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꼼수에 당국 제재 무용지물
  • 김병윤 기자 (yoon@sisabiz.com)
  • 승인 2015.07.2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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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제재에 집행 정지 가처분..법원 판결 전까지 제재 효력 無
대주주·경영진 우선하는 저급 지배구조 비판
조석래 효성회장

불법으로 분식결산했던 효성이 법을 악용해 당국의 제재를 피해가고 있다. 소액주주 권리를 침해하면서 대주주·경영진을 과잉 보호하는 대기업들의 행보를 답보한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저급 지배구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 따르면 효성은 2005년부터 자기자본을 과대계상했다. 또 당기순손실 602억원가량을 당기순이익 77억원으로 부풀렸다 적발됐다.

제13회 증선위는 효성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하고 조석래 효성 회장, 이상운 부회장 등 대표이사 2인 해임권고 등 징계를 내렸다. 이에 따라 효성은 올 초 열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2인의 해임권고안을 상정해야 했다.

효성은 법원에 증선위 징계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법으로 대표이사들 자리를 보전했다. 이 사안은 아직 법원에서 시비를 가리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 증선위 제재 회피하는 구조적 취약점 드러나

효성 사례처럼 현행 증선위 제재는 여러가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효성처럼 법을 악용해 시간을 끄는 경우 기업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효성은 2005년부터 10년여 동안 일부 계열회사를 합병하면서 회계 조작했다. 장기간  분식회계는 효성 전·현직 임원의 횡령·배임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을 침해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회사측이 즉시 주주총회에 대표이사 해임안을 상정했다면 신규 경영진 선임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릴 방안을 모색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효성처럼 행정 제재를 거부하고 시간을 끌면 사안의 중대함은 자연스레 잊혀지게 되고 기업과 주주 가치를 끌어올릴 시기를 놓치게 된다.

기업이 해임안을 받아들여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이사회가 주주총회에 해임안을 상정할 지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 해임권고를 받은 당사자가 직접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 손으로 본인을 해임하는 안을 주총에 상정할 지를 결정하는 구조라서 주주총회에 안건을 상정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증선위 제재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금융기관 임원의 자격 제한 같은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본인의 해임 권고나 이사회 상정을 결정하는 자리에 본인이 참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대표이사 해임권고안의 당사자는 상정 결정 구조에서 빠져야 하는 게 맞다"며 "금융회사는 이사가 해임권고만 받아도 직무가 정지되는데 비해 비금융사는 요건이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 필요할 때만 소액주주 찾는 대기업.."기업 스스로 저급한 지배구조 개선해야"

당국 제재를 기다리기 전에 기업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해외펀드 반대에 부딪히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기업 경영의 신속한 정상화, 소액주주 권리, 애국심 등에 호소한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보이는 행태를 보면 소액주주란 우호세력은 필요할 때만 찾는 존재로 볼 수 있다"며 "아직까지 대주주가 곧 경영진이라는저급한 지배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미국에서는 대표이사 해임권고를 받은 당사자가 포함된 결의 구조는 일반 요건보다 결의 요건을 더 강화한다”며 “국내에서도 공정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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