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여왕의 화려한 퇴임을 경배하라!
  • 홍재현│스포츠동아 기자 ()
  • 승인 2014.01.2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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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피겨 2연패 여부에 세계 이목 집중

‘피겨 여왕’ 김연아(24·올댓스포츠)가 2014 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멋진 피날레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2013~14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결정했다. 최종 무대는 올림픽이다. 세계의 관심은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소치에서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부문 2연패를 하느냐에 쏠려 있다. 정작 본인은 “2연패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최선을 다해 경기를 했다면 후회가 없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마음을 비우고 묵묵히 마지막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김연아는 과연 또 한 번의 금메달로 17년 피겨 인생을 화려하게 마감할 수 있을까.

김연아는 중족골 미세 손상으로 그랑프리 시리즈에 참가하지 못했다. 대신 지난해 12월 열린 B급 대회인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 출전해 총점 204.49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쇼트)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rowns)>에서 73.37점(기술 점수 38.37점+예술 점수 35.00점),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프리)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에서 131.12점(기술 점수 60.60점+예술 점수 71.52점, 감점 1점)을 기록하며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올해 1월 열린 제68회 전국남녀종합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도 총점 227.86점(쇼트 80.60점+프리 147.26점)으로 밴쿠버(228.56점) 이후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소치올림픽에 대비한 최종 리허설을 마쳤다.

김연아가 지난 1월5일 고양시 빙상장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4’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외신들 “금메달은 김연아의 것”

세계 각국 외신들은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포털 사이트 야후 스포츠는 1월18일(한국 시각) ‘소치올림픽의 주목할 선수 15명’ 중 한 명으로 김연아를 꼽았다. 야후 스포츠는 “한국이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45개의 메달 가운데 오직 김연아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이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외의 종목에서 나왔다”며 “김연아의 2연패를 향한 한국의 기대가 무척 크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일간지 ‘토론토 선’도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은 김연아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고, 심지어 아사다 마오의 나라인 일본의 영자 신문 ‘재팬타임스’도 김연아의 금메달 획득 가능성을 점쳤다.

확실히 김연아의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경쟁자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선수는 아사다 마오를 비롯해 스즈키 아키코(일본), 그레이시 골드(미국), 케이틀린 오스먼드(캐나다),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러시아) 등이다.

아사다는 2013~14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200점(204.02점)을 돌파하며 여전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자국(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대회 프리미엄이라는 지적이 있고, 주 무기인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는 번번이 회전 수 부족과 롱 에지(edge) 판정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김연아를 위협하는 강력한 라이벌임에 틀림없다. 스즈키 아키코나 무라카미 카나코도 모두 자국 대회에서 200점을 넘으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연기하는 리프니츠카야. ⓒ Xinhua 연합
아사다 마오 등 추격 만만찮아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신예 선수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케이틀린 오스먼드는 ‘2013 캐나다내셔널피겨선수권대회’에서 201.34점으로 우승했다. 오스먼드는 부상으로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자국 대회에서 극적으로 부활을 알렸다. 그레이시 골드는 ‘2013 미국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 211.69점으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3위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더니 전미선수권대회에서 폴리나 에드먼즈(193.63점)와 이번 대회 3연패를 노렸던 애슐리 와그너(182.74점)를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에서도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라는 걸출한 선수가 등장했다. 2013년 ISU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고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아사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올해 16세인 리프니츠카야는 지난 1월1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럽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209.72점으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골드와 리프니츠카야는 김연아가 구사하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뛴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점프는 이전까지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중 김연아가 유일하게 뛰었고, 기본점이 10.10점이나 되는 고난이도 점프다. 골드는 전미선수권대회 쇼트와 프리에서 이 점프를 성공했고, 리프니츠카야도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점프의 높이나 비거리, 에지 사용에서 김연아와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점프를 성공한다면 기술 점수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신예들이 많이 성장했지만 김연아와는 여전히 수준 차이가 난다. 자국 대회에 출전했음에도 김연아와 프로그램 총점이 10점 차 정도 나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정확한 점프는 아직 따라올 이가 없다. 이번 시즌 프로그램에 밴쿠버올림픽 때와 동일한 점프 구성을 넣었기 때문에 성공률도 매우 높다. 스핀과 스텝에서도 가장 높은 레벨 4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기술 점수가 아닌 예술 점수다. 예술 점수는 △스케이팅 기술 △연기 수행 △안무 구성 △전환 △해석 등 총 5종목에 걸쳐 평가된다. 김연아는 출전한 두 차례의 대회에서 예술 점수 전 부문 9점대를 기록했다. 8.5점 이상만 돼도 상위 점수지만 피겨 여왕의 아름다운 연기는 심판들마저 홀렸다. 밴쿠버 때와 비교해도 예술 점수가 쇼트는 33.80점에서 38.37점으로, 프리도 71.76점에서 77.21점으로 올랐다. 그 역시 “점프 요소는 기존과 같고 대회를 거치면서 스텝이나 스핀 레벨도 만족스럽게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프로그램과 안무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표현력에 더 신경을 쓰겠다”고 예술 점수에 비중을 실었다.

김연아의 올림픽 목표도 ‘클린 연기’다. 그는 “2연패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대신 클린 연기를 하고 싶다. 비단 올림픽뿐 아니라 어떤 대회든 프로그램 클린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점수에 신경 쓰지 않고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마친다면 후회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클린 연기를 한다면 1등은 떼 놓은 당상이다. ‘여왕의 퇴임식’에서 어느 때보다 큰 환호성이 쏟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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