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락, 에너지주 국내외 전망 엇갈려
  • 윤민화 기자 (minflo@sisabiz.com)
  • 승인 2015.08.06 17:02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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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전문가들 유가 30달러까지 예상하며 경고 신호...국내 분석가들 정유 화학주 바닥 쳤다며 매수 권유
비(非) OPEC(석유수출국기구) 석유 생산량 증가에 국제 유가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BP 홈페이지 제공

에너지, 화학, 정유 주에 대한 국내외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WTI 기준 45달러 대로 떨어진 국제 유가가 30달러 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시점이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분석가들은 에너지 관련 주가를 긍정적 또는 중립으로 보는 반면 해외 전문가들은 비관적이다. 원자재 값이 폭락하면서 에너지주 하락을 보는 시각에 차이가 나고 있다.

국내 분석가는 최근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저평가된 에너지주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원자재 가격이 정상화할 것이라며 이 업종의 주가 하락을 단기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파악한다.

미국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폭락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 유가 하락이 향후 증시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 정유화학주 저평가 됐을때 매입해라!

국내 전문가들은 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주의 미래를 낙관하며 매입을 권유하기도 한다. 현재 주가가 저평가돼 투자가치가 높다고 보는 것이다. 또 유가 하락이 현재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보다 향후 차익 실현 기대치를 더 높게 보고 있다. 앞으로 유가 하락 여파가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황유식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산업의 장기 그림에는 변화가 없다"며 “저유가 시대가 시작되면서 NCC(Naphtha Cracking Center, 나프타분해공정) 기업의 상대 원가 경쟁력이 향상됐고, 제품별 수익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석유화학 신(新)증설 규모가 수요 증가 규모를 하회했다"며 “향후 3년은 수요의 강도가 약해도 스프레드(제품가격에서 원료가격을 뺀 값)는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연주 KDB 대우증권 분석가도 “유가의 바닥이 멀지 않았고 화학제품의 공급도 타이트하기 때문에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며 “중국 경착륙 리스크가 완화되면 화학 시황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를 끌어내리는 주범인 중국 경제도 곧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전문가 대부분은 정유 화학 시황이 올해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와 중국 증시 모두 저점을 찍었기 때문에 더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셈이다. 윤재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더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며 “유가가 안정되면 정유화학주도 같이 오를 것"이라 말했다.

◇ 美 에너지주 더 큰 위기 남아... S&P 500 하락 조정기 겪을 것

이에 비해 외국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30달러 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극단적 전망까지 내고 있다. 에드워드 모스 시티그룹 수석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30달러 밑으로 내려가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국제유가가) 30달러 밑으로 내려간다면 원유 공급량을 반드시 줄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30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미국 증시에 치명적 악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3일(현지시각) 에너지 업종에 대한 설비투자(Capex)가 현저히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이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에너지·화학·채광 산업은 전 세계 Capex의 약 33%를 차지했다. 올해에는 2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S&P는 에너지 업종 Capex가 다음 해에는 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BP, 네덜런드의 로열더치셸, 미국의 쉐브론, 노스웨이의 스타토일, 호주의 우드사이드(Woodside Petroleum) 등은 최근 계획했던 원유 대량 생산을 보류했다고 발표했다. 유가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원유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진다. 최근 블룸버그가 발표한 원자재 지수는 6년 만에 최저치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5일(현지시각) 에너지업 정크본드(junk bond, 투기등급 채권) 수익률이 올라도 해당 업종 주식은 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업종과 관련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별개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보통 미국 채권 수익률을 통해 향후 증시를 예측한다. 마티 프리드슨 Lehmann, Livian, Fridson Advisors 수석 투자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채권 수익률이 오르면 해당 주가도 따라 오르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에너지업처럼 한 업종이 채권 수익률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에너지 정크본드 수익률이 올라도 해당 업종 주가는 내려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에너지 채권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기준금리 인상은 에너지 업종 주식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반적으로 채권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면 해당 업종 주식도 같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짐 폴슨 웰스캐피탈 수석 투자전문가는 “S&P 500을 중심으로 미국 증시가 큰 조정기를 겪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S&P 500지수는 최근 몇 년 간 한 번도 조정기를 가지지 않았다"며 “에너지 하락을 기점으로 매우 빠른 시일 내에 하락 조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P 500지수는 2011년부터 계속 상승 국면이다. 이에 반해 에너지 지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현재는 1400선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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