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씩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다고?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4.03.1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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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소득공제 혜택 ‘소장 펀드’…연봉 5000만원 이하 직장인 장기 투자 제격

2009년 1월 펀드 시장에 큰 ‘사건’이 일어났다. 국내 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한 달간 29조원에 달했던 것이다.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그 다음 달도 11조원 넘게 순유입됐다. 한 달 평균 펀드 유출입액은 지금까지도 많아야 10조원을 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원인은 전년 10월 말 정부가 발표했던 증시 안정화 대책이었다. 정부는 만기 3년 이상의 장기 주식형 펀드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고, 연말정산 시기였던 이듬해 1월 근로소득자들이 너도나도 장기 펀드에 가입했다. 증시도 서서히 회복세를 보였다.

당시 장기 주식형 펀드는 연간 1200만원 한도(분기별 300만원)에서 불입액의 5(3년 차)~20%(1년 차)만큼 소득공제를 해주는 방식이었다. 3년 이상 가입을 의무화했다.

정부는 요즘 이 ‘소득공제 효과’에 재차 주목하고 있다. 장기 박스권에 갇혀 있는 코스피지수를 한 단계 도약시킬 구원투수로 또다시 ‘소득공제 장기 펀드(소장 펀드)’ 카드를 꺼냈다. 원금만 그대로 보존돼도 매년 불입액의 6% 이상을 환급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어서 직장인들 사이에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음 달 ‘펀드 슈퍼마켓’이 출범하면 소장 펀드 가입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일러스트 김세중
연간 최대 600만원까지 납입

소장 펀드는 중산층과 서민층이 매달 또는 매년 일정액을 5~10년간 적립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만든 실적 배당형 상품이다. 다만 아무나 가입할 수는 없다. 고소득자들이 정부의 세금 지원까지 받을 수는 없다는 여론이 있어서다.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만 대상이다. 총급여 기준에서 야근수당이나 6세 이하 자녀보육수당 등 비과세 급여는 제외된다. 따라서 급여가 5000만원을 넘더라도 증권사·은행·보험사 등 판매처에서 가입 자격을 다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전년 소득액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원천징수영수증 또는 소득금액증명원)가 있어야 한다. 때문에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은 들 수 없다. 일단 최초 가입 승인을 받으면 이후 연급여가 8000만원이 될 때까지는 소득공제 혜택이 그대로 유지된다.

연간 최대 납입금액은 600만원이다. 매달 50만원씩 자동이체를 해놓거나 특정 시기를 정해 1년에 한 번 600만원을 몽땅 넣어도 된다. 납입액 대비 40%(최대 24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5년 이상, 최장 10년까지 유지하는 조건이다. 5년 안에 해지하면 그동안 환급받은 세금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 다만 직장을 퇴사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중도 해지 때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소장 펀드 가입은 일단 내년까지만 가능한데 추후 국회에서 연장할 수도 있다.

소장 펀드에 가입할 경우 예상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주식형 펀드라도 장기간 가입하면 안전성이 꽤 크다는 분석이다. 펀드 평가회사인 KG제로인 자료를 보면, 순자산 1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 펀드 중 10년이 넘는 장수 펀드 59종의 지난 5년간 누적 수익률(3월6일 기준)은 평균 90.01%로 집계됐다. 10년 수익률은 156.9%였다. 이 정도면 꽤 높은 수익률이다. 최고 수익률은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펀드’(362.41%)였다. 10년간 코스피지수가 꾸준히 상승한 데다 펀드매니저들이 운용을 잘한 덕분이다.

