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은 있는데, 최고임금은 왜 없을까(上)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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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기자의 If] CEO 연봉, 일반직원 대비 최고 63배…최저임금과 500배 격차

 

얼마 전 직장인들이 깜짝 놀랄 만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일반 직원들보다 최고 63배가량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금융정보업체가 지난 3월 공시된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 가운데 28곳의 2016년도 사업보고서를 조사한 결과입니다. 격차가 가장 큰 기업은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였습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모두 66억9800만원을 받았습니다. 삼성전자의 일반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1억700만원)의 62.6배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다른 회사의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봉 차가 두 번째로 큰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56.5배)였습니다.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4100만원인데 비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의 연봉은 23억1700만원에 달했습니다. LG생활건강(50.1배)과 SK이노베이션(34.4배), 네이버(34.5배), LG디스플레이(32.3배) 등도 일반 직원과 CEO 사이의 연봉 격차가 컸습니다. 조사 대상 28개 기업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CEO와 직원 연봉의 차이는 평균 21.9배였습니다.

 

여기서 놀라기엔 아직 이릅니다. 그나마도 오너의 연봉은 배제한 수치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은 2013년 10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도록 한 뒤 100억원 이하 단위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세계’ 사는 사람들

 

지난해 ‘연봉킹’에 오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간당 얼마를 벌어들이고 있을까요. 근로시간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최대 근로시간(주 68시간)을 모두 일했다고 가정할 경우 권 부회장의 시급은 약 189만원입니다. 2015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분석한 근로자 평균 근로시간(1년 2113시간)을 기준으로 할 경우 시급은 317만원까지 급등합니다. 근로자 평균 월급(2015년 기준 273만원)보다 많은 돈을 한 시간 만에 벌어들이는 셈입니다.

 

2017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오는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올해부터 약 1000원 이상을 올려야 가능한 수치입니다. 벌써 자영업자들과 최저임금 근로자들이 싸우는 ‘을(乙)의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는 500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자영업자수도 570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에게 누군가 시간당 수백만원을 벌고 있다는 사실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그저 드라마에 나오는 엘리트들의 삶일 뿐입니다. 이들에겐 당장 자신들의 생계가 걸려 있는 최저임금 몇천원이 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시급 6470원과 시급 317만원의 노동 가치

 

흔히 임금은 노동의 대가라고 말합니다. 근로기준법에도 명확히 근로의 대가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을 언급했던 시장주의자 애덤 스미스는 임금 격차에 대해 작업 환경의 차이, 교육 훈련의 차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 투자한 비용, 시간 등을 고려하면 단순생산직 근로자보다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입니다.

 

인류 역사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 1위로 꼽히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는 노동 가치의 본질을 노동 시간으로 환산하려고 합니다.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선 기술력, 숙련도의 차이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임금 격차는 재분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착취’로 규정합니다.

 

그렇다면 시간당 6470원을 버는 사람과 시간당 317만원을 버는 사람의 대가는 무엇에 의해 규정이 될까요. 그들이 노동을 통해 행한 대가가 정말 500배 가까운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전자 일반 직원들의 작업 환경과 교육 훈련의 정도, 기술력이나 숙련도가 60배 넘는 가치의 차이를 발생시킬까요.

 

 

‘최저임금은 있는데, 최고임금은 왜 없을까(下)’ 편에서는 최고임금을 제한한다면 어떤 방식이 좋을지, 또 이로 인한 효과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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