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년 전 오늘] 방위산업 위기 요인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6.08.29 09: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익성도 낮고, 방산비리로 인해 이미지도 좋지 않다는 이유로 국내 기업들 외면

8월23일 국회에서는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 주최로 ‘위기의 방위산업,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그보다 앞서 지난 7월에는 한국경제신문에서 연속기획으로 ‘위기의 방위산업 이대론 안 된다’ 시리즈를 연속으로 내보냈습니다.

 

최근 국내 방위산업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변화라기보다는 위축이죠. 삼성이 방위산업 진출 38년 만에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한화에 매각했습니다. 삼성은 1977년 삼성정밀공업을 설립하며 진출한 방위산업 시장에서 완전 철수했습니다. 두산은 K21 보병전투장갑차 등을 생산하는 두산DST를 역시 한화에 매각했습니다. 함정을 생산하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도 조선업황 부진으로 방위산업 확대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대기업에서 최근 잇따라 방위산업을 접고 나서면서 방산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고 위 신문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삼성·두산 같은 국내 대기업들은 왜 방산업계를 떠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한국경제신문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요인을 들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국내에서 방산의 수익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중략) 두 번째는 방산비리 수사 등으로 한국 방산기업의 평판 리스크가 커진 점이 꼽힌다.’

 

시사저널 357호


공교롭게도 꼭 20년 전인 오늘, 시사저널은 357호(1996년 8월29일자) 커버스토리로 ‘방위산업이 무너지고 있다’라는 주제를 다뤘습니다. 다음은 커버스토리 기사의 주요 내용입니다. 

 

『 방산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위험하다는 것은 방산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방산 전문 업체일수록, 즉 군수 부문 생산 비율이 높을수록 ‘안전’했던 과거와는 정반대 현실이다. 과거 방산업체에 막대한 특혜를 보장했던 방위산업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이제는 방산업체의 업종 전환을 규제하는 굴레가 되었다. (중략) ㄱ중공업의 대표는 한 방산 세미나에서, 소생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워 놓고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한 것이 현재 방위산업체가 처한 현실이라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가 이 말을 할 당시 ㄱ중공업은 자주포 포신만 연간 9개 제작하고 있었다. 포신만 연간 9개 제작한다면 당장 방산 공장을 민수용 공장으로 전환하든가 아니면 공장을 닫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다. 그러나 ‘방산공장 지정 해제’라는 과정을 겪지 않고 마음대로 전환할 수가 없어 ㄱ중공업은 고스란히 기술자들을 놀려야 했다. 』

 

『 방산업계의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끔 언론은 무기중개상 관련 비리를 방산업계 비리인 양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 7월 말 무기중개상 경일무역이 각종 군사 문서를 빼낸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일각에서는 ‘군산(軍産) 복합 비리’ 가능성을 거론했다. 군과 상인이 결합한 군상(軍商) 복합 비리가 아니라 군과 방산업체가 야합한 군산 복합 비리로 보도한 것이다. 』 (이상 시사저널 1996년 8월29일자 「방위산업이 죽어가고 있다 」 中에서)

 

무려 20년의 시차를 두고 있지만, 놀랍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방위산업의 위기를 진단하면서 짚는 이유는 거의 흡사합니다. 국내 방산업의 수익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고, 각종 방산비리로 인해 업계 이미지도 좋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국내 방산업계가 위기를 맞으면 그 피해는 결국 우리의 국방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또한 똑같습니다. 해외 거대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엄청난 국방비도 부담일 뿐 아니라 ‘자주국방’은 요원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 역시 동일합니다. 

 

지난 7월 한국경제신문은 ‘글로벌 방산 시장을 주도하는 록히드마틴, 보잉, 제너럴다이내믹스 등은 자본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위기의식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가 20년 전 오늘,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다음과 같은 목소리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울림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 “주변국들이 일본의 군사력이 막강하다고 평가하는데, 이는 자위대의 병력이 많다는 데 근거한 것이 아니다. 일본의 과학 무기 생산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세계 어떤 나라도 과학 무기 제조 기술은 선뜻 선뜻 제공하지 않는데, 일본의 방산은 과학 무기를 독자 개발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했다. 바로 이것이 일본의 국력이자 일본 주변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 억지력이 되고 있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릴 것인가. 로비 발생 가능성이 줄어들도록 투명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선하면서 방산의 활로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 (시사저널 1996년 8월29일자 「방위산업이 죽어가고 있다 」 中에서)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