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마케팅으로 한밑천 잡으려 한 퇴물”
  • 모종혁│중국 통신원 (.)
  • 승인 2016.01.28 19:21
  • 호수 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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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위 사태’ 촉발한 대만 출신 황안, ‘대만 독립 반대’로 유명세

2015년 12월19일 오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의 한 계정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2011년 11월 이래 발표했던 글과 사진을 하나씩 삭제하기 시작한 것. 대략 5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삭제 작업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계정에 있던 글과 사진 4900여 건이 모두 사라졌다. 이 계정의 사용자는 황안(黃安·53). 지난 2주 동안 우리나라와 중화권을 뜨겁게 달군 ‘쯔위(周子瑜·16)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필자는 황안의 진의와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웨이보와 메일로 연락했지만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 그의 소속사에도 전화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소속사는 쯔위 사건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부가 모두 주목할 정도로 커지자 “사적인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베이징의 대만사무판공실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황안. ⓒ 황안 웨이보

이번 쯔위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황안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황안은 1962년 대만 신주(新竹) 현에서 태어났다. 중학생 시절부터 음악에 심취했다. 군대에서 제대한 후 낮에는 집안일을 돕고 밤에는 레스토랑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이때 쌓은 인지도를 발판 삼아 1988년 본격적인 전업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초창기 서민의 애환을 다룬 노래를 주로 불러 ‘노동자의 황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만 독립 지지’ 연예인 폭로로 시선 끌어

1993년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드라마 <판관 포청천(包靑天)>의 엔딩 음악 <신원앙호접몽(新鴛鴦蝴蝶夢)>을 노래해 큰 인기를 얻었다. 2000년 베이징(北京)으로 거주지를 옮겨서는 가수보다 예능 프로그램 MC로 나서면서 명성을 쌓아갔다. 하지만 2008년 이후에는 출연이 뜸했다. 최근 5년 동안에는 주로 밤무대나 이벤트 행사의 MC, 초청 가수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2014년 6월까지 황안의 웨이보 팔로워는 70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6년 1월21일 현재 291만명으로 급증했다. 황안이 2015년부터 돌연 ‘반(反)대만 독립투사’를 자처하고 나서면서부터다. 그는 웨이보를 통해 “중국은 하나이기에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고 떠들었다. 웨이보의 프로필 사진을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로 바꾸기도 했다. 또 2015년 10월8일에는 중국 정부의 대만사무판공실 입구에서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는 구호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1인 시위 이후 황안은 중국 언론 매체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대만 국적의 연예인이 대만 독립 반대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중국 누리꾼들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는 애국지사”라며 환호했다. 웨이보의 팔로워 수가 폭증한 것도 이때부터다. 또한 중국 곳곳의 여러 행사와 이벤트에서 황안을 초청 가수로 모셔가려고 줄을 섰다.

노이즈 마케팅으로 재미를 본 황안은 새로운 행보를 보였다. 중국에서 활동해 돈을 벌면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연예인을 폭로해 퇴출하는 데 앞장선 것이다. 그 첫 번째 표적은 대만 가수 루광중(盧廣仲)이었다. 2015년 11월20일 황안은 웨이보를 통해 “루가 2014년 3월 대만 대학생들의 입법원(국회) 점거 시위 때 독립 지지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루가 시위 현장에서 마스크를 쓴 사진을 공개했다. 또한 2015년 한 해 중국 내 어느 지역에서 공연을 했고 앞으로 어디에서 공연할지 명시했다. 이에 11월28일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뮤직페스티벌의 주최 측은 루의 출연을 급히 취소했다.

황안이 1월18일에 발표한 ‘대만 동포에게 보내는 성명서’(왼쪽)와 트와이스 쯔위의 사과 영상(오른쪽).

중국·대만 양쪽에서 배척당하게 돼

두 번째 대상은 홍콩 배우 웡헤이(王喜)다. 지난해 12월31일 황안은 웨이보에 “웡이 우리의 위대한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를 외설적으로 비하하는 등 중국을 모욕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중국 방송에 출연해 돈을 벌면서 홍콩으로 돌아가서는 조국을 헐뜯는다”고 성토했다. 웡이 페이스북에 언급한 것은 홍콩 작가 차이융메이(蔡詠梅)가 펴낸 <저우언라이의 비밀스런 감정 세계>라는 책의 내용이다. 이 책은 저우 전 총리가 동성애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때마침 웡헤이는 중국 국영 CCTV가 지난해 12월부터 방영하기 시작한 중국판 ‘무한도전’ 프로그램인 <대단한 도전(了不起的挑戰)>에 출연 중이었다. 황안의 폭로로 웡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누리꾼들이 “웡을 방송에서 퇴출시켜라”면서 들고일어났기 때문이다. CCTV는 지난 1월10일 방송분에서 웡의 얼굴을 흐릿하게 모자이크 처리했다. <대단한 도전> 제작진은 웨이보를 통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웡을 기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미 찍은 장면을 쓰지 않겠다”며 웡의 퇴출을 공표했다. 이어 트와이스 쯔위가 황안의 ‘애국지사 행보’의 세 번째 피해자가 됐다.

황안은 이전에도 숱한 설화(舌禍)를 남겼다. 잦은 설화로 대만 연예계에서 퇴출당해 중국으로 이주해야만 했다. 2013년에는 중국의 한 방송에서 “대만은 괴상한 곳”이라고 말해 대만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제 황안은 조국인 대만에서 거센 역풍을 받고 있다. 본래 2월3일 대만으로 돌아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말하겠다고 공표했다. 또한 1월18일 성명서를 통해 “대만의 독립을 반대할 뿐이지 대만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만인들은 황안을 ‘모함꾼’ ‘이중 스파이’ 등으로 부르며 그의 조국 방문을 반대하고 있다. 또한 수많은 노래방에서 황안의 노래가 사라졌다. 심지어 황안의 국적 취소를 지지하는 모임까지 만들어졌다.

중국 내에서도 황안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커져가고 있다. 황안이 과거 대만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만 국기를 흔들며 노래하는 장면이 인터넷에 공개되기도 했다. 중국의 유력 일간지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황안이 양안의 정치적 신뢰를 파괴했고 쯔위를 정치적으로 박해했으며 양안의 민간 관계를 악화시켰다”고 질타한 후 “그 죄는 백번 죽어도 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사면초가에 빠진 황안보다 우리를 아쉽게 하는 이들은 MBC와 JYP다. 쯔위로 하여금 대만 국기를 들게 했고, 그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한 주역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제작진이었다. 하지만 MBC는 지금까지 그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JYP는 “쯔위 및 부모님과 함께 상의했다”며 16세 소녀를 전면에 내세워 총대를 메게 했다. 노이즈 마케팅으로 한밑천 잡으려는 한 퇴물 연예인의 잘못으로 귀결될 수 있는 일을 MBC와 JYP의 그릇된 대응으로 한류(韓流)가 치명상을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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