  • 원성윤│기자협회보 기자 ()
  • 승인 2012.07.10 07: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일보 노사가 풀어야 할 과제 여전히 많아…노조, ‘조민제 회장 살리기 나선 신문’ 성토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 ⓒ 국민일보 제공
해를 넘겼고, 세 번의 계절이 지났다. 국민일보 노조원들이 반년에 달하는 파업 대장정을 마치고 편집국으로 복귀했다.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해 12월23일부터 파업을 푼 올해 6월12일까지 1백73일간이다. 그러나 파업이 끝난 지 한 달이 되었지만 노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하기만 하다.

파업 이후, 노사 간의 공방은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사측은 파업 가담자들에 대해 징계성 대기 발령 조치를 내린 데 이어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이 사기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되자 지면을 통해 회장을 옹호하는 기사를 쏟아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국민일보 노조는, 사측이 당시 조용기 회장과 조민제 사장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조상운 노조위원장을 해고한 데 이어 일곱 차례에 걸친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을 선언했다. 어머니와 형, 동생에 이르는 조용기 목사 가족의 경영권 다툼이 국민일보의 독립성 문제로 발전하면서 노조는 사실상 국내 최대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목사 일가라는 거대한 종교 권력에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었다.

대부분 장기화를 예측하지 못했던 파업은 조민제 사장이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에 대해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15명 고소 등 강경책으로 맞서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희미해졌다. 당시 조사장은 “내가 나가든, 조상운이 나가든 해야 한다”라며 위원장 해고에 배수진을 쳤다. 대화 제의에 일절 응하지 않았고, 노사 대화는 완전히 단절되었다.

1996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조민제 사장의 사장 자격에 대한 시비가 일자, 사측은 조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고 김성기 신임 사장을 임명했다. 조회장이 일단 최일선에서 물러나고 기자 출신으로 첫 사장이 된 김성기 사장이 등장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되었다는 기대도 나왔다. 그러나 노사 교착 상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사측은 ‘선복귀, 후대화’와 노조위원장 복직 불가 방침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결국 조상운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은 4월 자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조합원들이 무노동 무임금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 기약 없이 극단으로 치닫는 노사 대결 구도에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후 손병호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가 들어서자 노사는 1백25일 만에 첫 대화를 시작했다.

협상 두 달여 만에 노사는 몇 가지 잡음이 불거졌지만 합의를 하고 파업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사가 함께 파업 후유증을 치유할 의지가 없어 보일 만큼 노조에 운신의 폭을 주지 않고 있다. 최근 파업을 종료한 연합뉴스와 KBS의 경우 노사 공동으로 운영될 제도개선특위를 노사 각각 동수로 구성했다. 하지만 국민일보 노사는 TF(태스크포스)에 참여하는 인원조차도 당초 사측 다섯 명, 노측 두 명으로 정했다가 노조가 반발하자 세 명으로 겨우 합의했다. 지난 6월18일에는 파업에 적극 참가한 기자 여섯 명에게 대기발령을 통보하기도 했다.

지난 5월10일 ‘국민일보 파업 1백40일을 아파하며 지지하는 기독인 모임’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앞에서 국민일보 파업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특별취재팀’ 내세워 검찰 공격하기도

불공정 보도에 대한 문제 제기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노조는 파업 기간 이후 국민일보 지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이 지나친 ‘회장 살리기’ 보도와 노사 관계 등과 관련된 정략적 보도라고 보고 있다. 일례로 조민제 회장이 정부의 신문발전기금 2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지난 6월21일 불구속 기소된 이후 국민일보는 4일 연속 사회면 톱기사와 사설을 통해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기사에서 ‘짜맞추기’ ‘무리수’ ‘빛 좋은 개살구’ ‘부실 수사’ 등이라는 말로 검찰을 연속 질타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김영종 부장검사 등 첨단범죄수사부 관계자들의 과거 이력을 문제 삼기도 했다. 사설은 3일 연달아 ‘검찰은 단 한 푼의 금전도 챙긴 적이 없다는 최고경영자를 기소하는 무리수를 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기사의 바이라인이 모두 ‘특별취재팀’으로 나갔다는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민일보의 한 기자는 “해당 기사가 게재된다는 사실은 서울지검 출입기자들조차 몰랐다. 특별취재팀은 일선 기자들로 구성된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에 출입하는 국민일보 기자는 검찰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한 종합일간지 편집국장은 “기자가 신변의 위협을 느낄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명 보도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자와 기사의 신뢰성이 여기서 시작되는데 자사에 관한 기사를 특별취재팀이라는 바이라인으로 내보내는 것은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노조는 성명을 내고 “중앙 언론사 지면이 검찰 수사와 관련해 특정인의 사적 방어에 끊임없이 동원되고 있는 점에 구성원 다수가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라고 밝혔다. 신임 김남중 노조위원장 역시 “파업 사태 정리를 위한 태스크포스와 지면평가위원회를 실효성 있게 운영해 노사 문제를 잘 풀어나가겠다. 긴 파업의 후유증으로 노사 관계가 정상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노조는 위기에 처했다”라고 말해 향후 싸움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파업 이후 가장 큰 상처로는 선후배 간 인간적 신뢰가 붕괴된 것이 꼽힌다. 어렵게 마련된 술자리에서도 선후배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는 전언이다. 파업 이후 노조원과 비노조원 간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선배의 식사 제의 한번 흔쾌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분위기이다.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회사에 회의를 느끼고 떠난 기자도 많다. 국민일보 노사가 화합으로 나아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더 큰 김두관으로 돌아오겠다”

 ▶ “이상득, 금융위원회에 솔로몬 관련 전화 했다”

 ▶ 경제 민주화 논쟁은 ‘꼼수의 전쟁’인가

 ▶ 요람을 흔드는 ‘비밀 입양’의 함정

 ▶ 무엇이 ‘개가수’에게 열광하게 하나

 ▶ 대학로에서 오래 살아남는 연극의 4대 요소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