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두번 들락거린 '돌산' 재산권 놓고 통영 ‘시끌’
  • 경남 통영 = 서진석 기자 (sisa526@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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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채석공사 불가" 판결…통영시, 건설업체와 다른 공유지 맞교환 추진 '특혜 논란'
두 번이나 대법원의 문을 두드린 경남 통영시의 작은 돌산이 이번에는 시 조례 개정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통영시가 찬반 논란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문제의 돌산은 30여년 전 공유수면 매립자가 원상 복구 의무를 다한다는 이유로 통영시로부터 돌 채취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는 곳이다. 

주민과 업체의 소송 끝에 대법원마저 지난 2003년 '복구로 위장한 석산 개발'이라며 통영시에 채석 허가 불가 판정을 내렸지만, 최근 통영시는 ​해당 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 돌산을 공원으로 조성하고 다른 공유지를 제공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통영시가 이같은 방침을 내린 시점은 해당 업체가 행정당국의 잘못된 시책으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며  230억원 손해배상을 청구한 직후다. 

통영시의 방침을 기다렸다는 듯, 통영시의회는 지난 4월11일 공유임야를 민간에 소유권을 넘길 수 없도록 한 조례를 개정하는 '걸림돌'을 제거했다. 최근 공유재산 관리조례에서 삭제된 제42조는 ‘공유임야는 개간 등 공공목적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처분하되 경제성 및 장래의 활용가능성 등을 검토해 신중히 처분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조례는 개정됐지만 해당 업체의 요구대로 임야 교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다시 시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교환 예정지인 지역주민들은 시의회를 봉쇄해서라도 이를 막겠다고 벼르고 있어, 향후 돌산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파열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산 정상에서 바라본 통영시. 멀리 아파트 단지가 보이는 곳이 통영의 신도시인 죽림지구 ⓒ 서진석​

 

 

통영시의회, 걸림돌 '공유재산 관리조례' 관련 조항까지 삭제

통영시의회는 지난 4월11일 임시회를 열어 공유재산 관리조례에서​ '시 소유 임야는 공공목적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지역발전을 막는 독소 조항이라며 삭제 결정을 내렸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전병일(자유한국당) 시의원은 “조례가 개정되면 수십년 묵은 악성 민원도 함께 해결되는 이익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의원이 언급한 민원이란 돌산의 대법원 출입 역사를 말하는 것으로, 이 사안은 20여년 전으로 한참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통영시는 북신만 공유수면을 매립하면서 매립용 토사를 채취하기 위해 삼화리 57번지 일대 7만 81381㎡의 토지를 토석채취장으로 형질변경했다. 당시 통영시는 토취장을 허가하면서 사업이 완료되면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토석 채취는 시작과 동시에 곧 중단됐다. 당시 재판 기록 등에 따르면 작업 과정에서 거대한 암반이 나타나 토사 채취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작업은 중단됐지만 복구의무는 남게됐다. 의무는 통영시에서 H건설을 거쳐 C건설에게 넘어갔다. 2001년 통영시는 C건설에 복구이행 약정서 등을 근거로 개발행위변경허가처분을 내린다. ​하지만 이 처분 덕택에 C건설이 36만8696㎥의 암석을 채취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복구로 위장한 석산 개발"이라며 강력 반발했고 결국 소송으로 비화됐다. 재판은 1, 2심에 이어 대법원으로 이어졌다. 2003년 대법원은 "실제 채석행위임에도 통영시장은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잠탈(몰래 잠식해서 차지함)한 채, 적지복구의 명목 하에 개발행위 처분을 내린 것"이라며 채석공사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후 7년간 잠잠하던 삼화리 돌산은 지난 2010년 통영시가 C건설이 제출한 복구 착공계를 수리하면서 다시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당시 재판 기록과 통영시 등에 따르면, 2009년 6월 삼화리 57번지 일대 토지 소유자들은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토취장 부지에 대해 원상복구 공사를 착수하거나 복구공사 대집행 비용을 지불해 달라고 통영시에 요구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10년 8월에 C건설​은 착공 신고를 했다. 이에 주민들은 C건설에 착공계를 내준 통영시의 처사는 지난 2003년 대법원이 사실상의 채석행위라고 판시한 개발행위변경허가처분과 똑같은 행위라며 또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2년여의 법정 공방 끝에 2013년 통영지원은 주민들의 손을 들어 주었으나, 2015년 부산고등법원은 토지소유자의 권리도 보호해야 한다며 주민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고등법원은 이와 함께 'C건설이 하려는 공사는 채석공사가 분명하고 허가 없이 공사를 강행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허가를 받지 못해 시작된 재판에서 허가를 받아 공사하라는 취지로 판결이 나오자 당시 지역에서는 “공사를 하라는 말인지 하지 말라는 뜻인지 모르겠다”는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주민들을 대신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통영의 김광주 변호사는 “주민들이 석산에 반대해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허가가 나오겠느냐”면서 “대법원에서 어떤 (표현으로) 결론이 나와도 업자는 채석 공사를 못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현행 산지관리법 등에 따르면 주택, 종교시설, 해안선으로부터 300m 이내에서는 석산을 개발할 수 없다.​

