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2세 후계 시나리오 본격 가동됐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9 09:00
  • 호수 15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각이든 상장이든 핵심은 올리브영, 성장 가치 올라갈수록 지분 많아져

CJ가(家) 2세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 그동안 승계의 지렛대로 거론돼 온 CJ올리브네트웍스를 H&B 부문과 IT 부문으로 분할하고, IT 부문을 그룹 지주사인 CJ(주)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키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그룹 후계자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처음으로 CJ(주)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지주사의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면 이 부장은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제 이 부장의 승계와 관련해 남은 카드는 H&B 부문을 대표하는 올리브영이다. CJ그룹은 승계를 위해 올리브영 매각과 상장 시나리오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방향이 됐건, 관건은 향후 올리브영을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느냐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경후 CJ ENM 상무,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경후 CJ ENM 상무,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이재현 회장 건강 문제로 승계에 속도

사실 CJ그룹은 일찍이 승계 작업을 진행해 왔다. ‘굴업도 오션파크 개발사업’을 위해 2006년 설립된 C&I레저산업을 통해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42.11%)과 그의 장남 이 부장(37.89%),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20%)가 지분 100%를 보유한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였다. C&I레저산업은 매년 전량에 가까운 매출을 그룹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실질적 업무는 CJ건설 등 계열사가 진행하고 개발 이익은 이 회장 일가에게 돌아가는 구조였다. 이를 두고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승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C&I레저산업을 통한 승계 작업이 무산된 건 이런 논란 때문이 아니었다. 시민단체들이 환경파괴를 이유로 굴업도 개발사업을 극렬하게 반대해 온 게 주된 원인이었다. 이 때문에 사업은 장기간 표류했다. CJ그룹은 2014년 7월 C&I레저산업의 개발계획 철회를 발표하면서 사업 백지화를 결정했다. 당시 이 회장은 조세포탈과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상황이어서 굴업도와 관련된 계속된 논란을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승계 작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이 회장은 수감 중인 상황에서도 2014년 말부터 승계 프로젝트를 가동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제1468호 ‘[단독] 이재현 회장, 구치소서 2세 승계 치밀하게 준비했다’ 참조). 이 부장이 서른 살의 젊은 나이임에도 이처럼 승계를 서두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회장의 건강상태가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샤르코마리투스라는 희귀난치성 유전병을 앓아온 이 회장은 2014년 8월 신장에 이상이 생겨 이식수술까지 받았다. 수술은 성공했지만 신장이식수술 이후 수명은 평균 10년여에 불과하다.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은 셈이다.

‘옥중 승계 작업’의 중심은 CJ시스템즈(현 CJ올리브네트웍스)였다. 한때 내부거래율이 80%를 상회하는 알짜회사로 당초 이 회장(33.18%)과 CJ(주)(66.32%)가 지분을 100% 보유해 왔다. 이 회장은 2014년 12월1일 이 부장에게 CJ시스템즈 지분 15.91%를 증여했다. 그다음 날인 12월2일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이 합병해 CJ올리브네트웍스가 탄생했다.

이를 통해 이 부장은 CJ(주)(76.07%)와 이재현 회장(11.36%)에 이은 CJ올리브네트웍스 3대 주주(11.30%)에 올랐다. 이 회장은 이듬해인 2015년 12월 나머지 지분 11.36%도 선호·경후 남매 등에게 증여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매출은 2세들의 지분 확보 직후 기다렸다는 듯 상승곡선을 그렸다. 실제 2015년 매출(1조558억원)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699억원)도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씨가 지배하던 CJ파워캐스트와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등을 합병하는 방법으로 사세를 확장하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 부장과 이 상무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율은 각각 17.97%와 6.91%로 증가했다.

CJ그룹 관계자는 “CJ시스템즈와 올리브영의 합병 시점 때문에 CJ올리브네트웍스의 2014년 재무제표에는 올리브영의 12월 매출만 반영됐고, 이 때문에 2015년 매출이 폭증한 것처럼 나타난 것”이라며 “실제로는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3%와 61% 정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CJ올리브네트웍스는 ‘올리브영’으로 대표되는 헬스·뷰티(H&B) 부문과 정보기술(IT) 부문에 대한 기업 분할을 결정했다. 이 중 IT 부문은 포괄적 주식교환(주식교환 비율 1대 0.5444487)을 거쳐 CJ(주)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를 통해 이 부장과 이 상무는 지주회사 지분 2.8%와 1.2%를 각각 확보할 전망이다.

물론 승계 작업은 이제 첫걸음을 뗀 상황이다. 재계의 시선은 향후 승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주목된다. CJ그룹은 올리브영을 활용한 다양한 승계 시나리오를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1528호 ‘[단독] CJ그룹, 지난해 올리브영 매각 추진 검토’ 참조). 대표적인 것이 매각 시나리오다. H&B 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매력적인 매물이다. 올리브영은 현재 국내 H&B(헬스앤뷰티) 업계 1위 업체다. 매장 수(1100여 개) 기준 시장의 80% 정도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4위 사업자들의 매장 수를 합친 것보다 3배 정도 많은 규모다. H&B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롯데(롭스)와 GS리테일(랄라블라), 이마트(부츠), 신세계(시코르) 중 어느 곳에서 인수하더라도 단숨에 업계 1위에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올리브영 상장 시나리오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기업공개에 성공할 경우 선호·경후 남매는 지분을 매각해 CJ(주) 지분 확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올리브영 성장 모멘텀 둔화가 문제

작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든 기본 전제는 올리브영의 성장이다. 올리브영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남매가 확보할 수 있는 CJ(주) 지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리브영의 성장 모멘텀이 크게 둔화됐다는 데 있다. 전망도 어둡다. 경쟁 격화에 따른 출점 속도 둔화, 저마진 신규 점포 증가, 마케팅 비용 증가, 최저임금 인상 영향 등의 요인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CJ그룹 측은 “기업 분할은 2세 승계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기업 분할 결정은 승계보다 IT와 H&B 사업을 각각 키워나가기 위한 목적”이라며 “올리브영의 성장을 위해 글로벌 영토 확장과 온라인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