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의 기술 최종 병기는 애무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3.12.1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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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냄새 맡으며 쾌감 맛봐 아무 데서나 주물럭거리면 스트레스

지구상의 모든 생물, 즉 작은 미물도 이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조건에 맞는 이성을 만나 마음을 얻고 싶은 것은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본능이다. 남자든 여자든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리는 기술 중 하나는 바로 유혹. 사람이나 동물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동원해 서로를 유혹한다.

유혹의 기술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동식물의 세계로 거슬러 올라가면 놀라울 정도다. 프랑스 중부 지방의 토종 난초인 오프리스 아피페라(Ophrys apifera)는 페로몬을 뿜어내며 암벌의 엉덩이 모양을 빼닮은 꽃부리로 수벌을 꼬드긴다. 버지니아의 암컷 거북은 ‘1분에 여섯 번’이나 눈을 깜박여 수컷에 관심을 표시한다. 초파리가 짝짓기 전 상대방의 몸을 샅샅이 핥는 애무의 일인자라면, 암컷 농어는 알을 입에 넣고 수컷을 기다리는 오럴섹스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렇다면 여성과 남성은 어떤 방법으로 서로를 유혹할까.

남녀 사이가 발전하면 신체 접촉을 통해 관심을 표현한다. ⓒ 유니코리아문예투자 제공
속옷으로 포장한 관능미의 유혹

인간은 유혹의 초절정 고수다. 하지만 사실 곤충이나 어류, 파충류, 조류 등이 자랑하는 그 어떤 장식도 갖지 못한 불쌍한 존재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유혹>의 저자 클로드 귀댕은 “인간의 유혹 행위는 다른 생명체들을 모방하고 종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미용술과 문신 등으로 자연을 모방해 복잡한 유혹의 기술을 만들어낼 뿐이라는 것. 또한 노출을 통해 신체의 일부분을 드러내는 노골적인 관능미로 유혹하거나 남성의 경우, 속옷으로 성기를 간접 노출시켜 상대를 유혹하기도 한다.

사람은 구애 단계에서 이성의 성기를 직접 볼 수는 없다. 상대의 성기를 보거나 만지게 되는 것은 애무 또는 성교 단계에서 가능할 따름이다. 따라서 성적 신호로서 성기의 노출은 대개 간접적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남성들은 의상으로 성기의 간접적 노출을 시도한다. 젊은이들이 주로 입는 몸에 찰싹 달라붙는 청바지에서는 페니스가 배꼽을 향해 수직으로 올려져 있기 때문에 눈썰미가 좋은 여자라면 금방 페니스임을 눈치챌 수 있다.

이러한 의상 착용은 15~16세기 르네상스를 풍미했던 코드피스(codpiece)가 원조다. 코드피스는 아주 꽉 조이는 바지의 가랑이 부분에 달린 불룩한 주머니를 말한다. 처음에는 음낭 주머니로 사용됐지만 나중에는 남근 주머니로 바뀌어 페니스가 늘 발기해 있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불룩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그 부분의 특성상 코드피스의 크기가 곧 그 남성의 성기 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지표가 되었던 것이다. 남자들을 자극하는 이 조그만 천 쪼가리에 호기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여성의 경우 가슴 사이즈에 ‘욕심’을 내 남성을 유혹한다. 날씬하면서도 풍만한 가슴은 아주 소수의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때문에 많은 여성은 이른바 ‘뽕브라’를 착용해 사이즈는 더 크게, 가슴골은 더 깊게 보이도록 함으로써 남성들의 시선을 모은다. 뽕브라에서 시작해 가슴을 모아주는 브라, 나아가 가슴 확대 수술까지 과감히 감행한다. 과거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던 우리나라 여성들은 가슴을 ‘모성의 상징’으로 여겼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미의 기준이 서구화되면서 가슴골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여성의 꾸밈 유혹은 구두, 핸드백, 머리핀 등 신체 각 부분으로 확산된다. 이 모든 장비는 남성들을 유혹하기 위한 도구다. 이것들을 몸에 장착하기 위해 여성이 외출하기 전 거울 앞에서 몇 시간씩 보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여자의 몸은 남자를 유혹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어떤 문화권에서도 이는 동일하다.

그 가운데 하이힐은 남성들을 광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도구다. 여성이 하이힐을 신으면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가슴이 앞으로 향하게 되고, 엉덩이는 뒤로 빠진다. 게다가 하이힐을 신고 걸으면 보폭이 좁아지면서 엉덩이의 움직임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남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걸음걸이가 연출된다. 이런 모습에 반응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상대 마음 애무하는 게 진정한 사랑 표현

남녀 사이가 좀 더 발전하면 시선 접촉이나 애무 등을 통해 관심을 표현한다. 연인끼리 손을 잡거나 서로 더듬으며 상대에게 다가간다. 애무는 애정을 가지고 접촉하는 인간의 행위다. 인간에게 가장 근본적인 욕구는 만지고, 만져지는 것. 애무를 하고자 하는 욕구는 식욕이나 성욕보다 앞서는, 살아서 움직이는 동물들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 애무는 상대와의 긴장을 푸는 좋은 치료법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왜 키스를 하게 됐을까. 일설에는 체취를 교환하는 행위로 키스가 진화되었다고 한다. 연인들은 키스를 할 때 상대의 얼굴 냄새를 맡고 애무하면서 쾌감을 맛보기 마련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은 애무를 통한 사랑과 정서적 개입을 섹스보다 더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감정 기복이 심하고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여성이라도 그녀를 흥분시킬 수 있는 스킨십과 애무는 단연 일 순위 유혹 무기다.

상대의 마음을 100% 다 이해하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수 있는 남녀가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그렇다면 답은 하나! 애무를 통해 상대를 내 쪽으로 끄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 데서나 주물럭주물럭하는, 도가 지나친 애무는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처음에는 애정 표현이라 생각하고 다 받아주면서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이 동의하는 선을 넘어선 과도한 터치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분명히 주지해야 한다.

사랑은 터치의 기술이다. 서로가 얼마나 감싸주려고 노력했느냐에 따라서 가꾸어지고 형성되고 완성된다. 그렇기에 상대의 몸을 애무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마음을 애무하는 스킨십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상대의 마음을 애무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다.

키스나 애무도 성행위의 하나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미국의 한 통증 치료 전문의가 척추 신경을 전기로 자극해 오르가슴을 유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영국의 과학 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에 실렸다. 성의학자들은 ‘성행위 없이 오르가슴을 유발하는 장치를 개발했다’는 보도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성행위의 개념 때문이다. 성행위가 성기 삽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 보도는 맞지만 접촉·애무 등도 성행위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외국에서는 성행위에 키스나 애무 등도 포함한다. 독일 쾰른 대학 연구팀이 지역 주민 4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대의 66.1%, 70대의 41.5%가 지속적으로 부부 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때 부부 관계는 포옹과 키스, 애무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부부 관계에 자주 실패하게 되면 대다수 남성은 ‘만족시키지 못한 게 내 책임’이란 부담감을 갖게 된다. 이런 경우가 반복되면 남성 심인성 발기부전→여성 성기능 장애 악화→부부 관계 외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남성의 경우 섹스만이 성행위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섹스는 의무가 아닌 즐거움이란 생각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에 성행위를 하기 전 몸을 편안하게 한 상태에서 30분 정도 애무를 충분히 하며 긴장을 푼 후에 부부 관계를 가지면 훨씬 만족스러워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애정을 가지고 상대의 몸을 접촉하는 것만큼 달콤한 행복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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