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용 거제시장 “조선업 숙련공들 고용 유지에 혼신 다하겠다”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6.28 13:00
  • 호수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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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취임 2주년 맞은 변광용 경남 거제시장
“조선업과 관광산업 동반 성장으로 거제 옛 명성 되찾을 것”

최근 현대·대우·삼성 등 우리나라 조선 3사가 카타르로부터 23조원대 LNG운반선 건조 주문을 싹쓸이 수주했다. LNG운반선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영하 163도의 극저온 탱크에 저장해 운반하는 선박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 1월부터 황 함유량을 규제키로 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친환경 선박이다. 이 LNG운반선을 건조하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경남 거제에 위치해 있다.

2018년 7월부터 거제 시정을 맡고 있는 변광용 거제시장(54)은 이 낭보에 한껏 고무돼 있었다. 변 시장은 "이번 슬롯 계약은 정식 발주 전에 건조 공간을 확보하는 절차"라며 "카타르 정부가 선사와 용선계약을 한 뒤 선사가 조선사에 발주를 넣을 수 있도록 거제시장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반면에 고민도 뒤따른다. 건조계약이 올해부터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면, 조선 3사의 도크는 2027년까지 가득 채워질 것이다. 하지만 당장 조선소 일감이 줄다 보니 숙련공들이 거제를 떠나고 있다.

그는 조선소 현장 인력의 고용 유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1년6개월 후 LNG운반선을 건조할 때까지 근로자들의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거제시와 조선사 노사가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의 역할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변광용 시장을 6월22일 만났다.

6월22일 시사저널과 취임 2주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변광용 경남 거제시장 ©거제시
6월22일 시사저널과 취임 2주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변광용 경남 거제시장 ©거제시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시기다.

"시민들이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 거제는 집단감염 등이 생기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대체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민생경제 특히 상인들이 '너무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한다.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거제는 '긴급 생계비 지원 사업'을 경남 최초로 시행하는 등 시민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거제시와 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 극복하고 있다."

임기 절반을 지나는 시점이다. 소회는.

"취임 후 지난 2년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도전과 전환의 시간이었다. 매 순간이 소중하고 긴장됐다. 오늘의 한 걸음이 내일의 거제를 만든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조선 경기의 침체 위기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희망을 키우고자 동분서주했다. 다양한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는 데 촌음을 아끼지 않았다. 함께 달려온 시민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다. 괄목할 만한 성과다.

"취임 이후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재정이다. 예산이 거제시 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았다. 원인을 찾아보니, 보통교부세의 경우 산정 기준이 조선업 활황 시절에 맞춰져 있었다. 지금 거제 상황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정부 부처를 문턱이 닳도록 넘나들며 거제의 현실, 예산 증액 필요성 등을 설명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2018년 취임 당시 1254억원이던 보통교부세가 올해는 2443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액됐다. 1200여 공무원들의 공이 크다. 국비 확보를 위한 신규 사업 발굴에 주력했고, 국가 주관 공모사업에 적극 참여했다. 이 모든 땀방울의 결실이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다. 1조원 예산은 재정 문제로 중단됐던 동서 간 연결도로 등 오랜 주민 숙원사업과 대형 현안사업 추진에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남부내륙철도' 건설의 기대감도 큰 것으로 안다.

"그렇다. 남부내륙철도가 개통되면 서울에서 거제까지 2시간30분 내로 이동이 가능해진다. 전국에서 거제를 쉽게 올 수 있다. 이 때문에 거제 관광산업은 큰 변화를 맞을 것이다. 섣부른 전망이지만, 가덕도에 신공항이 건설되면 수도권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까지 아우를 수 있다. 거제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할 수 있다. 시민 의견을 받들어 남부내륙철도 개통에 대비한 종합적인 로드맵을 짤 계획이다. 관광·교통 등 다양한 분야의 연계 사업도 발굴할 예정이다. 남부내륙철도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1000만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차분히 준비하겠다."

47년 만에 대통령 별장인 저도가 개방됐다.

"저도 개방은 거제 시민의 반세기에 걸친 염원이었다. 그래서일까. 저도가 국민 품으로 돌아온 순간의 그 벅찬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저도는 지난해 9월 개방된 후 코로나 여파로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도 하루 평균 440여 명이 방문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현재까지 방문객 수는 3만5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개방 이후 줄곧 대통령 별장을 개방하지 않아 '알맹이 없는 볼거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는 9월 전면 개방에 맞춰 저도 관광의 가장 큰 핵심이 될 '대통령 별장 개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거제의 미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조선업과 관광산업의 동반 성장으로 거제의 옛 명성을 되찾는 게 아닐까 싶다. 거제 발전을 견인해 온 조선업을 지키는 동시에 관광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 두 축의 조화, 그것이 바로 시민의 요구이자 거제 발전 전략이다. 민선 7기 들어 국립난대수목원 선정, 저도 개방 등 굵직한 성과로 관광도시 위상을 굳건히 지켰고, 삼성·대우조선소도 잇단 수주 소식을 전하며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향후 2년은 미래 명품도시로 거듭날 준비를 할 것이다. 대형 국책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신성장 산업 발굴에 매진한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잘사는 거제, 누구다 다시 찾고 싶은 거제, 시민이 행복한 거제를 만들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대비도 중요한데.

"코로나 이후의 시대적 변화에 대한 대응, 당연히 공감한다. 최근 거제시는 민선 7기 2주년을 맞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거제의 미래 비전 계획을 수립했다.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기반으로 하는 '블루오션 경제뉴딜', 관광산업 다각화와 새로운 관광 발돋움을 가치로 하는 '블루투어 관광뉴딜', 생활환경 재창조로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블루시티 도시뉴딜' 등 3대 프로젝트를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조선업에 큰 낭보가 전해졌다.

"거제는 조선업 관련 종사자가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한다. 그만큼 조선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지난 2016년 바닥을 찍고 회복하던 조선업이 코로나 사태를 맞았다. 자칫 조선업이 다시 불황의 늪으로 빠질 우려가 컸다. 하지만 최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카타르 LNG운반선 약정 체결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의 러시아 LNG바지선 수주, HMM 초대형 선박 건조 계약 등 잇단 수주 낭보로 조선업 부활 조짐이 역력하다. 조선업이 재도약하는 큰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거제시는 향후 지속적인 수주가 이어져 조선업이 거제 100년 먹거리 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

거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코로나 사태 이후 관광산업 생태계도 급변할 텐데.

"질문한 대로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ICT를 활용한 맞춤형 관광정보 제공과 수요자 중심의 관광 콘텐츠 개발로 기술 기반 관광 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조선업 관련 콘텐츠도 개발해 산업교육과 관광을 연계한 체험형 관광상품도 마련한다. 포로수용소 리뉴얼 사업과 평화특구 등을 묶어 안보관광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사계절 수영장과 서핑 시설도 만든다. 365일 다양한 해양레저 프로그램으로 체류형 관광을 활성화시킬 것이다. 거제와 창원, 경남도가 함께하는 '진해만권 통합관광벨트' 조성사업을 통해 동남권 관광 수요를 흡수할 계획이다."

끝으로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로 인한 재난 상황은 우리 삶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일상의 불편함을 묵묵히 감내한 시민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지역경제 회복과 시민 생활 안정을 위해 모든 역량을 여태까지 집중해 왔다. 앞으로도 시민이 체감하는 시책과 지원으로 희망을 주고, 조속히 위축된 지역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성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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