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마지막 정권 수사 ‘조국 사건’ 어디까지 왔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5 08:00
  • 호수 16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녀 입시 비리 의혹·유재수 감찰 무마 재판에서 쏟아지는 불리한 증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연기됐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재판이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비리, 차명투자 의혹에 대한 심리가 진행되고 있으며,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한 재판도 시작됐다.

지난해 ‘조국 구속’과 ‘조국 수호’로 대한민국을 두 동강 냈던 이른바 ‘조국 사태’는 검찰의 시간을 거쳐 이제 ‘법원의 시간’에 와 있다. 여야가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개최에 합의한 다음 날인 2019년 8월27일,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시작되면서 ‘국회의 시간’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조 전 장관과 집권여당, 일부 시민단체 등 진보진영에서는 조국 수사를 ‘검찰 정치’ ‘검찰 파쇼’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 개혁에 대한 반발로 검찰의 ‘표적·기획수사’가 자행됐다는 것이다.

반면에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은)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진상 규명을 위해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가진 법무장관에 임명된 후에는 사실상 진상 규명이 힘들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일 뿐이라는 항변이다. 검찰 관계자는 “진보진영에서는 ‘박근혜 정부 때 검찰이 정권에 굴종해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정농단이 일어났다’고 비판했다”면서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권력 실세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자 ‘정치검찰’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왼쪽)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6월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6월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왼쪽)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6월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6월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향후 정권 관련 비리는 공수처에서 다뤄질 듯 

시시비비는 결국 재판에서 가려지게 됐다. 그러나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정부·여당이 더 이상 잃을 것은 없어 보인다. 조국 사태 당시 정부·여당과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조 전 장관 없이는 검찰 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조 전 장관 후임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래서도 검찰 개혁은 정부의 생각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더구나 21대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검찰 개혁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반면에 검찰은 코너에 몰려 있다. 조 전 장관이 무죄를 받을 경우 검찰 인사권을 가진 정부, 입법기관인 국회를 장악한 여당과 대립한 데 따른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국회의 시간을 무시한 만큼 최소한 ‘정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청문회를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압수수색은 검찰의 논리로만 한정될 수 없는 명백한 정치행위”라면서 “모든 정치행위에는 결과에 따른 응분의 정치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검찰은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정권 실세에 대한 검찰의 마지막 수사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미 특수수사를 비롯한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는 조치가 이뤄졌으며, 인사를 통해 특수수사 검사가 아닌 형사·공판 검사 중용 기조가 확립됐다. 더구나 7월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국무총리비서실 소속 정무직 공무원, 중앙행정기관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 및 교육감,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 퇴직자도 포함된다. 심지어 공수처법에 따라 검찰·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 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면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며, 공수처장이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 이에 따라야 한다.

여기에 정부·여당의 검찰에 대한 불신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다 21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검찰을 “한 줌도 안 되는 부패한 무리”로, 검찰의 청와대 관련 수사를 “더러운 공작”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향후 정권과 관련한 비리 의혹이 터질지라도, 이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가 모두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이미 기소된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을 제외하고 검찰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권력형 사건은 더 이상 없다”는 말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은 크게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비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 무마 의혹이 덧붙여졌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2019년 5월~2020년 4월 검찰을 감시한 보고서 ‘한발나간 검찰개혁, 반발하는 검찰권력’을 통해 유 전 부시장 사건을 검찰이 조 전 장관을 구속할 혐의를 찾기 위한 ‘별건수사’로 의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왼쪽)장영표 단국대 교수·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연합뉴스

