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헬스케어·중소형주 펀드 빛났다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4.11.1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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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성장주 실적은 저조…브라질 펀드도 냉각기

‘미국은 조이고, 일본은 풀고….’

글로벌 자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각국이 제각기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어서다. 미국 중앙은행은 지난 10월 말 양적완화(자산 매입) 종료를 선언했다. 더 이상 시장에 돈을 풀지 않겠다는 신호다. 비슷한 시기 일본은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일본은행은 시중에 연간 80조 엔 규모의 자금을 풀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국내 재테크 시장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증시가 약세를 보였고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굳어졌다. 따지고 보면 국내 시장은 2014년 내내 외부 변수에 시달렸다. 경제 체질이 수출 주도형인 데다 증시에선 외국인 비중이 높아서다. 해외 투자 상품이 일반화된 것도 외국발(發) 뉴스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380조원 규모의 펀드 시장에선 더욱 희비가 엇갈렸다. 박스권 장세가 계속되면서 배당주·헬스케어·중소형주 펀드는 빛을 발했다. 반면 대형 성장주 펀드의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 일러스트 최길수
■배당주 펀드, 정책 변화 속 수익률 ‘쑥쑥’

여러 재테크 상품 중에서 올해 가장 많이 회자된 상품은 배당주 펀드다. 정부가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유인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다.

배당소득 증대세제와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대표적이다. 한국거래소는 새 배당지수를 내놓기도 했다. 올해 주식형 펀드의수익률이 평균 -4.60%(11월5일 기준, 에프앤가이드)로 부진했는데도 70개 배당주 펀드 수익률은 5.87%를 기록 중이다.

연말 ‘배당 시즌’이 다가오면서 배당주 펀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 실적이 부진해도 연말 배당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증권이 코스피 200종목 중 12월 결산법인 199개 기업의 현금 배당액을 추정해보니, 총 12조511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9조8604억원)에 비해 26.9% 늘어난 수치다. 11월3일 종가 기준으로 배당 수익률 추정치는 1.27%다. 2008년(1.36%) 이후 6년 만의 최고치다. 주가가 지금 수준에서 더 오르거나 떨어지지만 않아도 1%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배당주와 쌍벽을 이뤘던 가치주 펀드는 다소 약세다. 설정액이 10조원을 넘은 가치주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74%다. 당초예상보다는 부진하다. 시중 자금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종목을 선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게 펀드매니저들의 설명이다.

삼성SDS의 공모주 청약이 11월6일 134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막을 내렸다. 16조원에 육박하는 시중 자금이 몰렸다. 삼성SDS의 공모주 청약과 함께 돈이 많이 유입된 펀드가 있다. 바로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총자산 6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고 동시에 30% 이상을 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이나 코넥스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펀드 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 소득에 대해 최고 41.8%의 종합소득세 대신 원천세(15.4%)만 내면 되는 분리과세 혜택이 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진짜 매력은 ‘공모주 10% 우선배정권’이다. 투자자들이 개별적으로 공모주에 청약하더라도 실제 배정받을 수 있는 몫은 매우 적은데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를 통해 공모주 투자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첫 상품이 등장한 게 올해 4월이다. 올 초에야 세제 혜택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나온 지 불과 6개월 만에 1조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모았다. ‘공모주 효과’가 본격화하지 않은 데다 출시된 지 1~2개월에 불과한 새 펀드가 많은데도 평균 수익률이 1.79%에 달하고 있다. 다만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워낙 우후죽순 생겨나서다. 전체 설정액이 커진 만큼 펀드별로 배정되는 공모주 물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소리 없이 급등한 헬스케어 펀드

국내외 건강 관련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헬스케어 펀드가 올해 펄펄 날았다. 펀드 수 10종, 설정액 1230억원으로 크지는 않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이 평균 24.30%를 기록했다. 바이오 종목의 성장성이 부각된 데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덕분이다.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무려 35.26%에 달한다. 지난해 초 설정된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프랭클린미국바이오헬스케어펀드(30.91%), 한화글로벌헬스케어펀드(25.40%), 동부바이오헬스케어펀드(18.54%) 등도 좋은 수익을 내고 있다.

