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다시 손잡으면 바른미래당 살아날까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7 14:00
  • 호수 15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창선의 시시비비] ‘묻지마 통합’ 후유증 커…‘제3정당론’에 찬물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다시 손잡았다. 바른미래당의 5월15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바른정당 출신 오신환 의원이 예상 밖의 낙승을 거두고 원내사령탑에 선출된 것은 안철수계의 적극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창당 이래 중요 대목마다 반목하며 사실상 결별했던 양측이 다시 연합한 배경은 무엇일까. 내년 21대 총선을 합당 주역인 안철수-유승민 주도로 치를 것이며, 이를 위해 손학규 대표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의 결과로 해석된다.

그동안 바른미래당은 통합정당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주요 사안마다 세력 간 극명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왔다. 합당 이래 지지율 부진이 계속됨에 따라 당의 리더였던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의 리더십이 퇴조하면서 바른미래당은 표류하기 시작했다. 중도개혁 정당을 표방한 국민의당 출신 세력과, 개혁적 보수정당을 표방한 바른정당 출신 세력들 사이에는 넘기 어려운 벽이 있었다. 바른정당 출신들은 ‘보수’를 포기할 수 없었고,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중도’를 포기할 수 없었다. 각자의 정체성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던 이들의 갈등은 애당초 무리한 ‘묻지마 통합’의 결과물이었다.

제3세력으로서의 새로운 방향과 노선을 제시하지는 못한 채 각자의 기존 입장에 따라 다투는 이들을 향해 “그럴 걸 뭣 하러 통합했느냐”는 소리가 나오는 데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랑·신부가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결혼식부터 치르고는 내내 부부싸움을 하는 셈이었으니, 이 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아질 수 없었다. 출범 이래 한 번도 의미 있는 상승을 한 적 없는 지지율, 지난해 지방선거에서의 완패, 계속되는 내분 등의 결과를 놓고 볼 때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가 주도했던 이들의 통합은 실패였다는 잠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제 다시 통합의 두 주역이 총선을 앞두고 전면에 나설 태세다. 특히 오신환 원내대표의 선출을 놓고 안철수계의 부활을 말한다. 이미 바른미래당 내에서는 안철수계뿐 아니라 하태경 의원 등이 내년 총선에서 ‘안철수 역할론’을 말하며 그가 연말이나 연초에는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안 전 대표의 복귀는 가능한 것이고, 그가 복귀해서 총선을 진두지휘하면 바른미래당은 살아날 수 있을까.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 선출 후 첫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가 5월17일 국회에서 열렸다. 퇴진을 거부한 손학규 대표(왼쪽)에 대해 오신환 원내대표(오른쪽), 하태경 최고위원 등의 비판 발언이 쏟아졌다. ⓒ 시사저널 박은숙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 선출 후 첫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가 5월17일 국회에서 열렸다. 퇴진을 거부한 손학규 대표(왼쪽)에 대해 오신환 원내대표(오른쪽), 하태경 최고위원 등의 비판 발언이 쏟아졌다. ⓒ 시사저널 박은숙

안·유, 총선 전면 나설 수밖에 없는 외통수

사실 안 전 대표는 이미 여러 정치적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외국으로 떠났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에 그친 것은 그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음을 말해 주었다. 특히 안 전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하면서 밀어붙인 바른정당과의 합당 결과가 실패작이 된 것은 그의 정치적 판단력과 리더십에 대한 회의를 낳는 자업자득의 결과였다. 안철수 개인으로서는, 대선 패배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정국 변화에 따라 국민의 눈길을 받았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는 기다릴 줄 모른 채 당 대표로 나섰고, 당내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 그 모든 것이 내려놓고 기다릴 줄 모르는 조급한 정치인의 행보로 비쳤다.

대선 이후 안 전 대표가 무리하게 벌인 정치적 기획들이 대부분 실패로 귀결됨에 따라 그의 정치적 재기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특히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 과정에서 보인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행보는 스스로에게 큰 상처로 남게 되었다. 이제 안 전 대표가 귀국해 내년 총선에서 역할을 한다 해도 과연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많은 유권자들에게 이제 안철수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과거’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이미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유승민 전 대표의 위상이 그동안 회복된 것도 없어 보인다. 특히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 지역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회복되고 있는 상황은 그에게는 한층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의 근본적 고민이 있다.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안철수·유승민 두 사람은 내년 총선에서 전면에 나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외통수 상황이다. 차기 대권 도전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총선을 통한 재기는 피해 갈 수 없는 산이기 때문이다.


당 쪼개지지 않고 총선 치를 수 있을지 의문

안철수·유승민의 복귀 움직임 속에서 바른미래당의 내분은 한층 격화되고 있다. 두 사람의 복귀를 위해서는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통한 체제정비가 선결조건이지만, 손 대표는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누가 당을 이끌든 바른미래당이 쪼개지지 않고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안·유 전 대표의 리더십에 회의를 갖는 구성원들, 특히 호남 지역 의원들의 경우, 총선에서의 생존을 위해 다른 길을 갈 가능성이 있다. 안철수·유승민 체제가 아무 탈 없이 다시 연착륙하기에는 바른미래당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

문제는 바른미래당의 내분이 정국을 안갯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이다. 돌아보면 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이래, 한 번도 화학적 결합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내분을 반복해 왔다. 국민 보기에 낯 뜨거운 광경만 낳은 당시 통합의 주인공들은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데 대해 한 번도 머리 숙이는 성찰의 모습을 보인 바 없다. 바른미래당은 한국 정치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질문을 이쯤에서 던지게 된다.

한국 정치에서 거대 양당과는 다른 노선을 가진 제3의 정당들은 필요하다. 그것이 꼭 바른미래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원적 사회에서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와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당정치가 되기 위해 중도정당, 진보정당, 개혁적 보수정당, 녹색정당 등도 모두 골고루 성장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의 존재가 과연 그 같은 다당제 발전에 순기능적 역할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바른미래당은 수없이 다당제를 지키겠다는 말을 해 왔지만, 제3정당으로서의 진면목보다는 또 다른 구태가 됨으로써 오히려 다당제 정착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민주당도 한국당도 싫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바른미래당은 언제나 학수고대해 왔다. 물론 정치란 살아 있는 생물과 같아 정국의 변화에 따른 결과는 언제나 가변적이다. 그렇다 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방법이 과연 있을까. 정치란 타이밍의 예술인데, 그 시기를 놓치고 될 때까지 해 보는 정치에 승산이 얼마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