▒ 자녀 입시 비리에서 나온 증언들

1월22일, 기소된 지 넉 달여 만에 처음 이뤄진 정경심 교수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은 ‘7대 허위 스펙’을 주장하며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씨의 의전원 입시 과정에서 제출된 모든 증명서가 위조·과장됐다고 주장했다. 7대 허위 스펙은 △동양대 총장 표창장 △동양대 보조연구원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논문 1저자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체험활동, 논문 3저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아쿠아팰리스호텔 인턴 등을 말한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정 교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허위 스펙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각 학교·업체 관련자 대다수가 증명서에 대해 허위라고 진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은 조 전 장관 사퇴뿐만 아니라 국민정서법상 문재인 정부 국정 지지율 하락에까지 영향을 미친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동양대 표창장 의혹은 정 교수 재판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일단 동양대에서 행정 업무를 맡아온 정아무개씨는 조민씨의 표창장이 정상적으로 발급된 게 아니라는 식의 증언을 했다. 상장 상단에 적힌 발급부서와 일련번호가 다른 상장과 다르다는 것이다. 상장에는 조민씨의 주민등록번호가 쓰여 있는데 이것 역시 다른 상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점이라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역시 조민씨에게 표창장을 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반면에 정 교수 측에서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 주요 증거가 동양대 강사 휴게실에 있는 컴퓨터에서 나왔는데, 이 컴퓨터를 검찰이 확보하는 과정에서 휴게실을 관리하는 조교의 동의만을 구하고 컴퓨터 소유자에게는 동의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민씨를 동양대 보조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해 경북도교육청으로부터 인건비 명목으로 보조금을 타낸 혐의와 관련해, 보조연구원으로 함께 등록된 정 교수의 제자 윤아무개씨는 자신도 근무하지 않았으며 조민씨가 보조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 본 적 없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정 교수는 윤씨가 보조연구원 명목으로 받은 153만원을 조민씨 계좌로 송금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조민씨가 제1저자로 등재돼 논란을 빚었던 단국대 논문의 경우, 논문의 제2저자인 현아무개 박사는 “조민씨가 논문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에 책임자인 장영표 단국대 교수는 “조민씨가 (제1저자에) 제일 타당하다고 생각해서 올렸다”며 현 박사보다 조민씨의 역할이 더 컸다고 주장했다.

조민씨는 한영외고 재학 시절인 2008년, 정 교수 친구인 공주대 김아무개 교수의 연구실에서 체험활동을 했는데, 2009년 일본에서 열린 학회에서 논문초록과 포스터에 제3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재판 과정에서 조민씨는 체험활동 기간 동안 독후감을 쓰고 물고기와 선인장, 장미를 키운 정도뿐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조민씨가 입시에 활용한 체험활동 확인서에는 여러 가지 연구활동을 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생각 없이 (체험활동 확인서에) 도장을 찍어줬다.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고, 조민씨를 제3저자에 올려준 것에 대해서는 “허드렛일을 해서 발표자 옆에 서 있는 것도 고등학생에겐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민씨는 2013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지원하면서 “매일 8시간씩 주 5일, 3주 동안 분자인식센터에서 인턴을 했다”는 KIST 인턴 증명서를 제출했다. 이아무개 전 KIST 기술정책연구소장은 “인턴 증명서가 아닌 개인적인 추천서를 써준 것이며, 추천서 원문 역시 수정됐다”고 밝혔다. 심지어 분자인식센터는 2011년 조민씨가 인턴을 할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스펙 품앗이’로 알려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의 경우, 장영표 교수의 아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은 물론 조민씨 역시 인턴을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진술했다. 조민씨는 한영외고 재학 시절인 2007년 6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주말에 부산에 위치한 호텔에서 인턴을 했다는 증명서를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기재했고, 서울대 의전원에 활용했다. 그러나 호텔 관계자들은 “고등학생 인턴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연합뉴스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연합뉴스

▒ 유재수 감찰 “정상적으로 종료된 것” 

사모펀드 비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재판은 이제 막 시작된 상태다. 사모펀드의 경우,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코링크PE 설립부터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정 교수 측은 5촌 조카 조범동씨에게 속아서 투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2017년 7월, 정 교수가 조범동씨를 직접 만나 코링크PE의 투자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며, 정 교수가 조범동씨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다. 정 교수는 “시간 내서 설명 고마워요. 아까 말한 블루코어펀드에 대해 정리해 주면 동생에게도 브리핑할 게요. 우리 다 윈윈합시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정 교수 변호인은 “조범동씨는 이 (투자할) 특정 회사명은 알려주지 않았다. 정 교수는 자신의 돈이 ‘웰스씨앤티’에 들어가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항변했다.

조국 전 장관은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됐기 때문에 주식을 모두 백지신탁해야 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5억원 상당의 코링크PE의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투자하기도 했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정 교수가 ‘조국 지지모임’ 회원인 증권사 직원 이아무개씨를 통해 이집트에서 차명 거래한 사실을 새롭게 제시하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정 교수가 선물옵션 투자를 배워보려고 이씨의 계좌를 빌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의 쟁점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강제로 ‘중단’된 것이냐, 정상적으로 ‘종료’된 것이냐에 있다. 그러나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실무를 맡은 이인걸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은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이 전 반장은 유 전 부시장과 관련해 4차례 서면 보고를 했는데 민정수석실에서 공식적 조치가 없었고, 감찰이 종료된 후 만들어지는 최종보고서 역시 작성되지 않았으며,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추가 비위도 확인될 수 있는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이 감찰 홀딩(holding·보류)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에 조 전 장관 측은 특감반의 첩보 처리 절차와 이후 처리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에, 유 전 부시장에 대해 인사 조치에 그친 것은 민정수석으로서 최종 결정권을 행사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