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물산업이다
  • 황의범 기자 (hwang@sisabiz.com)
  • 승인 2016.05.0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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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규모 지금도 반도체 3배… 2025년 9000억달러까지 성장 전망
물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며 물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물산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 사진=두산중공업

물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며 물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물산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영국 물 전문 리서치 기관 GWI에 따르면 2015년 세계 물시장 규모는 600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반도체 시장보다 2배가 큰 엄청난 규모다. GWI는 세계 물시장이 갈수록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장규모가 2018년에 6890억달러, 2025년에 9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무혁협회에 따르면 프랑스 다국적 물기업 베올리아(Veolia), 수에즈(Suez) 등 주요 글로벌 15개 기업은 세계 물시장의 51%인 4억8959만명에게 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올리아와 수에즈는 물산업으로 2014년 각각 매출 20조9000억원, 10조9000억원을 올렸다.

한국은 물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오래되지 않았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기업 세계 물시장 점유율은 1.6%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아직 태동기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과학 한국수자원공사 미래전략실 팀장은 “베올리아는 물산업에 뛰어든지 100년이 넘었다”며 “국내 기업이 점유율이 낮은 건 당연하다”고 낮은 국내 물시장 점유율에 대해 설명했다.

비록 세계 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기술력은 다르다. 국내 업체 기술력은 선진국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댐, 정수장 등 물관리 부문에서 57개 사업(851억원)을 완료했다. 또 13개국에서 18개 사업(1조3594억원)을 진행 중이다. 

특정 부문에서도 한국이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GWI가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 부문에서 세계 점유율 55%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업체도 물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화학업계의 행보가 돋보인다.

LG화학은 2014년 미국 필터업체 나노H20(NanoH2O)를 2억달러에 인수했다. 2014년에는 400억원을 들여 충북 청주에 수처리 필터 생산 공장을 완공했다. LG화학은 또 공장 가동 직후 이집트 등 5개국 8개 해수담수화 프로젝트에 수처리 역삼투압(RO) 필터 공급 계약을 맺었다. LG화학은 올해 2호 라인을 증설해 수처리산업을 회사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도 3월 주주총회에서 수처리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등 수처리산업에 대한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하·폐수 처리용 멤브레인 바이오리엑터(MBR) 공정방식을 통한 수처리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MBR방식은 미생물로 폐수를 1차 정수하고 미세한 분리막으로 2차 정수하는 사업이다.

이들 기업뿐만이 아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처리 분리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효성도 신소재인 폴리케톤으로 분리막을 만드는 등 친환경 정수시스템 기술을 확보했다.

해수 담수화 플랜트 건설부문에서는 국내 건설사와 중공업체가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활약이 특히 돋보인다. 두산중공업이 운용하고 있는 해수 담수화 시설은 120개국 약 8500개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도로도시개발부와 MOU를 맺은 6억달러 규모 모크란 담수·발전 플랜트 수주를 따낼 가능성이 높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호주,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하·폐수 설비와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도 중동 지역과 동남아에서 발전 및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국내 물산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정부는 대구 국가산업단지에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2018년 완공 예정인 단지는 국내 기업 기술개발부터 해외시장 진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입주 업체에 보조금 지급, 세제감면 등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심과학 팀장은 “한국수자원공사를 비롯한 국내 물산업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그럼에도 국내 업계가 수주를 계속 따내고 있다는 것은 기술력이 좋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경험이 필요한 시기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기업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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