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나라’ 일본, ‘케어 주택’ 뜬다
  • 임수택│편집위원 ()
  • 승인 2012.10.0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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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세대 늘어나면서 새 형식 임대 주택 각광

일본에서 지난 9월17일은 경로의 날로, 공휴일이었다. 2002년까지는 원래 9월15일이었으나, 2003년 9월부터 셋째 주 월요일로 바뀌었다. 소자녀·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고령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를 단카이 세대라고 한다. 이들은 이미 고령화되어 정년 퇴직을 하고 있다. 2025년이 되면 후기 고령자가 된다. 일본 사회는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2010년 고령자 인구는 약 3천만명이었다. 전체 1억2천8백6명 가운데 23.4%이다. 총무성의 자료에 따르면 2055년 고령화율은 40%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령자 세대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주택이 사회적인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65세 이상의 고령자 세대는 2010년 1천5백68만 세대로 전체의 63.7%이다. 고령자 부부와 고령자 혼자만 사는 세대를 합한 수치이다. 문제는 혼자만 사는 고령자 세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주택에서 고령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주택의 환경이 바뀌고 있다. 고령자 주택법에 따르면, 방 하나의 면적은 25㎡ 이상, 시설은 집 안에서 이동에 불편이 없도록 계단이나 턱을 없애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 안전 유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생활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구비되어야 한다.

‘서비스 포함’ 고령자 주택, 어떻게 운영하나

일본의 고령자용 주택 내부.
하지만 그런 조건을 갖춘 집들은 전체 3% 안팎이다. 실버타운이나 병원 시설에 입원·입소해서 일상생활을 하지만 이러한 시설은 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덴마크나 영국 등의 10%에 비해 아직 낮다. 대다수가 일반적인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러니 고령자용 주택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에서는 고령자용 서비스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통상 ‘서비스 포함’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식의 임대인 ‘서비스 포함 고령자용 주택’이다. 지난해 10월 등록 제도가 시행된 이래 물량이 한 주에 1천 가구 가까이 늘어날 정도이다. 때 맞춰 ‘24시간 체제의 의료·간호 서비스, 파격 10만 엔(1백40만원)대’와 같은 고령자용 선전 문구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혼자 사는 노인들 중에는 건강이 걱정되어 이런 시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입주할 때 일시금으로 1천만 엔(1억4천만원) 이상을 내야 하는 유료 양로 시설과는 다르게 월세, 관리비, 식비가 포함된 비용만 지급하면 된다. 그나마 이 정도의 금액은 연금으로 지불할 수 있다. ‘서비스 포함 고령자용 주택’은 정부가 연금을 받는 수급 대상자들을 목표로 해 만든 제도이다. 기존의 고령자 주택이라고 하면 양호보험의 대상인 특별 양호 실버홈, 간호 요양형 의료시설, 노인 보건시설 등 유료 노인 홈이 대표적이었다. 문제는 양호형 시설이 늘어나면서 양호보험 재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 정부가 나섰다. 더 는 신설하지 못하도록 총량 규제를 시작했다. 그러자 특별 양호를 받아야 하는 고령자 대기자가 42만명으로 갑자기 늘어났다. 이로 인해 총량 규제를 받지 않는 고령자 전용 임대주택 시장이 갑자기 성장하기 시작했다.

본래 고령자 주택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이다. 당시 처음으로 케어(care)라는 개념이 포함된 주택이 등장했다.

‘공실’ 많은 임대주택 시장에 새로운 기회 제공

공영주택인 실버주택, 민간 사업자 중심의 시니어주택 등이다. 실버주택에는 고령자용 설비 사양을 갖춰 긴급 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생활 구조 요원이 배치되었다. 1990년대의 고령자 주택 문제는 고령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사람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일반 주택에도 계단 등 주택 내 이동을 불편하게 하는 장애물을 없애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양호보험이 시작되고, 2001년에는 ‘고령자 거주 안정 확보 법률’이 시행되어 고령자 주택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의 경우 고령자를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고령자들의 입주를 기피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고령자들을 받아들이는 민간 주택 사업자에게 임대료 채무를 보증해주는 제도를 실시했다. 이런저런 환경 요인으로 고령자용 임대 사업 시장이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도 발생했다. 조잡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거주 시설의 안전을 책임질 ‘서비스 포함 등록 제도’를 시행했다. 한편 고령자 서비스 포함 주택 한 채를 짓는 경우 1천만 엔을 보조해주고 있다. 부동산 사업자와 의료법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심지어는 가전 양판점인 야마다전기도 지난 8월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일반 임대주택의 20% 정도가 공실이다. 위험 부담이 커 신축 건물 짓기를 꺼리는 상황 속에서 아파트 사업은 고령자 주택 수요가 커지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아파트 시장은 고령자 주택 시장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고령자 주택은 오는 2020년쯤에 연간 6만호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경 미나도 구 미타에서 30년 이상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는 이시야마 가즈오 사장은 “인구 변화에 따라 주택의 형태도 많이 바뀌고 있다. 버블 시절에 선호되었던 큰 집들이 이제 소유자들에게 애물덩어리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고령자 세대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큰 집은 집을 내놓아도 좀처럼 나가지 않는다. 재건축의 방향은 방을 줄이는 것이다. 방 3개를 2개나 큰 방 하나로 줄인다. 주택 사이즈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고령자들의 안전과 생활 상담을 책임질 수 있는 서비스 시설이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고령자 시대를 맞아 ‘주택’ 개념이 크게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양호보험은 가족과 함께 사는 세대를 표준으로 한 서비스가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고령자 혼자나 고령자 부부만의 세대를 지원하는 신형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보급하고자 하는 사회적 움직임이 일고 있다. 머지않아 주택의 40%에서 고령자가 사는 시대가 다가올 것이다.

2015년이 되면 혼자 사는 고령자 세대는 3백70만 세대가 되어 고령자 세대는 총 33%를 차지하게 된다. 2020년이 되면 독거 노인이 50% 이상 되는 현이 전체 43개 현 중 9개 현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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