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PC방 싸움, 결국 법정 가나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2.07.23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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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조합, 오과금 문제·끼워 팔기 등 집중 성토…부당이익 반환 청구 소송 제기할 계획도 밝혀

지난 7월19일 투기자본감시센터ㆍ금융소비자협회ㆍPC방 조합 회원들이 서울 넥슨 본사 앞에서 ‘게임 제국 넥슨의 불공정 거래 규탄 및 대책 마련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작은 사진)김정주 넥슨 회장 (ⓒ 뉴스뱅크).

넥슨은 ‘게임계의 삼성’으로 불린다. 해외 게임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대다수의 게임은 넥슨이 대주주이거나 소유하고 있는 회사에서 만든 것이다. 실속 면에서는 삼성보다 낫다. 올 1분기 매출액 4천3백61억원, 영업이익 2천4백9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57%에 이른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2% 정도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넥슨과 PC방 조합 사이에 갈등이 심상치 않다. 소송전으로 번질 조짐이다. 이민석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하 PC방 조합) 자문변호사는 7월19일 기자와 만나 “넥슨을 상대로 부당 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8월 안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거의 끝났다”라고 전했다. 최승재 PC방 조합 이사장 역시 “민사 소송은 물론이고 형사 소송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지켜봐달라”라고 전했다. PC방 이용자 중 90% 이상은 게임을 하기 위해 PC방을 간다. 또, 게임을 즐기는 사람 상당수가 넥슨의 게임을 즐긴다. 넥슨은 PC방 덕분에 자사 게임을 알릴 수 있고, PC방은 넥슨의 게임 덕분에 돈을 번다. 겉으로는 공생 관계로 보이는 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PC방 업주들이 넥슨에게 제기하는 불만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오과금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PC방은 게임회사로부터 게임 시간을 구입해 해당 시간만큼 게임을 서비스한다. 예를 들어, PC방 업주가 특정 회사의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해당 회사로부터 시간 쿠폰을 구입해야 한다. PC방업계에 따르면 보통 각 게임사마다 3천 시간씩 구매하며 가격은 시간당 평균 2백50원이다. 이용자가 1시간에 1천원을 내고 PC방에서 게임을 하면 그 돈 중 2백50원은 게임사에게 돌아가는 구조이다. 3천 시간을 소진하기까지는 보통 한 달이 걸린다. 단순 계산으로 게임사 네 곳의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PC방 업주가 한 달 평균 소비해야 할 돈은 3백만원에 이른다. 업주들이 게임 시간 계산에 민감한 것은 이 때문이다.

PC방 조합은 유독 넥슨의 경우 이 시간이 오과금되는 일이 많다고 토로한다. 이용자가 사용하지도 않은 시간이 계산된 경우도 있다. 인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임순희씨는 “어느 날 고장 난 PC에서도 시간이 사용된 것으로 나와 황당했다”라고 전했다. 최승재 PC방 조합 이사장은 “다른 게임사도 오과금되는 경우가 가끔 있기는 하지만 넥슨은 유독 심하다. 이 부분에 대해 해명을 요구해도 대답이 없다. 문제가 생기면 해당 PC방으로 달려가 입막음으로 개별 보상만 하는 식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PC방 조합에서 제기할 것으로 알려진 소송은 이렇게 오과금으로 넥슨이 가져간 부분에 대한 부당 이득 반환 청구 소송이다. 이민석 PC방 조합 자문변호사는 “사실 이번 소송은 이득 반환보다는 넥슨의 요금 부과 시스템을 들여다보기 위한 성격이 더 크다. 이번 기회에 넥슨의 요금 부과 시스템을 제대로 검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넥슨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넥슨 관계자는 “PC방 업주들이 사용하는 관리 프로그램에서의 사용 시간과 넥슨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상의 시간이 다를 수 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PC방 업주들에게 자동으로 보상해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주장이 나와 당황스럽다”라고 전했다.

PC방 조합이 오과금 이슈와 더불어 문제 삼는 부분은 ‘끼워 팔기’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게임사의 경우 PC방 업주가 게임 시간을 구입하면 원하는 게임의 이용 권한만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넥슨과 거래할 때에는 원하지 않는 게임까지 모두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PC방 조합은 이같은 사실을 문제 삼아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넥슨을 고발했다. 넥슨 관계자는 “PC방 업주가 패키지 구매를 원하지 않으면 각 게임마다 개별 시간 구매도 가능하다. 끼워 팔기를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PC방 조합 최승재 이사장은 “개별 게임마다 하나씩 따로따로 시간을 구입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렇게 할 경우 가격이 비싸진다. 여기서 문제는 이같은 판매 방식에서 보이는 넥슨의 오만함이다. 넥슨은 시장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PC방 업주들을 아예 협상의 대상으로 보지도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넥슨 회장의 은둔 경영도 의심 보태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넥슨의 무리한 몸집 부풀리기가 낳은 부작용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은 넥슨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대주주가 되면서 이같은 상황은 더욱 명확해졌다. 지난 6월 종합 게임 순위를 살펴보면 상위 20위권 중에서 50%에 해당하는 10개 게임이 넥슨이 제작했거나 넥슨이 대주주로 있는 게임사가 만든 것이다. 해외 제작사의 게임을 제외하면 넥슨이 아닌 국내 제작사 게임은 불과 세 개뿐이다. 이로 인해 넥슨의 독주가 국내 게임사의 건전한 성장을 막는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인수·합병(M&A)으로 커가는 넥슨의 성장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넥슨은 인기 게임을 개발한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넥슨의 인기 게임 중 대부분은 M&A를 통해 얻게 된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인수해 대주주가 된 사건은, 게임업계에서는 삼성이 LG를 인수한 것만큼 충격적인 일로 여겨진다. 얼마 전에는 타이완의 1위 게임업체인 감마니아에 대한 인수를 시도했다가 대만 정부로부터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국내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부족한 부분을 M&A로 채워가는 방식이 꼭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넥슨이 M&A 과정에서 보여온 구조조정 방식과 넥슨의 독주는 건전한 게임 생태계 발전 측면에서 보면 우려할 만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김득의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실장은 “삼성·LG와 달리 넥슨은 그 규모와 지배력에 비해 대중의 주목을 받지 않는다. 이같이 견제가 없는 환경에서 M&A로 몸집을 부풀리고 한국이 아닌 일본에 넥슨재팬을 상장하며 기업 공개를 피해가는 것이 넥슨 특유의 비밀스러운 성장 방식이다”라고 전했다.

이같은 주장이 나오는 데에는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의 은둔 경영도 한몫했다. 김회장은 좀처럼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는다. 김회장이 과거 서울에 있는 넥슨코리아 본사를 방문했다가 경비원에게 저지당한 사건은, 그가 얼마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는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유명한 일화이다. 김정주 회장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다는 한 인사는 “말이 없고 조용한 사람이지만 할 말은 다 하는 사람이다”라고 그를 평가했다. 넥슨의 한 관계자는 “넥슨재팬이 넥슨코리아의 대주주이지만 넥슨재팬의 지주회사는 제주도에 있는 NXC이다. 해외에 상장했다고 비밀 영업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일축했다. NXC는 넥슨의 지주회사로, 김정주 회장과 그의 처 유정현씨가 각각 48.5%와 20.7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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