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승리만 승리”한 버닝썬 수사, YG 수사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9 10:00
  • 호수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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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몰린 경찰청장, ‘YG 수사’ 명예 걸었지만…“혐의 입증 쉽지 않을 듯”

‘버닝썬 게이트’에 명운을 걸었던 경찰이 이번에는 명예를 걸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6월1일 YG엔터테인먼트의 성접대·마약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 “YG와 관련해 제기된 모든 의혹을 해소한다는 각오로 수사하라고 독려하고 있다”며 “경찰의 명예를 걸고 수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버닝썬 게이트 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일며 ‘경찰 불신론’이 팽배하자, YG 수사에서 반전을 다짐한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버닝썬 게이트 수사조차 사건 핵심인물 혐의 입증에 실패한 경찰이, 더 복잡하게 꼬인 YG 수사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며 벌써부터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 청장 공언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5월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버닝썬 수사 결과를 규탄하고 책임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5월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버닝썬 수사 결과를 규탄하고 책임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버닝썬 탓 국회에서 진땀 뺀 경찰청장

버닝썬 게이트가 수면 위로 떠오르던 지난 3월,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와 지인 유아무개 유리홀딩스 전 대표, 그리고 ‘경찰총장’ 윤아무개 총경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승리와 유 전 대표가 윤 총경을 뒷배로 두고 불법 음식점 영업을 했다는 각종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경찰은 서울청 광역수사대를 주축으로 한 전담팀을 편성해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 150여 명이 모여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수사를 벌인 결과는 초라했다. 경찰은 윤 총경과 승리 일행의 지속적인 만남과 친분을 확인했지만, 뇌물죄를 적용하진 못했다. 뇌물죄가 적용되려면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혐의 입증에 실패한 것이다.

경찰은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사이다’ 같은 수사를 바랐던 국민의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결과였다. 이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전체회의가 열린 지난 6월27일, 경찰청 업무보고를 위해 회의에 참석한 민갑룡 경찰청장은 회의 내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수사 초기 명운을 건 수사를 약속했던 경찰의 공언이 공염불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 유착 비리는 10년, 20년 전부터 술 먹고 밥 먹고 인간관계를 맺으며 이뤄진 건데 한순간에 없어지겠느냐. 유착 해결을 위한 의지가 있느냐”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경찰 답변이 궁색하다”고 질타했다. 이에 민 청장은 “유착 비리 근절 대책에 대해 다양하고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미혁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은 버닝썬 수사와 관련해 ‘승리만 승리했다’고 한다. 경찰 유착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고 용두사미로 마무리된 것 아니냐고 한다”며 “사실상 이번 수사가 실패로 끝나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 청장은 “국민들께서 요구하고 주장하시는 모든 의혹에 대해 저희가 나름대로는 낱낱이 파헤쳐서 수사했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로서는 오랜 기간 최선을 다해 수사했고 제기되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는 수사팀의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내부고발자의 제보 혹은 자백 나와야

버닝썬 게이트 이후 대(對)경찰 여론이 악화하면서 민 청장의 입장은 계속 난처해지고 있다. 이에 민 청장은 버닝썬 게이트의 후속판처럼 이어진 ‘YG의 성접대·마약수사 무마 의혹’에서 “경찰의 명예를 걸고 수사해 나가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번 사건에서 또다시 혐의 입증에 실패할 경우 경찰의 명예를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민 청장은 7월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YG와 관련해 제기된 모든 의혹을 해소한다는 각오로 수사하라고 독려하고 있다”며 “압수수색을 하려면 범죄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데, 관계자들의 말이 다 달라 우선 범죄 관련성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부 요건이 되면 신속하게 압수수색 또는 강제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청장이 명운에 이어 명예까지 걸고 ‘강력 수사’를 예고했지만, 정작 일선 수사관들은 수장의 일성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현장의 애로사항은 외면한 채 여론만을 의식해 ‘과한 기대감’만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마약 사건 담당 수사관은 “분명 (유착 의혹 등은) 밝혀야 할 일이고 반성해야 할 일이 맞다”면서도 “수사는 별개다. 의혹과 사실은 다를 수 있고, 정황은 증거가 될 수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신중해야 하는데, 조직의 명예를 걸고 수사하라는 말은 자칫 일선 수사관들에게 굉장히 큰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수면 위로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복잡하게 꼬인 ‘YG 사건’의 실타래를 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마약과 성접대, 권력 유착이라는 난제들이 얽히고설켜 있는 탓에, 민 청장의 말처럼 ‘모든 의혹’을 단번에 해소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란 분석이다. 내부고발자의 제보 혹은 자백만이 유일한 해법이지만 이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범죄 사실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하고 그 증명 책임은 수사기관에서 지는데, 통상 제3자의 증언의 경우 그 신빙성이 문제가 된다. YG의 변호인들도 이 점을 주된 방어 수단으로 삼을 것”이라며 “또한 마약사범의 경우 제3자 증언만으로 혐의 인정이 잘 안 된다. 허위 증언이 많이 이루어지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이 증언의 신빙성을 높이면서 마약 현물 등 객관적인 물증도 확보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큰 숙제를 떠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닝썬 출신 MD들 여전히 강남 클럽 종횡무진

한편 ‘버닝썬 사태’ 여파로 클럽 버닝썬은 문을 닫았다. 아레나 역시 문을 닫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강남의 밤은 여전히 클럽들이 지배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신사역 부근에 개장한 클럽 ‘레이블’의 경우 한 테이블에 200만원이 넘는 VIP석 예약이 모두 차는 등 성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클럽 레이블에 과거 버닝썬의 단골 손님과 MD(영업직원)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것이다. 개업과 동시에 탈세를 목적으로 유흥주점 대신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했다가 적발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레이블이 ‘제2의 버닝썬’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미 SNS상에서는 레이블 MD들의 적극적인 호객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레이블 MD에게 테이블 예약을 문의하니 “(단속을) 걱정할 것 전혀 없다”며 “주말 게스트가 차고 넘치니까 미리미리 연락해야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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