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속 비웃는 부동산중개업소의 변칙 영업
  • 천경환 시사저널e. 기자 (chunx101@sisajournal-e.com)
  • 승인 2018.08.24 14:51
  • 호수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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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과열 식을 때까지 무기한·상시 점검”…용산구·강남3구 집값 여전히 고공행진

 

정부와 부동산중개업자 간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서울 집값과 불법행위를 잡기 위해 현장 단속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과열이 식을 때까지 무기한 단속을 진행하고, 예년보다 단속의 강도 역시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측은 “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일 때 불법전매나 불법중개 등 위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잡기 위한 현장 단속을 서울시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첫 단속 지역으로 용산을 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밝힌 여의도·용산 개발 청사진으로 인해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집값 상승을 주도한다는 강남구와 송파구도 예외는 아니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지난해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부터 주요 단속 대상에 포함된 바 있다. 국토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과 서울시 공무원으로 구성된 합동단속반은 8월13일 잠실동 주공아파트 5단지 중앙상가에 들이닥쳐 불시 단속을 벌이는 등 전선을 계속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 

 

8월22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중개업소.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시사저널 고성준

 

정부 단속 피해 ‘올빼미 영업’ 벌이기도

 

정부가 전방위적 단속과 조사로 중개업소를 압박하고 있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와 달리 국토부가 올해 단속 지역이 정확히 어디인지 공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정보를 입수한 듯 중개업소 대부분이 임시 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8월13일 국토부와 서울시 합동현장점검반 소속 8명이 잠실 주공 5단지 인근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를 급습했지만 5곳의 업체밖에 점검하지 못했다. 비공개로 진행했음에도 대부분의 중개업소들은 문을 걸어 잠그거나 ‘외출 중’ 안내문을 걸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중개업자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사무실 문을 닫고 전화로 또는 주변 커피숍에서 만나 영업을 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는 야간에 영업을 하는 이른바 ‘올빼미 중개업소’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중개업자들은 현재 “정부의 부동산 현장 단속은 실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입을 모아 비난하고 있다. 잠실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정부의 중개업소 단속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어 놀랍지도 않다”며 “무기한 단속에 들어간다고 하지만 한 달 정도만 휴가라고 생각하고 버티면 점검도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불법행위 점검을 위해 단속을 상시 진행한다고 하지만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중개업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불법영업을 한다”며 “괜히 애먼 곳에 힘 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B씨는 “중개업자들이 단속을 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무원들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사소한 것에서도 꼬투리를 잡기 때문”이라며 “단속이라는 이유로 점검반 마음대로 서류를 뒤지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조사를 하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불법영업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중개업자들을 단속해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며 “이거야말로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값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용산구 집값은 0.29% 오르며 서울에서 가장 큰 오름폭을 보였다. 이어 △영등포(0.28%) △양천(0.27%) △마포(0.25%) 등이 뒤를 이었다. 집값이 상승하는 원인은 용산구 일대 개발 호재의 영향으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면서 호가가 점점 올라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대규모 신규 아파트 단지인 헬리오시티로 인해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 송파구 역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17일 기준으로 송파구는 지난해 말 대비 10.74% 올랐다. 강남구 같은 경우 마포(14.3%)·성동(14.26%)·동작구(13.8%)의 증가세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1.61% 상승률을 기록했다.  

 

 

협회에 조사권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

 

부동산 관련 불법거래 또한 줄어들지 않았다. 국토부는 지난 3월 2017년 한 해 동안 7263건의 부동산 거래신고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884건과 비교했을 때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유형별로는 다운계약(실제 거래가격보다 낮게 신고하는 행위) 772건, 업계약(실제 거래가격보다 높게 신고하는 행위) 391건 등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속 강화로 반짝 효과는 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아파트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열기가 지속될 것”이라며 “아울러 중개업자들이 전화나 커피숍에서 은밀하게 중개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조사를 하는 것보다 공인중개사협회 등에 조사권을 부여해 업계 스스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과열 때마다 이뤄지는 현장 단속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 수요가 몰리는 지역의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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