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가상 시나리오…통신 마비가 카오스 부른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11.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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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이하드 4》로 그린 통신 마비 재난 가상 시나리오

 

21세기 현대 사회를 우리는 ‘초(招)연결 사회’라고 부릅니다. 사람과 사물, 모든 데이터와 시공간이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연결된 사회를 가리킵니다. 이 같은 기술의 발전은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다주긴 했지만, 마냥 긍정적이진 않습니다. 보안이나 백업(back-up)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균열 한 번에 모든 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로 우리 사회는 그 위험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 지점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려 합니다. 만약 어떠한 이유로 국가 통신망 전체가 마비된다면, 우리사회는 어떤 혼란을 겪을까요. 이번엔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피해를 봤지만, 그 피해가 서울 전역이나 전국으로 확대됐다면 어땠을까요. 통신 마비를 다룬 영화와 국립재난연구소의 재난 리포트를 통해 재난 가상 시나리오를 그려봤습니다.

 

사이버 테러로 도로가 마비된 후 경찰서 앞으로 몰린 수많은 사람들 ⓒ 《다이하드 4》 캡처

 

 

컴퓨터 하나로 국가 함락시킨 《다이하드 4》 속 테러조직 

 

# 신호등이 멈췄다. 교차로에선 차들이 신호를 어기고 돌진해 서로 충돌했다. 전국 도로가 마비되고 통신은 먹통이 됐다. 곳곳에서 사상자가 속출하는데 응급차는 출동하지 못했다. 경찰서 앞에 수만 명이 모여들었지만 공무원이 할 수 있는 건 “대기하라”는 말 뿐이었다. 그사이 TV에선 “국가는 아무것도 돕지 못한다”는 자막과 함께 백악관이 폭발하는 장면이 송출됐다.

지난 2007년 개봉한 영화 《다이하드 4》의 한 장면입니다. 사이버테러 조직이 교통망을 교란하고 통신망을 장악한 뒤 가스와 원자력 등 사회 기반 시스템까지 점령하려는 과정을 다뤘습니다. 이 같은 공격을 ‘파이어세일(Firesale)’이라고 부릅니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충격이 컸습니다. 국내에서도 “파이어세일이 영화 속 일만은 아니다”란 평가가 나왔습니다. 10여 년 전보다 인터넷 기술은 더 발달했고 통신망은 더 촘촘해졌습니다. 때문에 악성 코드 하나로 국가 전체가 몰락한다는 상상은 더 이상 영화 속 가정이 아니게 됐습니다.

 

 

“블랙아웃 오고 통신 마비되면 전쟁 방불케 할 것”

 

《Future Safety Issue - 올스톱! 국가전력기능마비》에서 설명한 광역 정전 시나리오 ⓒ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발간 《Future Safety Issue vol.10》 캡처
 

# 대정전으로 국가 전체가 암흑 속에 빠졌다. 모든 게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는 사회에서 전기가 나가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교통은 물론 정수장도 마비돼 식수를 구할 수 없었고 환자에게 혈액도 공급하지 못했다. 모든 시설이 멈추고 연락도 두절된 사이 사람들은 암흑 속에서 물건을 약탈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지난 10월 발간한 《Future Safety Issue - 올스톱! 국가전력기능마비》 속 내용입니다. 매년 두 번씩 발간되는 이 보고서는 미래에 닥칠 위험이나 재난 관련 이슈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선 대정전으로 모든 게 마비된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특히 각종 산업이 디지털화한 초연결 사회에선 정전이 과거보다 훨씬 큰 파급효과를 부른다는 걸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번 KT 화재 때처럼 통신망이 화재 등 직접적 원인으로 망가지지 않더라도, 초연결 사회에선 정전만으로 모든 통신이 두절되는 재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비서가 말을 듣지 않아 죽을 뻔 했다”

 

초연결 사회에서의 잠재적 위험을 그린 《Future Safety Issue - 디지털 혁명과 라이프로그》 ⓒ 《Future Safety Issue vol.7》 캡처
# 소설 작가인 코난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인공지능 비서 ‘진’은 코난의 라이프로그(life-log·디지털 기기를 사용해 개인의 생활 전반의 기록을 수집하는 것)를 활용해 그의 수면 시간부터 자산, 식단까지 책임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코난이 심한 복통을 느껴 자율주행차를 타고 병원에 가려 했지만 진이 먹통이었다. 혼자 운전을 해본 적이 없던 코난은 길 한복판에서 배를 잡고 쓰러졌다. 알고 보니 정전 때문에 실시간 교통상황데이터가 멈춰 도로 위 자율주행자동차와 개인비서 시스템까지 고장 난 거였다. 이날 이후로 진은 이따금씩 말을 듣지 않는다. 코난은 모든 것을 진에게 맡기는 게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지만, 진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이 너무 컸기에 이대로 살기로 했다.

이번엔 지난해 발간한 《Future Safety Issue - 디지털 혁명과 라이프로그》 편 내용입니다. 개인 생활은 물론 산업 전반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돼 연쇄적으로 사용되는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모든 일을 관리하고 자율주행차를 타고 이동하는 사회입니다. 이런 삶이 편리할 순 있지만, 어느 한 지점에서 오류가 생기면 예상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보고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데이터가 1시간 이상 수집되지 않으면, 마치 연결된 여러 개의 수레바퀴 중 하나의 수레바퀴가 멈춰버린 듯 모든 시스템의 흐름이 막힌다,”

그동안 ‘재난’은 태풍이나 지진 등 자연재난에 초점이 쏠렸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 전체가 하나의 망으로 연결되는 미래 사회에선, 통신 마비가 어쩌면 가장 큰 위험 중 하나일 지도 모릅니다. 보다 꼼꼼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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