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지지고 쇠사슬 묶은’ 창녕 계부 체포…고개 숙인채 침묵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6.1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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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모도 조사 예정…경찰, 구속영장 신청 검토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9세 여아 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계부가 13일 오전 체포 돼 창녕경찰서 별관 조사실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9세 여아 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계부가 13일 오전 체포 돼 창녕경찰서 별관 조사실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9세 여아 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계부가 13일 체포됐다.

경남 창녕경찰서는 13일 A양(9)에 대한 아동학대 등의 혐의를 받는 계부 B씨(35)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전 10시55분께 병원에 입원해 있던 B씨를 경찰서 별관으로 연행했다.

사건 이후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선 계부는 검은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인 채 경찰서로 들어갔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B씨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경찰은 계부의 신병이 확보된 만큼 A양에 대한 구체적인 학대 혐의와 범행동기, 사건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당초 계부는 지난 11일 경찰에 소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A양의 의붓 동생 3명에 대한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에 반발해 B씨와 친모 C씨(27)가 자해 소동을 벌였고, 두 사람 모두 응급 입원 후 치료를 받는 바람에 조사가 늦춰졌다. 계부와 함께 자신의 딸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친모는 추후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9세 여아 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계부가 13일 오전 체포 돼 창녕경찰서 별관 조사실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9세 여아 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계부가 13일 오전 체포 돼 창녕경찰서 별관 조사실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A양은 지난달 29일 잠옷 차림으로 창녕 한 도로를 뛰어가다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계부와 친모는 A양의 목을 쇠사슬로 묶거나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이나 프라이팬을 이용해 손과 발을 지지는 등 갖은 학대를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모진 학대 속에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집안일까지 하는 등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 왔다.  

이를 견디다 못한 A양은 쇠사슬이 풀린 틈을 타 거주지 베란다를 통해 밖으로 빠져 나온 다음 난간과 벽을 타고 옆집으로 넘어가 탈출했다. 

A양은 경찰과 아동보호기관 등 조사에서 "계부와 친모가 지속적인 학대를 일삼았다"고 진술했다. 또 A양은 자신을 학대한 계부와 친모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계부와 친모를 상대로 범죄 혐의를 조사한 후 혐의를 확인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참혹한 학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산 이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9일과 10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학대로부터 아이를 지켜주세요", "창녕 아동학대 가해자 무기징역을 선고해주세요"라는 글이 차례로 올라왔다. 

청원인들은 "2020년 6월7일께 9살짜리 여아가 시민의 도움으로 밖에 나온 장면이 폐쇄회로(CC)TV를 통해 공개됐는데, 아이 몸은 멍투성이에 손에는 지문이 없어질 정도로 폭행을 가했다"며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범죄는 없어져야 된다"고 엄벌을 요구했다. 

또 "학대의 정황이 있고 예방할 수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목숨을 잃는 상황이 발생해야 이슈가 된다"며 법과 시스템의 보완을 주장했다.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9세 여아 학대 사건 가해자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 청와대 홈페이지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9세 여아 학대 사건 가해자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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