이들 장수 펀드의 수익률(10년 기준 150% 가정)이 앞으로도 비슷하게 계속된다고 예상했을 때, 소장 펀드에 매달 50만원씩 적립한다면 10년 후 원금(6000만원)에다 약 4550만원의 추가 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매년 환급받게 되는 소득공제액(약 400만원)을 더하면 추정 이익금은 4950만원으로 늘어난다. 원금과 수익금이 1억1000만원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총투자 수익률은 80%를 웃돈다. 연리 3%짜리 복리형 적금에 10년간 넣었을 때의 수익률(16.7%)에 비해 5배가량 높다는 계산이다.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 업계는 소장 펀드가 침체된 증시를 살리는 촉매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소장 펀드의 가입 대상자 중 총급여 3000만~5000만원의 근로자가 집중적으로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근로자 수는 287만명 선이다. 줄잡아 50만명만 매달 50만원씩 납입해도 매년 3조~4조원씩 최장 10년간 증시로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

집에서 원스톱 쇼핑하는 ‘펀드 슈퍼’

다음 달 중순부터 국내 펀드 투자자들은 종전에 비해 훨씬 저렴한 수수료로 다양한 펀드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미국·영국 등 해외에선 일반화된 온라인 펀드 슈퍼마켓이 공식 출범하기 때문이다. 펀드 슈퍼마켓에선 소장 펀드를 포함해 총 1000여 개에 달하는 상품을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다.

펀드 슈퍼마켓을 운용하는 곳은 ‘펀드온라인 코리아’다. 지난해 9월 47개 운용사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가장 큰 특징은 일반 금융회사에서 판매하는 것과 똑같은 상품을 저렴하게 취급한다는 점이다. 증권사·은행 등 일반 펀드 판매회사가 백화점이라면 펀드 슈퍼마켓은 대형 할인점쯤 된다.

 일반적으로 투자자가 펀드에 가입하면 세 종류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첫 번째가 펀드 가입 때 판매사에 줘야 하는 일회성 판매 수수료다. 또 매년 순자산액 대비 일정 비율로 판매 보수 및 운용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펀드 슈퍼마켓에선 판매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는다. 온라인으로만 운영하는 특성 때문이다. 판매 보수 역시 종전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예컨대 은행에서 가입하는 A 주식형 펀드의 판매 보수가 연 1%라면, 똑같은 상품을 펀드 슈퍼마켓에서 든다면 0.3~0.4%만 내면 된다. 펀드 슈퍼의 평균 판매 보수는 순자산액 대비 △주식형 0.35% △채권형 0.15% △파생상품형 0.3% △재간접형 0.25% 등이다. 운용 보수는 일반 펀드와 똑같다.

가입 후 3년 안에 환매하면 0.15%의 후취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것은 유의할 점이다. 펀드온라인은 장기 투자 문화를 유도하기 위해 단기 투자자에 대해선 ‘벌금’ 성격의 후취 수수료를 내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펀드온라인 홈페이지에선 수익률은 물론 수수료, 자산 규모, 평가 등급 등을 기준으로 전체 펀드를 검색할 수 있다. 펀드 슈퍼마켓을 이용하려면 제휴사인 우리은행이나 우체국 창구에서 최초 한 번은 실명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미 우리은행 등을 통해 펀드에 가입한 적이 있더라도 펀드 슈퍼마켓에서 다른 펀드에 가입하려면 다시 은행에 들러야 한다. 금융실명제법 규제 때문이다.

펀드 슈퍼마켓에서 취급하는 1000여 개 펀드 중에서 ‘알짜’만 골라내는 방법은 뭘까. 매년 기준 지표를 웃돌면서 위험(표준 편차)이 작은 펀드를 선택해 장기 투자하는 게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매년 꼬박꼬박 소득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소장 펀드를 포함해서다.

펀드 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각 유형별 펀드(평균치) 대비 수익률이 높고 위험이 작은 국내 주식형 펀드를 따져보니 전체 787개 중 14개였다. 대부분은 배당주·가치주·중소형주 펀드였다. 예컨대 ‘신영마라톤1A’ ‘한국밸류10년투자1C’ ‘삼성중소형FOCUS1A’ ‘라자드코리아A’ ‘한화밸류포커스자1B’ ‘KB밸류포커스’ ‘미래에셋코리아컨슈머자1C-A’ 등은 꾸준한 수익을 내는 펀드로 꼽혔다.

특히 장기 투자할 땐 수익성만큼 안정성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매년 수익이 들쑥날쑥하지 않고 안정적인 성과를 지속해야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기보다 매년 안정적으로 시중금리를 초과하는지 여부를 따져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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