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2008년부터 지하철 입점 전방위 로비”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6.06.13 10:39
  • 호수 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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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울시 감사보고서 “A사 입찰 과정 문제 있다” 지적하기도

 

 

‘정운호 게이트’의 끝은 어디인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상습도박 혐의로 발화한 이번 사건은 전관로비 의혹으로 비화했다. 여기에 정 대표의 네이처리퍼블릭 사업 전반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형국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의혹들이 속속 불거지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 역내 매장 사업 청탁 의혹도 그중 하나다. 검찰은 이 의혹과 관련해 김익환 전 서울메트로 사장을 6월5일 소환해 조사했다.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었다. 검찰 조사는 김 전 사장이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 역내 매장 사업과 관련해 ‘정운호 구명 로비 의혹’을 사고 있는 홍만표 변호사의 청탁을 받았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은 2011년 9월 홍 변호사가 김 전 사장 등 서울메트로 관계자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정 대표로부터 2억원을 받았다고 강하게 의심한다. 

 

 

검찰, 前 서울메트로 사장 등 참고인 조사

 

실제로 홍 변호사가 김 전 사장에게 청탁한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김익환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홍 변호사의 청탁을 거절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홍 변호사는 이와 별도로 6월2일 변호사법 위반 및 탈세 혐의로 이미 구속됐다.     

 

정운호 대표가 지하철 역내 상가에 네이처리퍼블릭을 입점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울시 감사관실이 2012년 4월 작성했던 감사보고서에 그 정황이 제법 구체적으로 나온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정 대표의 지하철 상가 입점 로비 의혹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 감사관실은 2011년 11월21일부터 12월9일까지 20일 동안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당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하면서 실시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이 시정업무를 보고받고 있을 때였다. 서울시 감사관실의 감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다른 산하 기관 등으로 특별감사를 확대했다. 서울시는 2011년 12월18일 “SBA에 이어 서울메트로와 SH공사의 대표 선임 과정에 대해서도 감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헤드헌팅 업체인 ㅇ사가 SBA와 서울메트로, SH공사 사장 공모에 후보자를 추천했는데, 모두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 사장으로 임명됐던 점이 주된 감사 대상이었다. 감사 결과, SBA는 헤드헌팅 업체 ㅇ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2530만원을 지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SBA 변아무개 대표는 2012년 3월2일 사퇴했다.

 

 


 

그런데 당시 서울시 감사 과정에서 서울메트로 인사 비리도 적발됐다. 감사관실은 2012년 4월 말,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에 대한 자체 감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김익환 당시 서울메트로 사장이 비위 직원을 비호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어 주목된다. 감사보고서엔 ‘김익환 사장이 (지하철) 지하상가 임대차 계약서에 부당 특약을 멋대로 삽입한 후 사장 직인까지 임의로 날인한 직원을 징계하기는커녕 오히려 승진시켜 (서울메트로) 본사의 주요 부서에 배치하는 등 공기업에선 있을 수 없는 비위를 감싸고 있다’고 적시돼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7월4일 당시 서울메트로 직원 ㅇ씨는 화장품 회사인 A사와 네트워크형 화장품 전문 매장 60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최대 경쟁사였다. 원래 임대차 계약서 표준안 제23조에는 ‘동일 역(驛) 동일 업종 제한 폐지’로 규정돼 있었다. 한 지하철 역내에 A사 이외에 다른 화장품 가게들도 장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운호, 前 서울시의회 의장 회사에 거액 투자

 

문제는 ㅇ씨가 A사에 특혜를 줬다는 점이다. 감사보고서는 ‘A사는 A사가 입점한 역에 다른 화장품 회사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ㅇ씨에게 로비를 해 ‘제23조와 관련해 A사가 입점한 역에는 타사 브랜드 입점을 제한’토록 부당 특약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로비를 받은 ㅇ씨가 서울메트로 재무팀 관계자를 시켜 (2008년 당시 김상돈 서울메트로) 사장의 직인을 무단으로 가져오게 한 다음 자신이 멋대로 부당 특약을 삽입한 계약서에 임의로 날인해 계약 효력을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엔 ‘2년이 지난 2010년 8월 사장으로 취임한 김익환 사장도 ㅇ씨의 부당 특약 삽입 사실을 보고받고, 그를 사법 당국에 고발했다. 그럼에도 서울메트로의 인사 및 징계 규정에 따라 중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ㅇ씨를 4급에서 3급으로 승진시켰을 뿐만 아니라 본사의 주요 부서에 영전 전보 조치했다’고 명시돼 있다. 당시 감사를 진행했던 서울시 관계자는 “사법 당국 수사가 끝난 다음 ㅇ씨 재산이 갑자기 늘어나 ‘A사에서 사후에 뇌물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감사와 별도로 감사원에서도 “2008년 A사의 입찰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문제는 A사만 서울메트로 측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운호 대표는 2008년께부터 지하철 역내에 더 많은 매장을 열기 위해 A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검찰도 이 점에 주목한다. 정운호 대표 역시 당시 서울메트로 내부 인사 등을 상대로 지하철 상가 입점을 위해 로비를 벌였다고 보고 있다. 로비 과정에 홍만표 변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2008년께부터 A사와 네이처리퍼블릭이 지하철 역내 매장에 입점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 과정에 홍 변호사가 서울메트로 측에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고 말했다.  

 

입점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6월7일 서울시의회 의장을 지낸 김아무개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김 전 의장이 서울메트로 측에 압력성 청탁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김 전 의장이 정운호 대표나 홍만표 변호사 등을 만나 청탁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또한 김 전 의장이 김익환 전 서울메트로 사장에게 압력을 행사했는지도 조사 항목에 포함됐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011년께 김 전 의장의 압력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서울시의회 의장이 승객들 왕래가 많은 지하철 사당역 등 4~5개 역내에 네이처리퍼블릭을 입점시키기 위해 서울메트로 측에 전 방위 로비를 벌였다”며 “서울메트로 측 로비와 입점 과정에서 정운호 대표가 김 전 의장이 운영하는 D업체에 거액을 투자하기도 했다. 로비에 대한 대가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그로 인해 정운호 대표와 김 전 의장 사이가 틀어졌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서울메트로 지하철 상가 매장 입점 로비 명목으로 정운호 대표로부터 9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이민희씨를 6월9일 구속기소했다. 브로커 이씨는 고교 선배인 홍 변호사를 정 대표에게 소개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정 대표가 홍 변호사 등을 통해 지하철 상가 입점 로비를 벌인 정황들이 포착되면서 ‘정운호 게이트’ 수사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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