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화학사업 인수한 롯데케미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한다
  • 송준영 기자 (song@sisabiz.com)
  • 승인 2015.10.30 14:58
  • 호수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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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사업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 떨어져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삼성 화학 사업 부문을 인수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케미칼 주력 제품이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롯데그룹은 삼성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정밀화학의 지분 31.5%(삼성 BP화학 지분 49% 포함),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분할신설 법인 지분 90%를 각각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다고 30일 밝혔다.

롯데그룹이 삼성SDI 케미칼 사업과 삼성정밀화학을 인수하는 배경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은 과잉공급 ·저수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소다. 롯데케미칼이 주력하는 합성수지(PE/PP)와 화섬원료(MEG/PTA)는 범용 제품으로 기술 장벽이 낮아 타 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쉽다.

특히 합성섬유와 페트(PET)병 등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PTA(고순도 테레프탈산)는 2012년 중국의 급격한 증설로 공급 과잉에 빠졌다. 이제는 제품 값이 원료 값보다 싼 상황에 이르렀다.

고부가가치 제품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가격 방어가 용이하다. 고부가가치 제품 가격은 공급자가 한정돼 공급 과잉에 빠져들 염려가 적다. 롯데케미칼 경쟁사인 LG화학은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2.8%올랐다. 불황에도 ABS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도 고부가가치 제품에 힘을 쏟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나섰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 경영권 장악 후 처음 방문한 곳이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BR(PolyButadiene Rubber·합성고무)공장이었다. 이 공장은 롯데케미칼이 합성고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었다.  

BR은 천연고무에 비해 내열성·내마모성·내수성 등이 우수하여 고급 타이어나 내충격성 폴리스티렌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 재료로 사용된다. 롯데케미칼은 이탈리아 국영석유회사 ENI S.p.A의 자회사 베르살리스와 특수 고무 합작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번에 인수하는 삼성그룹 화학 사업들 역시 고부가가치군에 속한다.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은 가전과 전기전자 제품, 자동차 내·외장재 등에 사용되는 합성수지(ABS) 부분에서 생산능력 기준 국내 2위, 세계 6위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ABS 생산량 54%를 소비하는 중국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은 이외에도 고충격, 고강성 내·외장재로 사용되는 PC 부분 국내 1위, 인조대리석 부분 국내 1위 등 해당 사업 영역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건축·산업·섬유·의학 부분 등에서 널리 사용하는 염소·셀룰로스 계열 정밀화학 제품군에 기술 경쟁력이 있다. 삼성BP화학은 주력 제품인 초산에 있어 압도적인 국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원료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유화업체 액시올과 합작해 ECC(Ethane Cracking Center·에탄분해설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수르길 가스전 사업 완료했다”며 “삼성 화학 산업을 인수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 밝혔다.

롯데그룹은 다음달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분할 이사회를 구성하고 내년 2월 신규 법인을  설립한다. 이후 실사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 결합 승인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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