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재산 추적 결실 보나
  • 정락인·안성모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7.2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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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2010년 ‘추적팀’ 가동…가족 재산까지 샅샅이 뒤져

전두환 전 대통령은 어디에 비자금을 숨겼을까. <시사저널>은 이런 의문을 좀 더 구체화하기로 했다. 어디에 누가 얼마만큼 숨겼는지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2010년 ‘전두환 추적팀’을 가동했다. 1차 추적 범위는 1997년 4월로 정했다. 내란음모죄로 구속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대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추징금을 부과했던 때다. 취재팀은 당시 검찰 수사 기록과 법원 재판 기록 등 전 전 대통령에 관한 모든 자료를 수집해 분석했다. 언론에 보도된 기사도 빼놓지 않고 모니터링했다. 작은 단서가 되는 것은 따로 분류했다.

<시사저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으로 짐작되는 것부터 구체화한 후 자녀 등 직계가족의 재산을 추적했다. 당시 검찰은 13년간 ‘추징금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 13년이지, 눈에 띌 만한 성과는 없었다. 한마디로 ‘김’이 빠져 있었다. 명목상 비자금을 추징한다고는 했지만 ‘형식적인 수사’에 그치고 있었다.

전두환 비자금을 추적한 기사. ⓒ 시사저널 이종현
취재팀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직계가족들의 재산을 전 방위로 추적했다. 의심이 드는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모두 떼고, 직접 현장을 찾아 확인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9만원밖에 없다던 전 전 대통령 일가의 국내 재산만도 1000억원에 달한다고 특정해서 보도했다.

2012년에는 재산 추적 범위를 더욱 넓혔다. 그리고 실제 거래되고 있는 부동산 가치로 환산해서 그 규모를 현실적으로 따졌다. 2년 전과 비교해보면 장남 재국씨의 부동산은 다른 형제들보다 눈에 띄게 불어났다. 특히 파주의 허브빌리지는 ‘전두환 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규모를 넓혀가고 있었다.

지난해 5월 취재팀은 직접 허브빌리지를 찾았다. 우선 주변 부동산을 탐문해 허브빌리지가 처음 조성되던 시점부터 부동산 지가 변동 등을 확인했다. 허브빌리지 안에서는 ‘전두환’의 흔적을 샅샅이 뒤졌다. 그의 사진·어록 등 작은 것이라도 연관되는 것을 찾았다. 허브빌리지에서 ‘전두환 그림자’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그의 최근 흔적을 찾았다. 허브빌리지 내의 식당에서 종업원의 증언이 중요한 단서가 됐다. 그는 “얼마 전에 가족 파티를 한다면서 사람들 여럿이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도 참석했다”고 알려줬다.

그때서야 전 전 대통령 부부가 가끔 허브빌리지를 찾아 가족 파티 등을 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 전 대통령의 숨은 휴양지였던 셈이다. 취재팀은 전 전 대통령은 물론 직계가족의 재산을 합쳐 그 규모가 2000억원대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2년 전에 비하면 1000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직계가족의 재산 내역을 일일이 파악해 분석한 결과다.

1년 뒤인 지난 5월 ‘전두환 추징금’은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추징금 시효 만료가 오는 10월로 다가오자 언론에서 일제히 전두환 추징금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시사저널> 보도를 인용해 전두환 직계가족의 재산이 2000억원대라고 특정했다.

7월에는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전두환의 ‘곳간지기’로 일컬어지는 처남 이창석의 재산을 집중 추적했다. 그리고 그 재산 규모가 2000억원대에 이른다는 점을 확인했다. 검찰은 전씨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시사저널>이 집중 조명했던 인척들을 수색 범위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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