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왕실장’ 떠난 자리 ‘무대’가 메웠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5.09.22 09:31
  • 호수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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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비서실장 2·3위로 밀어낸 김무성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혀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대통령과 밀착된 인물과 견제하는 인물이다. 아무래도 밀착된 인물, 즉 최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높은 순위에 오르기 마련이다. 지난해 시사저널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오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올해 이 부문 조사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위를 차지했다. 과연 그는 박 대통령과 밀착된 인물일까. 아니면 박 대통령을 견제하는 인물일까.

김 대표는 지난해 이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이라면 그는 당연히 견제 인물로 분류되었을 터다. 하지만 올해는 좀 모호하다. 최근 들어 김 대표는 부쩍 ‘친(親)청와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질주하면서 ‘현재 권력’과 각을 세우는 것이 불리하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파동 때도 그는 대통령 편에 섰다. 하지만 이는 ‘발톱’을 감춘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 세력이 점점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막강한 ‘3인방’…10위권 내 모두 진입

무엇보다 눈에 띄는 인물은 이른바 ‘문고리 권력’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청와대의 정호성 부속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비서관 3인방’이다. 이들은 나란히 5~7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이들 모두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말 터진 청와대 문건 유출에 따른 비선 개입 논란으로 정윤회씨와 함께 이들 3인방이 크게 회자된 뒤로 이들은 일약 유명해졌다. 시사저널이 지난 7월, 정치평론가와 정치부 기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 정부 권력 실세 조사에서 정 비서관이 1위로 깜짝 등극했고, 이 비서관과 안 비서관 역시 각각 3, 4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한 바 있다.<시사저널 7월19일자 ‘박근혜 정부 최고 실세는 청와대 비서 3인방’ 기사 참조> 이번 전문가 설문조사의 경우에도 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사회단체인 등 대다수 그룹에서 3인방을 10위권 내에 지목했다. 청와대 수석도 아닌 비서관들이 10위권 안에, 그것도 3명이나 이름을 올린 것은 본지 조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김무성 대표는 31.6%의 지목률로 2위에 오른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15.3%)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박 대통령의 대표적 견제 인물이었던 김 대표는 이 부문 조사에서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10.8%,

이듬해인 2014년에는 28.4%를 기록하며 2년 연속 2위에 머무르다가 올해는 30% 벽을 넘어서며 맨 앞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는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다시 한번 ‘미래 권력’의 선두 주자임을 입증했다. <30쪽 기사 참조>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1위 김기춘 전 실장이 올해 조사에서 3위(10.3%)를 차지한 점이다. 전직 비서실장이 3위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김 전 실장의 영향력이 컸다는 점을 방증한다. 그는 2013년 49.3%, 2014년 64.1%의 지목률로 2년 연속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영향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2013년 10.7%의 지목률로 3위에 오른 후 지난해에는 9위(3.5%), 올해는 10위(3.3%)에 그쳤다. 박 회장은 지난해 6위(4.5%)에 랭크됐지만, 올해는 공동 17위(0.8%)까지 밀렸다.

그 밖에 박근혜 정부의 황태자로까지 불리는 황교안 국무총리는 4위(7.2%)에, ‘친박’ 핵심 실세로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8위(4.8%)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모두 측근 인물들이다. 견제 인물로는 거의 유일하게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9위(4.4%)에 이름을 올렸다. 10위권 밖으로는 정윤회씨(11위, 2.2%), 서청원 최고위원(공동 13위, 1.2%), 이정현 의원(15위 1.1%), 김관진 안보실장(공동 17위, 0.8%) 등이 눈에 띈다.     

 

올해 ‘현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조사에서 8위에 오른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는 순위에 비해 지금 가장 막강한 권력실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취업 청탁으로 불거진 국회의원들의 ‘슈퍼 갑질’ 논란이 이번 국감에서 최 부총리를 향해 쏠리고 있다. 지난 2013년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최 부총리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부당한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 부총리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지역구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황 아무개씨의 중소기업진흥공단 취업 과정에서 박철규 당시 공단 이사장이 황씨를 합격시키도록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단은 서류를 조작하고 면접 결과를 뒤엎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 결과 황씨의 서류전형 결과는 2299위였으나, 박 이사장의 직접 지시로 36명의 최종 합격자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최 부총리는 취업 청탁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최 부총리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의 모교인 대구고 출신들이 국세청·감사원·국민연금공단 등 권력기관의 요직을 차지한 데 이어, 최근 군 대장급 인사에서 군부 서열 1위인 합참의장직까지 차지하며 이른바 ‘대구고 공화국’ 논란이 일고 있다. 이순진 합참의장 내정자는 최 부총리(15회 졸업)의 대구고 1년 선배다. 최초의 3사 출신 합참의장 등극에 대해 군 주변에서는 대체로 이변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최 부총리의 대구고 3년 후배인 조현천 중장은 지난해 국군기무사령관에 전격 발탁된 바 있다. 최 부총리의 대구고 2년 후배인 이완수 변호사는 얼마 전 감사원 2인자 자리인 사무총장에 올랐는데, 사무총장에 외부 인사가 발탁된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최 부총리의 대구고 및 행시 후배이고,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대구고 출신으로 차기 검찰총장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이 밖에도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비롯해 경제 부처 및 금융계에도 대구고 인맥이 널리 포진해 있다. 이와 관련해 최 부총리는 “대구고가 졸업생이 5만~6만명이 되는 학교다. (요직을 차지했다고) 거론된 사람 다 합쳐도 10명이 안 된다. 경기고·경복고 등은 더 많다”며 “음모론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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