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집단식중독 사태 일파만파 “복부 뚫어 신장투석…고통에 몸부림”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6.26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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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출혈성 대장균 유증상자 6명 늘어 총 49명…원생 22명 9개 병원서 치료
보건소 “질본과 함께 역학조사…원인 규명 시간 걸릴 듯”
피해 원생 가족들 유치원 안일한 대응에 분노
장 출혈성 대장균 유증상자가 집단 발생한 경기 안산시 소재 유치원. 26일 기준 일명 '햄버거병'이라고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도 14명 발생해 5명은 신장투석 등 중증 치료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장 출혈성 대장균 유증상자가 집단 발생한 경기 안산시 소재 유치원. 26일 기준 일명 '햄버거병'이라고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도 14명 발생해 5명은 신장투석 등 중증 치료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 안산시의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고 여파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한 유증상자가 계속 늘고 있고 신장투석 등 중증 치료를 받는 어린이까지 나왔지만, 유치원의 늑장 대응과 안일한 태도로 아직 원인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산 상록보건소는 26일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지금까지 식중독균 검사를 받은 인원은 295명이고, 장 출혈성 대장균 양성 반응이 나온 인원은 49명"이라고 밝혔다. 전날과 비교해 검사자는 9명, 장 출혈성 대장균 양성 반응자는 6명 증가했다.

보건소는 "이미 검사를 받은 원생 외에 가족 등이 각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면서 전체 검사자가 다소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체 검사자 중 147명은 음성이 나왔고, 99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입원 치료 중인 원아 22명은 안산 2개 병원을 비롯해 서울과 수원, 안양 등 9개 병원에서 분산 치료 중이다. 

이 중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증상을 보이는 14명의 어린이의 상태는 큰 변화가 없다고 상록구보건소 측은 전했다. HUS는 장 출혈성 대장균으로 인한 합병증 중 하나이다. 현재 HUS 증상 어린이 중 5명은 복부에 관을 통과하는 등의 방식으로 신장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상록구보건소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입원 중인 어린이들의 상태 및 감염 경로 등을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정밀 조사 중이다"라며 "식중독균 감염 경로 등을 밝히기 위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해당 유치원이 식중독 사고 조사 등과 관련해 원생들에게 제공된 식재료 등을 남겨둬야 함에도, 이를 일부 폐기하면서 당국의 조사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전날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 유치원을 다니다 HUS 증상을 보여 신장투석을 받고 있는 한 어린이의 가족이 유치원의 대응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게시자는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나도록 유치원에서는 그저 역학조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음식 재료들을 서둘러 폐기처분 한 것은 증거인멸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아이의 상태가 심각해 유치원에 즉각 이상증세 통보 및 등원 중지, (다른 원생) 부모에게 적극적인 내용통보를 요청했는데, 유치원이 이를 묵살해 가족간 전염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분노했다. 

이 가족은 아이의 신장과 콩팥이 망가져 복부에 관을 삽입해 투석을 받고 있는 상황을 전하며 "아이가 계속된 투석 조치로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다"며 "피가 섞인 혈뇨와 혈변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한편, 상록구보건소는 원아 8명과 교사 1명 등 9명이 노로바이러스로 의심되는 식중독 증상을 보인 상록구 내 또 다른 유치원의 경우 아직 추가 유증상자 등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유치원에는 167명의 원아가 재원 중이며 교직원 등 28명이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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