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폐지 측] 마녀사냥 중단하고 사법 개혁 완수하라
  • 조원익 | 한국법조인협회 공보이사 (변호사) (sisa@sisapress.com)
  • 승인 2015.12.15 20:49
  • 호수 136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월9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앞에서 한국법조인협회 회원들이 하창우 변협 회장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조령모개(朝令暮改). 사법시험 폐지 유예논란의 본질은 사법 개혁이라는 시대의 요청을 무시하고 구(舊)체제의 안락과 영광을 유지하려는 수구파의 마지막 반항의 몸부림이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구체제 부활에 관한 수구파와 개혁파의 마지막 대결이다.

수구파에게는 원죄가 있다. 그들은 사시와 연수원이라는 체제하에서 특권을 누려왔으나, 전관예우·기수문화 등 국민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했다. 2007년 당시 법률 서비스 이용 국민 56%가 법조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고, 사법부 불신의 원인으로 62.6%가 법조 비리를 꼽았다. 전관예우가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은 무려 93%였다. 그리고 이런 특권을 바라보는 사람 중 단 3%만 합격의 열매를 맛볼 수 있었으며, 97% 중 많은 수가 청춘을 허비했다.

이 같은 원죄를 제거하기 위해 1995년부터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 뜻있는 선각자들이 모여 미국 시스템을 기본 모델로 하는 로스쿨 제도 도입을 논의하고 10년 연구 끝에 2007년 여야 합의로 제도화됐다. 로스쿨 제도에 따른 변호사시험법 제정 시 사시도 이미 폐지하기로 확정됐다.

최근 10년 고졸 출신 사시 합격 3명뿐

수구파는 여기에 세 가지 죄를 더하고 있다. 사시가 희망의 사다리라는 마약 같은 구호를 붙여 희망 고문을 양산한 것이 제일 큰 죄다. 개천을 없앨 생각은 하지 않고 개천의 용만 만들 생각을 하고 있으니 사회 발전이 지체되는 것이다.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라는 건 개발도상국 시절의 신화와 같은 것이지만, 지금의 사회구조에서는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는다. 응시 기회가 기계적으로 주어졌다고 해서 평등한 것이 아니다. 사시 합격자 중에 고졸은 최근 10년간 3명이 있다. 그마저도 모두 법학 과목 35학점 이수나 독학사 이수를 통해 사시 응시 자격을 얻었으니 순수 고졸 사시 합격자는 이제 없다.

둘째로 국민들에게 로스쿨 제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호도한 죄다. 공산주의를 제외하고는 잘사는 사람은 어느 사회에서나 유리하다. 결국 공정한 제도의 핵심은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에 대한 실질적 기회 보장 여부에 달려 있다. 존 롤스가 ‘정의론(正義論)’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회적으로 불평등이 불가피하다면, 그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는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제도를 채택하는 것이 정의롭다. 로스쿨은 특별전형을 두어 차상위 계층이나 장애인 등 사법시험 체제에서 시험을 보기 어렵거나 도전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합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기회 제공이고 평등이다. 그러나 사시는 실패한 사람에게 내년에는 합격할 것이라는 기약 없는 희망 외에 무엇을 주는가?

셋째로 수구파는 ‘금수저’ ‘음서제’ 등 근거 없는 낭설로 로스쿨 재학생들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소외하고 차별한 죄가 있다. 법률가는 법치주의에 대한 올바른 상식과 국민(의뢰인)에 대한 성실함으로 존재 가치를 입증받는다. 사시 출신이나 로스쿨 출신 모두 자격 획득 후 대중의 평가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수구파는 로스쿨 출신에게 ‘금수저’ ‘음서제’라는 악의적 프레임을 덧씌워 객관적 증거 없이 로스쿨 출신의 실력을 폄하했다. 수구파는 사시 출신 법조인들이 뇌물 수수, 성추행 등 온갖 비리와 불법을 자행할 때 ‘사시 출신’이라고 비난하지 않으면서, 로스쿨 일부의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로스쿨 제도는 엉터리를 양산한다’며 마녀사냥을 즐긴다. 그러고는 원죄에 대한 아무런 조치 없이 구체제 아래서 로스쿨 제도를 보완하자고 나서고 있다. 그야말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행태가 아닌가. 이제는 신체제에 대한 로스쿨 재학생과 국민의 신뢰에 대해 신경을 쓸 때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