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부실 인가 논란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7.08.18 11:38
  • 호수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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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확충 능력·대주주 적격성 문제…“은행법 위반, 검찰·감사원 의혹 규명 나서야”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K뱅크)가 문을 연 지 4개월여가 지났다. 케이뱅크는 4월3일 닻을 올릴 때만 해도 국내 금융시장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대면(對面)거래 없는 은행’이 나온다는 것에 기존 은행권은 긴장했다. 은행마다 비대면 거래 확대를 예고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는 화려한 등장만큼이나 빨리 사그라졌다. 초기 반짝했던 대출 등 영업이 정체된 탓도 크지만 인가 과정에서 불법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 당국도 케이뱅크 자본 확충 능력 인지

 

그동안 금융권에선 인터넷 전문은행을 두고 ‘최소 1년은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엔 1년 안에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이 은행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케이뱅크에 인가를 내줬다는 의혹이 사실로 판명되면, 영업 전부정지 또는 인가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

 

케이뱅크 인가를 둘러싸고 불법 의혹이 불거진 시점은 출범을 앞둔 올 2월20일 설립 관련 국회 정무위 공청회장에서다. 공청회에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현재 자본금으로는 영업이 어려우므로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심 행장에게 ‘올해 사업계획상 대출금액 총액이 얼마인가’라고 묻자 심 행장은 “4000억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대답했다. 이러자 이 의원은 ‘현재 자본금 가지고 부족하다는 이야기인가’ ‘유상증자를 해야 되겠는데 4% 규정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입장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심 행장은 “그런 상황이다”라고 대답했다. 또 심 행장은 ‘유상증자가 은산분리 규제로 어렵다고 하면서 관련 규제를 풀어 달라는 말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다른 주주들이 (증자를) 더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 모르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답을 내놓았다.

 

4월3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서비스 출범 기념식에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가운데)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모든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은행 사업을 하려면 은행법상 건전한 재무 상태를 가지고 영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심 행장 말대로라면, 재무 상태가 좋지 못해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힘든데도 인가가 났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케이뱅크가 업무 개시 후 3개 사업연도 사업계획서를 거짓으로 작성했거나, 국회 공청회에서 거짓 증언을 했거나 둘 중 하나가 된다.

 

당시 공청회장에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법에 따라서 인가가 나려면 향후 몇 년 동안 이 기업이 제대로 된 사업계획을 갖고 영업을 할 능력이 있느냐를 심사했어야 한다. 그런데 당장 현재 상태에서 1년도 안 돼서 증자 문제를 일으킬 사업자에 인가가 나갔다면 둘 중 하나다. 은행업 인가가 아닌 다른 인가를 염두에 두고 인가가 나간 것이거나 아니면 감독기관이 마땅히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답변을 제대로 못하고 횡설수설했다. 하지만 전 교수는 시사저널 이코노미에 새로운 사실 하나를 덧붙였다. “그(정 부위원장)는 내 질문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다.” 정 부위원장이 횡설수설한 것은 사전에 기획된 연기였다는 것이다.

 

케이뱅크 인가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금융위가 향후 자본 확충이 문제가 될 사업자에게 은행 인가를 내줬다는 것이 첫 번째 의혹이다. 은행업을 하려는 사업자는 업무 개시 후 3개 사업연도 사업계획서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 케이뱅크 행장은 케이뱅크가 출범 전부터 현실성 있고 충분한 자본 확충 능력이 없다고 인정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금융위가 자본 확충 능력을 보유하지 못하는 상태임을 알고 있음에도 케이뱅크에 은행업 인가를 내줬다는 말이 된다.

 

은행법 제8조 제2항은 은행업 인가를 받으려는 자는 자금조달 방안이 적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대주주가 충분한 출자 능력을 갖출 것, 사업계획이 타당하고 건전할 것 등 요건을 모두 갖추도록 규정한다. 특히 은행업 감독규정 제5조 제2항 및 그에 따른 별표 2-2 제1호 나목은 “은행업 경영 및 사업계획에 소요되는 자금조달이 현실성이 있을 것”과 “추가적인 자본조달이 가능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심사하는 곳은 금융위다. 문제는 이런 사업계획서를 낸 케이뱅크가 줄기차게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말해 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관련 내용을 금융위에 질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케이뱅크가 언급한 내용보다 더 불안감을 갖게 했다. 6월27일 금융위는 참여연대에 보낸 ‘케이뱅크 증자의 성공 여부에 대한 금융위의 유보적 판단’이라는 글에서 “케이뱅크 증자의 성공 가능성은 (중략) 유동적이므로, 현재 시점에서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2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관련 공청회에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가 당시 대주주 우리은행 BIS 규정 미달

 

이러다 보니 예비인가 당시 케이뱅크 대주주인 우리은행이 충족해야 할 재무건전성 기준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적용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자연히 대주주 적격성 여부가 크게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위는 당시 예비인가를 내주면서 ‘최근 분기말 현재의 BIS 비율’이 아니라 ‘과거 3개년도 BIS 비율의 평균치’를 사용해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중요한 점은 대주주 재무건전성 요건에서 과거 3개 사업연도의 실적을 제출하라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업 인가 시 과거 3개 사업연도의 실적과 향후 3개년도 사업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주체는 은행업을 하려고 하는 법인이다. 케이뱅크 준비법인이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설립 중인 법인이기 때문에 과거 3개 사업연도 실적을 낼 필요가 없었다. 은행법 규정을 잘못 적용한 데 따른 위법한 해석이라는 게 금융업계 시각이다. 케이뱅크는 2015년 10월1일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2015년 6월말 현재 우리은행 BIS 비율은 14%로, 국내 은행 평균치인 14.09%보다 낮다. 예비인가가 대학 수시전형이라고 본다면 케이뱅크는 수시 1차 서류전형 탈락이다. 금융위는 법령을 케이뱅크에 유리하게 해석해 서류전형 탈락에서 구제해 줬다. 전 교수는 “관련 위법 사항을 철저히 조사해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와 참여연대는 불법인가가 밝혀진다면 은행법 53조 2항에 따라 조치가 불가피해 ‘영업 전부정지’ 또는 ‘은행업 인가 취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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