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의 반격… ‘신한 사태’ 2라운드 돌입
  • 이석·조현주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4.03.1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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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규명 및 복직 요구…신한 측에선 난색

신한은행의 P호텔 비밀 프로젝트 의혹이 제기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 전·현직 인사의 증언과 내부 문건을 종합해보면 2010년 4월에서 9월 사이에 신한은행의 불법 조회가 집중됐다. 2010년 9월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신한 사태’ 발발 시기와 일치하고 있다.

신한 사태는 2010년 9월2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촉발됐다. 신 전 사장이 950억원에 이르는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배임 및 횡령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신 전 사장은 결백을 주장했다. 신한은행의 창립 주체인 일본 재일교포 주주들과 노동조합도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신한 사태 주역인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과 이 전 행장, 신 전 사장은 일본으로 건너가 주주들을 만났다. 일본 주주들의 승인하에 긴급이사회를 열었고, 신 전 사장에 대해선 직무정지가 결정됐다.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도 이후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이 불거지면서 동반 퇴진했다.

2010년 9월9일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왼쪽부터)이 재일교포 주주들에게 신한 사태를 설명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신한 사태는 이듬해 3월 한동우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한 회장 취임 첫해 신한지주는 국내 금융회사 최초로 순익 3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주가 역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은행주의 동반 하락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주가 하락률은 12.42%에 그쳤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의 주가가 30% 넘게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말 신 전 사장에 대한 2심 재판 결과가 나오면서 신한지주가 또 한번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검찰은 2010년 12월 신 전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신 전 사장과 검찰은 3년 넘게 법정 다툼을 벌였다. 1심에서 신 전 사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2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벌금 2000만원만 선고했다. 신 전 사장이 고 이희건 명예회장의 경영 자문료를 실제보다 부풀려 2억6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나머지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오히려 신 전 사장에 대한 고소 경위와 의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변 아무개씨의 이동 디스크(USB)는 신 전 사장을 내치기 위한 작전이 얼마나 치밀하고 조직적이었는지 보여준다. 변씨는 이백순 행장의 비서실장이었다.

변씨의 USB에는 신 전 사장이 스스로 물러날 경우와 사퇴를 거부할 경우에 대한 후속 조치가 상세하게 담겨 있었다. 거사 2일 차에는 임태희 대통령실 실장과 여당 실세 의원들에게 고소 내용을 설명하고, 이 행장이 사장을 겸임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2심 선고 후 신 전 사장과 신한 측 공수 교대

신상훈 전 사장이 2심 선고 직후 복직과 함께 신한 사태의 진상 규명을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신한 브랜드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납득할 만한 진상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지된 스톡옵션 및 장기 성과급 등의 지급도 요구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한 은행 인사들을 고소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신 전 사장의 요구에 신한지주 측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한 사태 이후 사장직을 폐지한 상태”라며 “신 전 사장 역시 직무정지가 아니라 사퇴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요구를 들어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신한 사태가 3년 반 만에 재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한지주 내부에서는 그동안 신 전 사장의 측근들이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한 사태의 후속 처리 과정에서 신 전 사장과 현 경영진 간에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한은행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신 전 사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한 인사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한은행 역시 대법원 판결 전에 보상 논의를 진행할 경우 배임 문제에 휘말릴 수 있어 당분간 진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한 사태 비화 다룬 책 발간 ‘수상한 연기’  


시사저널은 지난해 10월23일 ‘신한 사태 판도라 상자 닫혔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신한지주의 재일교포 주주이자 전 사외이사인 정행남 재일상공회의소 고문이 신한 사태의 비화를 다룬 책 집필을 끝냈으나 책 발행을 무기한 연기했다는 내용이었다.

정 전 이사는 연기 이유에 대해 입을 다물어왔다. 배경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신한지주와 정 전 이사 사이에 수상한 거래가 오간 정황이 포착됐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신한은행이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는 일본 법인 SH캐피탈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SH캐피탈의 알짜 자회사인 SH채권회수주식회사를 정 전 이사에게 넘겨준 사실이 확인됐다.

2003년 12월 설립된 SH캐피탈은 고 이희건 명예회장의 뜻으로 만들어졌다. 신한은행을 포함해 신한지주의 주요 주주 30여 명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출 금리가 9%대에 이르는 만큼 연간 대출 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가 돌연 SH캐피탈을 청산하고, 100% 자회사인 SH채권회수를 매각한 배경을 두고 의혹이 일고 있다. 정 전 이사가 SH채권회수를 사들인 시점은 지난해 말쯤이다. 정 전 이사가 책 발행을 포기한 시점과 일치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일부 사정기관에서도 이 문제를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신한지주 측은 “SH캐피탈의 청산은 경영적 판단에서 이뤄졌다. 이사회 등 관련 절차를 모두 거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신한지주의 한 관계자는 3월12일 기자와 만나 “SH캐피탈의 수익이 저조해지면서 주주들 사이에 출자금 반환 요청이 커 청산에 나서게 된 것”이라며 “일부 주주들이 자회사인 SH채권회수에 대한 매수 희망 의사를 보였고 입찰 과정을 거쳐 결정됐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간부의 의견은 달랐다. 그는 “SH캐피탈은 명예회장 때부터 신한은행이 운영하다시피 한 회사다. 은행 출신들이 SH캐피탈 사장을 번갈아 맡았는데 당연히 신한지주의 영향력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이 나고 있는 회사를 일시에 청산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 전 사외이사가 (SH채권회수를) 인수한 것에 대해 일부 주주들의 반발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정행남 전 사외이사 측에도 수차례 연락을 취해 해명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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