돌산 아래 보이는 화약보관 창고. 발파를 둘러싼 주민들과 사업자의 알력을 대변하는 듯 하다. ⓒ 서진석 기자

돌산 아래 보이는 화약보관 창고. 발파를 둘러싼 주민들과 사업자의 알력을 대변하는 듯 하다. ⓒ 서진석 기자

주민·시민단체 강력 반발"김 시장 퇴임 선물이 공공재산 '땡 처리'냐" 

이같은 상황에서 C건설​은 지난 2월20일 대법원에 계류중인 소송과 별도로 공사 지체에 따라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았다며 통영시를 상대로 230억원의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사흘 뒤에 삼화리 돌산에 대한 권리를 광도면 안정리 산 264-1번지 일대 비슷한 부지와 맞바꿔준다면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고민에 빠진 통영시는 '거액의 소송 부담도 들고 수 십년된 민원도 해결할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삼화리 돌산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방법을 모색했지만, 문제는 '공공목적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는 조건 아래서만 공공재산을 민간에게 소유권을 넘길 수 있다는 '공유재산 관리조례 42조였다.

결국 통영시는 걸림돌인 42조를 삭제하는 방법을 찾았고, 여기에 지역구 시의원이 적극 나서면서 개정안이 시의회에 상정된 것이다. 당시 배윤주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소송에 적극 대응할 생각보다 민간업자의 요구에 덜컥 ‘공익목적’을 삭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표결 결과 7대 6으로 개정안은 통과됐다. 이에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법원의 판결에 따라 석산 개발이 불가능한 돌산을 왜 조례까지 개정하며 교환해 주려 하느냐” "6월에 퇴임하는 김동진 시장의 마지막 선물이 공공재산 '땡 처리'냐" 등 갖가지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조례는 개정됐지만, 돌산을 공원으로 전환하고 공공재산인 다른 임야(안정리)를 민간인에게 귀속시키기 위해서는 시의회의 또다른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개정 조례의 고시 · 공고 기간을 감안하면 교환을 위한 원포인트 시의회는 4월 말이나 5월초가 유력하다. 하지만 교환 예정지인 안정리 주민들이 시의회를 봉쇄해서라도 이를 막겠다고 벼르고 있어 교환이 쉽게 이뤄질 지는 의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불출마 선언을 한 김동진 시장은 올해 초 갑자기 돌산 인근 주변 마을을 찾아 “시장 재임 기간 동안 고질 민원을 꼭 해소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시 이 언질에 대한 해석을 두고 지역사회에 큰 화제를 낳았다. 그 이후 'C건설의 230억 소송' '돌산공원 조성 추진' '공유재산 관리조례 개정 파문' 등 크고 작은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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