액티브 펀드(펀드매니저들이 적극 운용하는 펀드) 외에 헬스케어 관련 상장지수 펀드(ETF)도 늘어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8월 미래에셋TIGER나스닥바이오 ETF를 추가 상장했다. 국내 헬스케어 종목이 주종인 미래에셋TIGER헬스케어 ETF도 있다.

헬스케어 펀드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건강 관련 종목을 많이 편입한 펀드의 수익률은 좋은 편이다. 대표적인 상품이 올해 주식형 펀드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리츠코리아펀드다. 세운메디칼이나 바이오스페이스 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마이다스에셋의 미소중소형주펀드는 독점적인 지배력과 브랜드를 갖추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중소형주에 선별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헬스케어주를 많이 담으면서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해외 펀드는 인도·미국·중국이 싹쓸이

해외 펀드의 수익률은 지역별 편차가 극심한 모습이다. 인도·미국·중국본토·신흥아시아·일본 등은 괜찮지만 러시아·브라질·유럽 등의 펀드 수익률은 죽을 쑤고 있다. 인도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9.22%로 지역별 펀드 중에서 압도적이다. ‘모디노믹스’가 위력을 발휘한 덕분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지난 5월 취임한 후 혁신적인 경제 성장 모델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인도로 쏠리고 있다. 모디 총리는 모든 가정에 전력과 가스 등을 공급하고 신도시 모델인 ‘스마트시티’ 100개와 위성도시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를 공언해왔지만 시장은 경기 지표에 더 주목했다. 경기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자 미국 증시에 베팅하는 ‘글로벌 큰손’이 오히려 늘어났다. 미국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12.76%로 인도 펀드의 뒤를 잇고 있다.

설정액이 2조원을 넘은 중국 본토 펀드의 수익률도 평균 5.11%로 좋은 편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바닥’ 아니냐는 기대가 확산된 덕분이다.

상하이지수는 2007년 6000까지 급등했다가 올여름 2000선으로 내려앉았다.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여름 이후부터는 다시 상승세다. 연내 시행될 예정인 ‘후강퉁’ 제도에 긍정적인 전망도 많다. 후강퉁은 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를 통해 상하이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있다. 이용 KTB자산운용 해외투자본부 이사는 “후강퉁이 시행되면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중국 본토의 대형 우량주를 매집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삼성그룹·러시아·원자재 펀드는 부진

부진한 펀드도 많았다. 대표적인 게 삼성그룹주 펀드다. 4조원 넘는 대형 펀드인데 평균 수익률 -9.74%를 기록 중이다. 10조원 안팎에 달하던 삼성전자의 분기당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떨어진 데다 영업이익률(7%)도 애플(27%)에 크게 뒤진다는 점이 부각됐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건강이 호전되지 않고 있는 점도 주가엔 악재다. 삼성그룹주 펀드를 집중 설정한 곳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다. 한국투신과 미래에셋, 삼성운용은 나란히 삼성그룹주 ETF도 상장해 놓고 있다. 성적이 썩 좋지 않다.

지역별 펀드 중에서 최악의 펀드는 러시아 펀드다. 평균 수익률이 -20.88%다. 가장 큰 원인은 지역 정세다. 크림반도를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긴장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가 이어졌고 국제 유가까지 떨어졌다.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출 비중이 높다. 루블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하락한 것도 좋지 않은 신호다.

브라질 펀드도 냉각기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에 실패했다는 혹평을 받았는데도 재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브라질에만 투자하는 펀드 중 덩치가 가장 큰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펀드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7.28%에 머무르고 있다.

연초 기대를 모았던 원자재 펀드도 마찬가지다. ‘슈퍼 달러’와 함께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펀드 수익률도 떨어졌다. 국제 유가와 곡물, 비금속 원자재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원자재 펀드 수익률은 연초 이후 -5.86%다. 블랙록·JP모간 등 외국계 펀드의 수익률이 특히 별로였다. 주요 수요 국가인 중국과 유럽의 성장이 둔화 또는 침체를 겪고 있는 점도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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