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6) 트래블월렛] 코로나 직격탄? 오히려 자신만만한 ‘환전 앱’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6.25 14:00
  • 호수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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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와 협업해 외화 선불카드 출시 예정…‘외환 전문은행’이 목표

“괜찮아요?” 

김형우 모바일퉁 대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우려 섞인 안부 인사들에 대처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모바일퉁은 모바일 환전 애플리케이션 트래블월렛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동남아시아 국가 화폐 환전을 주로 취급한다. 

모바일퉁이 지난해 5월 베타서비스(미리보기 서비스)로 선보인 트래블월렛은 환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0원’으로 낮춘 수수료(올해 6월 현재는 0.5%)가 주무기였다. 앱으로 환전한 외화를 현지 은행에서 직접 찾아 쓰는 서비스 모델도 세계 최초다. 여행객들 사이에서 가장 효율적인 환전법으로 금세 입소문 났다. 올해 들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자 앱 다운로드 수는 10만 건을 돌파했다. 

국내 ‘핀테크(Fin-Tech·금융과 IT의 융합)’ 업계의 샛별로 승승장구할 일만 남은 것 같던 찰나에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여행·환전 업계에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단순 모바일 환전 서비스가 아니라는 자신감 

자연스레 트래블월렛 매출도 ‘0원’에 가까워졌다. 50만 건이었던 앱 다운로드 수 목표는 30만 건으로 하향조정됐다. 그나마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어느 정도 여행 수요가 반등할 때를 가정한 목표치다. 주변에서 걱정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정작 모바일퉁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트래블월렛이 단순한 ‘모바일 환전 서비스’가 아니라는 인식에 기반한 자신감이다. 

지금 트래블월렛 앱에 접속해 보면 ‘서비스 일시 중단 안내’라는 팝업창이 뜬다. ‘3월17일부터 외화 선불카드 개발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수령 및 해외 현지 수령 환전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코로나19로 맞은 사업 정체기에도 모바일퉁 구성원들은 한가할 틈이 없다. 붕 떠버린 기존 업무를 과감히 중단하고, 미래 성장동력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6월9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유오피스에 있는 모바일퉁 사무실을 찾았다. 비자와 협업 중인 외화 선불카드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직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회의실에서 열띤 논의가 이뤄지고, 바로 옆 부설 연구소에선 개발자들이 전산 시스템 구축에 매진했다.  

모바일퉁은 지난 4월1일 세계 최대 결제 네트워크 기업 비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확실한 비전과 IT·보안 등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이번 계약을 바탕으로 모바일퉁은 오는 8~9월쯤 외화 선불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다양한 해외 통화를 실시간으로 충전하고 사용할 수 있는 카드다. 김형우 대표는 “해외여행이 위축돼 있어 외화 선불카드는 해외 직구(직접구매) 전용으로 출시될 것”이라며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해 해외 직구 결제 시장부터 장악해 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동남아 겨냥한 ‘캐시 딜리버리 서비스’도 계획 

외화 선불카드는 모바일퉁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모바일퉁은 지난해 비자가 주최한 핀테크 공모전 ‘비자 에브리웨어 이니셔티브(VEI)’에 참가해 트래블월렛과 비자 선불카드를 연동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결선에 진출했다. 이후 비자의 핀테크 전략 육성 프로그램인 ‘핀테크 패스트트랙’을 수료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사 이노베이션 센터와 협업하는 등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준비해 왔다. 

비자 외에도 대형 금융사 8곳 정도가 모바일퉁과 협업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리스크에 아랑곳없이 밀려드는 투자 제의는 모바일퉁의 성장 잠재력을 가늠케 한다. 지금까지 투자유치액은 70여억원으로 서비스 시작 당시 목표였던 50억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추가 투자 수요를 합치면 100억원을 웃돈다. 

외화 선불카드 출시에 이은 후속타도 벌써 궤도에 올라 있다. 모바일퉁은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 내 대형 리조트를 거점으로 ‘캐시 딜리버리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름 그대로 고객이 머물고 있는 리조트에 현금을 배달하는 서비스다. 은행이 있는 시내에 나가지 않고 리조트에서만 머무르는 관광객들을 겨냥했다. 이때 배달부 역할은 현지 은행직원이 맡는다. 역시 환전 수수료를 경쟁사 대비 최소로 하고, 현금 운송료는 리조트-시내 왕복 교통비보다 낮게 책정할 방침이다. 

 

“개인·기업 모두에 외환 솔루션 제공하고파” 

동남아, 괌, 사이판 등으로 향하는 여행객 수가 7월 이후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모바일퉁은 기대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고 현지 리조트에서 주로 머무르는 가운데 자연스레 캐시 딜리버리 서비스 이용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재 동남아 3개 은행이 모바일퉁의 협업 제의에 선뜻 응한 상황이다. 

평소 모바일퉁은 외부에 ‘우리는 환전 업체도, 송금 업체도, 페이먼트 업체도 아니다’고 설명한다. 모바일 환전 앱을 마중물 삼았지만, 최종 목표는 외환 전문은행이 되는 것이다. 김형우 대표는 “개인이나 기업 가리지 않고 외환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며 “특히 기업들이 환전, 송금, 환헤지, 무역금융 등 모든 업무 분야에서 우리 솔루션을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형우 대표 등 모바일퉁 구성원들이 회의하는 모습 ⓒ모바일퉁 제공
김형우 대표 등 모바일퉁 구성원들이 회의하는 모습 ⓒ모바일퉁 제공

“11% 수수료…트래블월렛에선 0.5%” 

출국 하루 전 환전하기 위해 부랴부랴 은행을 찾는다. 얼마를 찾아야 할지 당최 감이 오지 않는다. 해외에 나갔더니 환전해 온 현지 통화가 턱없이 모자란다. 현금 서비스를 받자니 수수료가 너무 아깝다. 

해외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봤음 직한 사례다. 특히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동남아에선 현금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지 상점 물가가 제각각이라 예산 짜기가 쉽지 않다. 돈이 모자라 현금 서비스를 받았다가 수수료 폭탄과 신용등급 하락에 울기도 한다. 

동남아 화폐 환전 수수료는 또 왜 그렇게 비싼지. 베트남 동과 필리핀 페소의 기본 환전 수수료는 각각 11%, 10%에 이른다. 미국 달러가 1~2%인 것과 비교하면 눈물 나게 떼간다. 나름대로 부지런을 떠는 동남아 여행객들은 이중 환전 작전에 나선다. 출국 전 한국 원화를 시중은행에서 미국 달러로 바꾸고, 입국하면 그 달러를 현지 화폐로 바꾸는 방법이다. 이렇게 해서 환전 수수료를 최대한 아끼는 ‘꿀팁’이 SNS에 줄줄이 소개돼 있다. 

트래블월렛으로 환전하면 출국 전 시간을 쪼개 환전해 놓을 필요도, 현지에서 현금이 없어 전전긍긍할 필요도, 이중 환전할 필요도 없다. 한국에서 앱을 켜고 자신의 은행계좌를 연결해 환전 신청을 하면 동남아의 트래블월렛 제휴 은행에서 현금을 받는다. 트래블월렛 제휴 은행은 동남아 9개국에 걸쳐 30곳, 6만 개 지점에 달한다. 

트래블월렛의 환전 수수료는 0.5%에 불과하다. 트래블월렛 앱에서 2000만 베트남 동을 환전하고 싶다고 검색하니 104만6000원이 필요하다고 나왔다(6월18일 기준). 시중은행 공항 영업점 평균 필요금인 118만2000원에 비해 13만6000원 저렴하다. 

다만 돈을 찾으러 동남아 현지 은행에 직접 가야 하는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은행 창구에서 사전에 앱을 통해 발급받은 QR코드를 제시하면 예금을 찾듯 환전한 돈을 받을 수 있다. 한 번에 많은 액수를 환전하지 않아도 된다. 현지에서 현금이 부족하면 다시 앱으로 환전을 신청한 뒤 은행에서 바로 찾으면 그만이다. 

향후 현지 은행을 통하지 않고도 고객들에게 외화를 지급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금자동인출기(ATM)에 외화 선불카드를 넣고 즉시 현금을 뽑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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